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는 오는 4·11 총선을 앞두고 이번 선거에 처음 도전하는 예비후보들의 도전기를 듣는다. 이 기획은 1987년 6월 항쟁 이후 마련된 '87년 체제'를 넘어 신자유주의 극복과 '2013년 체제'를 향한 한국정치의 길목에서 우리 국민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격전의 현장에서 제대로 된 정치를 펼 정치인에 대한 점검을 해보자는 취지로 마련된 기획이다. 깐깐한 유권자의 꼼꼼한 선택, 그 출발은 '4.11 첫 도전'으로부터 시작된다. <편집자말>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과의 전선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총선 심판이슈를 발굴하고 국민공감을 이뤄야 한다. 이명박과 제대로 각 세우기를 바란다. 뒷짐 지고 있지 말고 전선을 만들어줘야 한다. 일개 예비후보도 무엇을 하겠다는 각오가 있는데 당 지도부가 그걸 못 정해서야 되겠나."

 

전 청와대 언론기획비서관이자 이번 4·11 총선에서 서울 중랑을 지역구에 첫 도전장을 낸 양정철 예비후보가 작심하고 민주통합당 지도부에 맹공을 퍼부었다. 그는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찻집에서 진행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야성을 잃으면 야당이 아니"라며 "문제의 본질을 파헤치는 투혼을 발휘해야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야당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의 민주당이 일을 잘 못해서 싸우고 있는 현장들이 있다"며 MBC와 국민일보의 파업, 조용환 헌법재판관 인준 부결 등의 문제를 열거했다. 그는 "아무리 선거를 앞두고 있다고 해도 민주통합당이 이런 이슈들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정치적 이슈로 만들지 못하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개탄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KBS의 민주당 대표실 도청파문을 그냥 이대로 끝낼 일이냐고 묻고 그는 "MBC 김재철 사장 퇴진에 대해서도 민주통합당 내에서 일치된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며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 일과 민주통합당 지도부가 분노하는 일이 다른 모양"이라고 지도부에 일침을 놓았다.

 

이번 총선에서 중랑을에 도전장을 던진 이유에 대해서는 "새누리당 현역 의원인 진성호 의원은 알려진대로 친이계 핵심"이라며 "이명박적 가치를 대변하는 이명박의 사람과 맞붙어 이명박적 가치와 반이명박적 가치가 부딪쳐서 선택받는 상징적 지역구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순식간에 복지개념 사라지고 안보와 평화 무너져"

 

- 국회의원 선거에 처음 도전한다. 이번 선거에 나서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참여정부에 몸담았던 사람들은 이명박 정권 같은 정부가 들어선 데 대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것은 참여정부가 제대로 못했거나 제대로 하고자 하는 일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결과로 인한 것이다. 결국 결자해지의 의무가 있다. 그래서 출마했다. 둘째, 노무현 대통령이 안타깝게 서거한 뒤로 새롭게 재조명을 받고 있지만 뜻을 다 펴지 못한 노 대통령의 가치가 있다. 그 가치와 지향이 사회정치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시대적 책무를 갖고 있다.

 

셋째, 문재인 이사장과 관련된 개인 도리다. 안온한 개인적 삶을 누리고자 했던 분이 결국 험한 결심을 하게 됐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출마 결심을 할 때는 현역 의원 한 명 없이 출발했다. 문재인 이사장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문 이사장을 차기 우리 정치의 희망이 되도록 만들려면 그분과 함께하려는 사람들이 적어도 원내교섭단체 수준으로 진출해 강고한 정치적 기반이 돼야 하지 않나 싶다."

 

- 못다 이룬 노무현의 가치와 비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큰 틀에서는 민주주의와 복지, 평화의 가치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에는 국민 누구나 육두문자로 욕했지만 공포심을 느끼지 않았다. 언론자유가 만개했다. 수십 년 대치해왔던 남북이 민주정부 10년간 두 번의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 같은 안보 이슈가 돌출해도 군사교전 없이 안보가 지켜졌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순식간에 복지개념이 사라지고 안보와 평화도 무너졌다."

 

- 참여정부의 공과 과를 제대로 평가해야 차기 정권에서 개혁과제를 충직하게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민주정부 10년에 대한 성찰적 극복이 필요하다는 말을 먼저 하고 싶다. 참여정부와 노 대통령이 다 잘한 것도 아니지만 또 다 잘못한 것도 아니다. 민주정부 10년간의 공적이 재평가 받고 있는데,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성찰이 필요하다. 무엇이 부족했나 극복하는 것이 역사의 합법칙적 발전과정이다. 혁신과 통합을 주창하게 된 것도 출발은 거기에 있다.

 

참여정부 때 우리가 집권은 했지만 실질적으로 시민사회와 범진보가 하나가 되지 못했다. 이번에 그걸 해보는 차원에서 소통합 내지 중통합을 한 것이고, 조금씩 이념이 달라도 함께 할 수 있는 가치가 7:3이라면, 아니 적어도 6:4로 함께 할 수 있는 가치가 더 많다면 함께 가야 한다. 그래야 국정운영도 안정될 수 있다."

 

- 19대 국회에서 민주진보진영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다면 노무현의 가치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겠나.

"그때와 지금은 많이 다르다. 당시를 아프게 돌아봐야 할 점이 있다. 대통령과 청와대는 몇 가지 고결한 원칙주의와 강박관념이 있었다. 당정은 당연히 분리돼야 한다는 강박. 개혁입법에 대해 의논하는 것도 마치 당정이 함께 하면 부적절한 만남인 것처럼 생각했다. 꼭 그럴 필요는 없었는데 과도했다. 전체적으로 당정이 함께 국정운영을 하는 시스템이 부족했다. 이번에 집권하면 당정청이 주어진 임기 내에 제시한 공약을 책임 있게 실현해야 한다."

 

- 이번 총선에서도 야권연대를 잘 이루지 못한다면 민주진보 연대는 어려워지는 것 아닌가.

"통합진보당과의 문제가 남아 있지만 참여정부 시절의 야당 지형보다는 훨씬 유대와 연대의 끈이 강고하다. 정책적 이슈에 대한 연대전선이 그때보다는 훨씬 더 촘촘해졌다. 이번 총선에서 범야권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게 되면 1차적으로 박근혜 대세론은 무너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현재의 여권은 엄청난 자중지란에 빠질 것이며 새로운 정치적 재편과정에 돌입하게 될 것이다. 범야권은 새누리당과의 대선에서의 1대 1 구도를 만드는 노력에 가속도를 내야 한다."

 

"친이계 핵심 진성호와의 어려운 싸움에서 이기면 총선승리 값질 것"

 

- 비록 현재는 예비후보이나 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된다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할 것인가.

"첫째, 분명한 이명박 정권 심판이다. 4년간 이 정권은 그 어떤 견제도 받지 않고 독주했다. 상당히 많은 의혹과 지탄만 받았을 뿐이다. 진실이 드러난 게 없다. 5가지 사안에 대한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실시해야 한다. 정치검찰의 표적수사, 노무현 대통령까지 서거에 이르게 한 정치검찰의 추악한 실태, 한명숙 전 총리 사건으로 대표되는 정적 뒤집어씌우기, 정연주 KBS 사장 몰아내기 등 무리한 기소로 무죄판결을 받은 사건들에 대해 낱낱이 규명하고 그것이 검찰개혁의 시발점이 되도록 할 것이다.

 

두 번째는 BBK 사건이다. 이명박 대통령 및 그의 친인척 비리의혹에 대한 청문회 국정조사를 실시할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역대 정권 가운데 가장 부패한 정권이다. 세 번째는 4대강 문제다. 국가재정을 파탄내고 뒤흔든 프로젝트다. 하나의 건설 프로젝트를 갖고 국가재정을 뒤흔든 예가 없다. 환경파괴, 생태파괴, 국가적 가치, 정책적 가치를 바로 세우는 차원에서도 진상규명이 돼야 한다.

 

네 번째는 언론장악 관련 국정조사 청문회다. 캠프 관계자들을 모조리 보도국이나 보도라인 핵심에 꽂았다. 열심히 취재하던 기자들이 모두 거리로 쫓겨났다. 집권당이 되면 가장 먼저 길거리로 쫓겨난 기자들을 회사로 보내는 일을 할 것이다. 그 일을 가장 열심히 하겠다. 정치공작으로 언론이 장악되고, 언론인이 핍박받지 않도록 할 것이다.

 

마지막은 종편 문제다. 전파는 국민의 공공재인데 정권이 정권운영에 필요한 언론사에 당근 차원에서 인심을 쓰고 그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도록 특혜의혹이 제기됐다. 여론시장이 왜곡됐다. 공공재적 가치인 방송시장을 뒤흔들었다. 이 문제 역시 진실을 파헤치는 작업이 필요하다." 

 

- 이번 선거에서 서울 중랑을 지역구를 선택했다. 이유는 무엇인가.

"그 지역 현역 의원이 새누리당 진성호 의원이다. 그는 알려진 대로 친이계 핵심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이 정권에 무슨 일이 생기면 반드시 나서 온몸을 던져 여러 사람들을 공격하고 무모하게 전투를 치른다. 이명박적 가치를 대변하는 이명박의 사람인 것이다. 그 대척점에 선 사람이 나다. 중랑을을 이명박적 가치와 반이명박적 가치가 부딪쳐서 국민들에게 선택받는 상징적 지역구로 만들고 싶다. 중랑을은 강북에서도 비교적 보수적인 동네다.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 때도 강북에서 유일하게 한나라당 구청장을 배출한 동네다. 어려운 싸움에서 이기면 총선 승리도 값질 것이다."

 

- 한명숙 대표 취임 1개월이 지나고 있다. 리더십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한 사람의 당원이자 예비후보로서 대단히 조심스럽지만 걱정하는 대목이 있다. 지금의 민주당이 통합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의 혁신이었다. 통합이 먼저가 아니라 혁신이 먼저였다. 그 취지에 공감한 시민들이 80만 명이나 참여해서 돌풍을 일으켰다. 경선 대박은 그래서 가능했다. 그런데 현재 스코어를 보면 우리 국민들이 보낸 기대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역에서 선거운동을 하며 느끼는 민심도 그렇다."

 

- 어떤 점을 가장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기존의 민주당, 야당이 잘 못해서 싸우고 있는 현장들이 있다. MBC가 파업중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민일보가 파업하고 있다. 모두 언론자유를 위한 몸부림이다. 조용환 헌법재판관 인준 부결. 아무리 선거를 앞두고 있다고 해도 민주통합당이 이런 이슈들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정치적 이슈로 만들지 못하는 걸 이해할 수 없다.

 

KBS의 민주당 당 대표실 도청파문. 이게 그렇게 끝낼 일인가. MBC 김재철 사장 퇴진에 대해서도 민주통합당 내에서 일치된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는 일들과 민주통합당 지도부가 분노하는 일이 다른 모양이다. 대단히 안타깝다."

 

"친노의 귀환 아닌 민주정부 10년의 귀환"

 

- 소수야당의 한계를 성토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나.

"야성을 잃으면 야당이 아니다. FTA 집회나 한진중공업 투쟁현장에 참석해도 국민들은 다 안다. 저 분의 진심이 무엇인지를. 집회에 참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문제의 본질을 파헤치려는 노력이다. 그런 투혼을 발휘해야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야당이 될 수 있다. 과거 열린우리당 때도 국회의원 숫자는 많았다. 제대로 일했다는 평가를 못 받았다. 왜 그럴까.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의 근성과 야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리에 맞지 않은 주장을 해서 그렇지, 당시 한나라당은 그런 야성은 있었다.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

 

- 민주통합당 현 지도부가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과의 전선을 만들어야 한다. 총선 심판이슈를 발굴하고 국민공감을 이뤄야 한다. 민주통합당은 이명박과 제대로 각 세우기를 바란다. 뒷짐 지고 있지 말고 전선을 만들어줘야 한다. 일개 예비후보도 무엇을 하겠다는 각오가 있는데 당 지도부가 그걸 못 정해서야 되겠나. 뭐로 심판하고 뭐로 선택받을지 기준과 방향,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 19대 총선에서 당선되면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에 나서겠다고 했다. 왜 문재인인가.

"나의 정체성 문제다. 사람들은 내가 캐치프레이즈로 '대통령을 바꿔야 한다면 양정철', 이렇게 하니까 왜 노무현을 파느냐고 비판한다. 그러나 나는 그 분을 빼면 내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과 같다. 그게 내가 살아온 길이다. 그것은 내 정체성을 부정하라는 것인데 그럴 수는 없다. 문재인이면 민주당이 집권할 수 있다고 믿는다. 다른 사람보다 그 확신을 먼저 한 것뿐이다."

 

- 밖에는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있다. 지지도의 등락은 있으나 강력한 야권의 대선주자다. 그를 어떻게 생각하나.

"같이 가면 된다. 두 분의 관계가 대결적 대립관계가 아니다. 화합해서 선을 이룰 수 있는 관계다. 보완적 협조관계다. 두 분의 삶의 궤적을 살펴보면 자기 것을 움켜쥐고 살아온 분들이 아니다. 무엇이든 내놓고 헌신한 분들이다. 반 새누리당 전선으로 힘을 합친다면, 주변의 참모나 전술전략이 아니고 두 분이 살아온 삶의 방식에 따라 결정이 될 것이라고 본다."

 

- 한미FTA와 이라크 파병은 참여정부의 대표적 과로 평가된다. 어떻게 생각하나.

"한미FTA에 대해 끝까지 잘했다고 우길 일도 아니고, 또 어떤 사람처럼 사과하고 부정할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그렇게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처지에 놓였다고 말하겠다. 참여정부 때 그 정책결정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대통령을 잘 모시지 못한 잘못이 있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면 이해를 구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할 말은 있지만 개인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 한명숙 대표 체제 등으로 언론은 '친노의 귀환'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그렇게 보나.

"반대한다. 친노라는 브랜드 네임 자체가 과학적이지 않다. 2002년 대선 당시 언론이 친노라고 한 것은 노 대통령이 후보가 됐는데도 후단협이라는 세력을 만들고 후보를 흔들었을 때 친노 비노 반노로 구분하면서 불렀던 이름이다. 그 뒤로는 특정 패밀리가 대통령을 싸고 있는 것처럼 하는 용어로 친노를 사용했다. 그러나 지금 그 분이 안 계신 이 상황에서 500만 추모인파들을 포함해 그분을 그리워하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그 용어가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친노의 귀환이 아니고 민주정부 10년의 귀환이다. 전사들의 귀환, 근성의 귀환, 야성의 귀환이다."


태그:#양정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