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교육 당국이 야심차게 추진하던 MB표 교원평가가 큰 난관에 부딪혔다. MB정부는 초중등교육법에 교원평가의 근거 조항을 만들려고 하다가 교육계의 반대에 부딪히자 대통령령인 교원등의연수에관한규정을 고쳐서 이를 전면 실시하고 있었다.

현재 교사들은 교육공무원승진규정에 의한 근무평정과 다면평가, 공무원수당규정에 따른 성과급 평가, 그리고 교원연수규정에 의한 교원능력향상개발평가(교원평가) 등 중첩된 평가를 받고 있는데 또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통한 교원평가를 또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오지선다형 교원평가 문항 대신 서술형 문항으로 교원평가를 하도록 지침을 마련, 시행해왔다. 이에 교과부(장관 이주호)는 체크리스트형의 선다형 교원평가를 하도록 직무이행명령을 내렸지만 김승환 교육감은 거부했다.

교과부는 김승환 교육감을 형법의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 검찰은 김 교육감을 소환하는 등 수사를 해 왔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지난 10일 교원평가 시행 명령 불이행에 대한 직무유기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 "교원평가 시행 여부는 교육감의 재량권" 판단 무혐의 처분

김승환 전북도교육감
 김승환 전북도교육감
ⓒ 전북도교육청

관련사진보기

함께 고발됐던 시국선언 교사 징계 유보에 대해서는 직무유기를 인정하여 기소했다. 그러니까 교원평가 시행 직무이행명령 거부에 관한 건만 무혐의 불기소 처분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교과부의 교원평가 시행계획 수용 여부는 교육감의 재량권에 해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검찰이 교육감의 재량으로 교원 평가 방법에 차이를 둘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교원평가 방법에 관한 논쟁은 할 수 있지만 이를 사법부가 형사 처벌 잣대로 판단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을 평가하지 않는 것은 문제이지만 그 평가를 객관성을 이유로 선다형 문항으로만 출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맞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교사가 학생을 선다형으로 평가할 수도 있지만 서술형, 논술형 문제로 할 수도 있고, 또 수행평가로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즉, 학생 평가를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는 평가권자인 교사의 권한인 것처럼 (교원평가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체크리스트 방식의 선다형으로 할 것인지 서술형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방식으로 할 것인지는 평가권자인 교육감이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 자문회의 "MB교육정책 폐기 1순위는 교원평가"

한편, 검찰이 김승환 교육감의 직무유기를 인정하지 않고 불기소 처분한 이유 중 하나는 최근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이하 교육자문위)에서 교원평가에 낙제점을 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의 MB정부 교육정책 지지도(종합) 대통령 자문회의에서 MB정부의 17개 교육정책 중 교원평가가 정책지지도 꼴찌를 기록했다. 뒤에서 두번째가 자율형사립고, 세번째가 입학사정관제로 MB정부가 강하게 추진한 것일수록 지지도가 낮다.
 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의 MB정부 교육정책 지지도(종합) 대통령 자문회의에서 MB정부의 17개 교육정책 중 교원평가가 정책지지도 꼴찌를 기록했다. 뒤에서 두번째가 자율형사립고, 세번째가 입학사정관제로 MB정부가 강하게 추진한 것일수록 지지도가 낮다.
ⓒ 출처) 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보고서

관련사진보기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라는 것이 있는데, 올해 1월 6일 여기에서 <현 정부 핵심교육정책 진단 및 대책>(연구 책임자 : 김정원 한국교육개발원)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하였다. 물론 이 보고서는 교육과학기술부의 공식 의견은 아니다. 그러나 교과부의 지원비로 한국교육개발원의 주관 연구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 연구는 현 정부 출범 후 시행되어 온 교원평가, 자율형사립고, 마이스터고, 입학사정관제 등 12개 정책(세부 과제 17개)의 성과와 문제점을 진단하여 장기적 관점에서 향후 추진 방향을 정립하고, 지속적 발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목적으로 출발했다고 밝히고 있다.

전국 교사, 학부모, 교육전문가 등 2704명의 국민의식조사를 거치고, 총 12회의 워크숍, 5회의 권역별 정책간담회 등을 통하여 만들어진 보고서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국민의식조사에서 정책지지도가 가장 낮은 정책이 바로 교원평가와 자율형사립고, 그리고 입학사정관제로 나타났는데, 공교롭게도 이런 정책들은 현MB정부에서 가장 의욕적으로 추진한 MB표 교육의 핵심정책들이다.

이 보고서는 현 정부 교육정책에 대한 정책 지지도를 "정책 방향 부합도, 교육현장 변화, 정책 만족도, 정책 지속 추진" 등 4가지 항목으로 나누어서 분석하였는데, 교원평가는 이 4가지 영역 모두에서 꼴찌를 기록한 것이다.

(참고로 원자료에 순위는 안 나와있다. 필자가 응답비율을 토대로 순위를 매긴 것임을 밝힌다.)

MB표 밀어붙이기 교원평가제의 운명은?

MB정부의 교육정책별 장기적 전망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 교원평가에 대한 축소 폐지 의견이 가장 높았다. 그리고 자율형사립고와 입학사정관제가 뒤를 이었다. 이 표는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작성한 도표를 토대로 필자가 편집한 것으로 마지막 '폐지축소순위'는 필자가 추가한 항목이다.
 MB정부의 교육정책별 장기적 전망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 교원평가에 대한 축소 폐지 의견이 가장 높았다. 그리고 자율형사립고와 입학사정관제가 뒤를 이었다. 이 표는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작성한 도표를 토대로 필자가 편집한 것으로 마지막 '폐지축소순위'는 필자가 추가한 항목이다.

보고서는 향후 예상되는 사회변화에 비추어볼 때 폐지, 축소 또는 확대에 대한 장기적 정책 전망에서 교원평가가 폐지 또는 축소 의견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밝히고 있다. 교원평가에 대한 폐지 또는 축소 의견이 각각 24.7%로 나타나 다른 정책을 압도했다. 특히 교사들의 폐지, 축소 의견이 압도적이다.

MB정부가 자신들이 추진한 교육정책에 대해서 지지 근거를 만들기 위해서 실시했을 이 연구보고서가 자신들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가져오고 만 것이다.

당장 교원평가에 대한 교육감과 교사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가운데 MB표 교원평가 정책 밀어붙이기를 할 법적, 이론적 근거도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얼마 남지 않은 18대 국회가 교원평가관련법을 강행 처리하는 것도 타당성이 없어 보인다.

이래 저래 MB표 교원평가 제도의 앞날이 그렇게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덧붙이는 글 | 교육희망에도 송고하였습니다.



태그:#교원평가, #김승환, # 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