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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달고나' 주요장면 다채로운 7080 노래들로 엮어진 자연스런 이야기가 편안하게 추억속으로 안내한다. 중간부에 김경선의 '그대 눈물 마르기 전에'의 노래가 가슴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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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성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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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있겠지만 스스로 되돌아보기엔 바쁜 세상이다. 이럴 때 우리를 추억으로 안내하는 멋진 뮤지컬 한편 어떨까.
새콤 달콤 달달하던 달고나, 고무줄 놀이, 만화방에서 마을에 한 대 있던 TV로 채널 경쟁하던 기억들...3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달고나>(송승환, 이광호 기획, 유희성 연출)가 올해도 아련하고 즐거운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2월 13일부터 5월 28일까지 코엑스아티움 현대아트홀에서 인기리에 공연되고 있다.
70,80년대 인기 있었던 '짱가', '은하철도 999', '불티' 등의 옛 노래로 뮤지컬을 구성하였다. 뮤지컬<달고나>는 2004년부터 매해 공연되며 한층 세련되어지고 많은 신인들을 발굴하였다. 이번 공연에는 그간 뮤지컬로도 발을 넓혀왔던 개그맨 홍록기가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며, 트로트 가수 박현빈이 처음 뮤지컬에 도전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무대는 홈쇼핑 '달고나' PD가 된 중년의 주인공 세우가 자신의 어린 시절 마을로 추억 여행을 떠나며 시작된다. 주인공 세우와 여자친구 지희, 지희를 좋아하는 태한, 그리고 동네친구들과 세우의 삼촌과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유년시절부터 성인기까지 정답게 노래와 함께 꾸며진다. 추억속의 옛 시골을 표현한 무대에는 어린 시절 했던 고무줄놀이, 달고나, 똥퍼 아저씨, 야채 파는 아줌마 등이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아이러니와 추억의 장면...가슴이 저민다
노래와 함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은하철도 999'에서는 만화방 장가 안간 삼촌(홍록기, 이훈진 역)의 비장함, '담배 가게 아가씨'에서는 수경(김지민 역)을 향한 삼촌의 설렘, '꽃과 어린 왕자'에서는 세우와 지희의 순수한 사랑, '미인'에서는 동네 청년들의 열정이 묻어나온다. '너 나 좋아해 나 너 좋아해'에서는 세우와 지희의 사랑이 활기찬 무용과 설레임으로 표현되고, '불티'에서는 지희를 좋아하지만 다가갈 수 없는 태한(김순택,강성 역)의 안타까움이 배경영상과 함께 뜨겁고 박진감 있게 전달된다. '골목길' 에서는 삼촌의 설렘과 외로움을 잘 표현했다.
세우(박성환,박현빈,조형균 역)와 지희(오진영, 문진아 역)는 대학에 진학해 영화동아리에 가입하며 꿈을 키워가고 지희는 세우에게 타자기를, 세우는 지희에게 몽블랑 만년필을 선물하지만 곧 세우는 군대에 입대하게 된다. 이 때 먼저 군대에 가 있는 태한이 부르는 "이등병의 편지"의 감미로운 선율에서는 입영통지서를 받아봤던 사람들에겐 새록새록 기억을 불러일으킬 가슴저밈과 애잔함이 밀려온다.
지희가 결혼식 드레스를 입고 있다. 태한이 등장하길래 태한과 지희의 결혼장면인 줄 알았더니 반대편에 세우가 보여서 그럼 그렇지 하고 안심하게 된다. 지희와 세우는 무대 양끝에서 결혼예복과 웨딩드레스를 입고 서로를 마주보며 걸어 들어오더니 마주치자 서로를 등진 채 각자의 반려자에게 향하는 것이다. 이 아이러니와 추억의 장면이 오히려 더 아득하게 가슴 저미며 커튼 뒤에서 정한이 부르는 "웨딩케이크" 노래가 가슴을 파고든다.
주인공 세우 역의 박현빈은 자연스런 연기와 특유의 가창력으로 매끄럽게 배역을 소화하며 무대의 중심에서 성공적인 데뷔를 하고 있었다. 같은 세우역의 조형균은 연기와 노래의 탄탄한 기본기로 뮤지컬 '렌트'에서도 보여준 바 지희를 향한 지적이면서도 열정적인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희 역의 오진영은 아름다운 외모와 가슴을 시원하게 열어주는 노래로 감동을 주며 상대배우와도 안정적인 호흡을 보였다. 같은 지희역의 문진아는 발랄한 외모와 맑고 통통 튀는 음색이 상대 배역과도 경쾌한 호흡을 보여주고 있었다.
태한 역의 김순택이 굵은 카리스마의 얼굴과 목소리였다면 같은 배역의 강성은 부드러운 동안의 얼굴에 감미로운 목소리로 각자 자신만의 태한을 잘 연기했다. 삼촌역의 홍록기는 허스키한 목소리와 박력이 귀에 착착 감기며 구성지게 연기하고 노래하였다. 역시 삼촌역의 이훈진은 큰 몸집에서 나오는 재미있는 몸짓과 안정된 저음 음색으로 시원하고 재미있게 노래를 선사하였다. 담배가게 아가씨 수경 역의 김지민은 아리따운 외모로 깜찍한 연기를 잘 보여주었고, 이지송은 박남정의 '널 그리며'에서는 선글라스와 멋진 춤의 카리스마를, '꽃과 어린 왕자'에서는 하얀 어린왕자로 분하며 깜찍한 귀여움을 보여주었다.
지희의 친구 유보영 역의 김경선은 다수의 뮤지컬 경험을 증명하듯 자연스럽고 시원한 연기와 노래로 주역이 아닌데도 넘치지 않게 그 비중을 잘 드러내주었다. 특히 1부 후반부에 시위 현장에서 군경이 된 세우와 학생운동을 하는 지희가 마주친 장면에서 부른 '그대 눈물 마르기 전에' 는 맑고 힘찬 음색으로 시원하면서도 의미 있게 노래를 열창하며 감동을 주었다.
본 공연에 앞선 2월 2일 연습실 공개에서는 각 배우들이 번갈아 자신의 대목을 연기하였다. 세우역의 박성환은 멋진 외모와 화려한 뮤지컬 경력에서 나오는 안정된 연기와 노래를 보여주었다. 홍록기는 '은하철도 999' 를 맛깔나게 노래불렀다. 태한 역의 김순택은 '불티'에서 카리스마 있는 노래로 에너지를 발산하였다. 세우가 영화 시나리오를 쓸 때의 장면인 '어떤이의 꿈' 에서는 연습실 공개인데도 열과 성의를 다한 액션과 시나리오 속 인물들의 안무가 멋졌다.
연습실 공개부터 공연 한달이 지나고 있는 지금까지 배우들의 노래와 연기 모두 잘 준비되고 변함없는 감동을 선사하고 있었으며, 사실상 공연일수가 더해질수록 더욱 안정된 서로간의 호흡과 노래톤이 극을 더욱 매끄럽게 이끌고 있었다. 또한 가끔 자연스런 애드립도 보여지며 극을 재미있게 진행해가고 있었다.
"여행 갈 준비 되셨나요, 다 같이 일어나시죠"공연이 끝나고 모든 출연진이 본 공연에서 불렀던 대목들을 부르며 인사하였고, 삼촌 역의 배우들은 관객들에게 "여행 갈 준비 되셨나요,그럼 다같이 일어나시죠"라며 관객을 일으킨 후 출연진 관객 모두 함께 신나는 노래와 춤판을 펼쳤다. 흥겨운 시간이 끝나고 무대 뒤편으로 '은하철도 999'가 공연 시작부에 이어 맨 마지막에도 날아가는 것이 인상적이다.
연습실 공개에서 박현빈은 "원래 뮤지컬을 하고 싶었는데 좋은 기회이다. 이번 공연을 통해 '이별이야기' 등 옛노래를 많이 알게 되었다. 가수 활동으로 노래를 부를 때도 땀이 안 났는데, 이번엔 땀이 났다"며 첫 뮤지컬 도전에 대하여 즐거운 감정을 전하였다. 홍록기는 "이번 작품에 나오는 모든 노래를 다 안다. 예전 선배님들의 노래는 심금을 울리는 감동을 준다. 이번 공연을 성공하고 세상에서 가장 사고 싶은 차인 '유모차'를 사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관람 내내 자연스러운 노래 연결과 안무가 편안하게 옛 추억을 불러 일으킨다. 누구는 정말로 옛날 시절을 추억할 것이고, 설령 그 시절을 살지 않았을지라도 경쾌한 노래, 알록달록한 의상과 장난스러운 친구들 사이의 우정이 요즘 청년, 청소년들이 보아도 재미있을 것이다. 뮤지컬 <달고나>는 코엑스아티움 현대아트홀에서 2월 13일부터 5월 28일까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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