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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16일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에서 열린 2012년 농림수산식품부 업무보고에서 "농민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을 넘어 정말 내 자식이 성공하도록 하듯 냉철한 애정을 갖고 지원을 하면 세계 어떤 농민보다 수준이 높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16일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에서 열린 2012년 농림수산식품부 업무보고에서 "농민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을 넘어 정말 내 자식이 성공하도록 하듯 냉철한 애정을 갖고 지원을 하면 세계 어떤 농민보다 수준이 높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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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농민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을 넘어 정말 내 자식이 성공하도록 하듯 냉철한 애정을 갖고 지원을 하면 세계 어떤 농민보다 수준이 높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필요한 시설을 지원하고, 정책자금을 낮은 금리로 지원하는 그런 것이 정책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농촌이 선진화되어야 진정한 선진사회가 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6일 경기 안양시만안구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에서 열린 농림수산식품부 업무보고에서 한 말입니다. "내 자식이 성공하도록 하듯 냉철한 애정을 갖고 지원"이라는 말에 가슴이 울컥할 것 같지만 옆에 있으면 어떻게 하고 싶을 정도로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MB "농민을 내 자식처럼 애정갖고 지원해야"

농민과 농업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이런 말은 지난달 23일 한미FTA 관련 긴급 관계장관회의에서 한 발언입니다. 농업 피해를 우려하고 있으나 피해를 보상한다는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농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농업이라고 세계 최고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했습니다. 

이런 발언을 들을 때마다 정말 이 대통령 뇌구조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고 싶은 생각이 들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농민과 농업을 위해 하는 일은 없으면서 농민을 굉장히 위하는 것처럼 말만하기 때문입니다. "자식 성공을 바라듯이 냉철한 애정을 갖고 지원"을 한다는 MB의 말을 듣고, 한우 키우기 15년째를 접어들고 있는 동생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추운 날씨에 잘 지내고 송아지 가격이 얼마니?"
"솟값이 많이 떨어져 100만 원 안팎."
"뭐 100만 원 밖에 안 나간다?"
"그래도 보상금이 9만7천 원 정도 나와요."
"보상금이 그것밖에 안 나왔다니. 모든 송아지가 다 나오고?"
"아니 6월 이후에 태어난 송아지만."
"그럼 6월 이전에 태어난 송아지는 보상금도 없네."
"그렇지요."
"100만 원 안팎이라고 했는데 올 여름과 비교하면 얼마나 떨어졌는데."
"7~8월에 비하면 절반 정도. 200만 원 안팎 나갔으니까."
"5~6개월만에 절반이나 떨어졌다니. 말도 안 된다. 500kg 이상 큰 소도 많이 떨어졌니?"
"500kg 이상 비육소는 그렇게 많이 떨어지지 않았어요. 임신우(400kg 정도 나가는 임신우)가 송아지 만큼 떨어졌어요."
"얼마쯤?"
"300만 원쯤 했는데 200만 원 안팎이니까..."

한우는 볏짚을 먹고 살아왔습니다. 한우농가들이 사료값을 아끼는데 매우 좋은 소밥이기도 합니다.
 한우는 볏짚을 먹고 살아왔습니다. 한우농가들이 사료값을 아끼는데 매우 좋은 소밥이기도 합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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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200만원 하던 송아지, 5~6개월만에 100만원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지난해 구제역이 오기 전까지만해도 그러저럭 괜찮았습니다. 아니 구제역 때도 한우가 직격탄을 맞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값이 이렇게까지 폭락할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그런데 송아지 한 마리에 100만 원이라니. 송아지 한 마리를 키우기 위해 들어가는 정성은 이루말할 수 없습니다. 추운 겨울에는 옷을 입혀주고, 불까지 지펴주어야 합니다. 새끼를 낳을 때는 밤을 새워가며 지켜야 합니다. 밤하늘을 벗삼아 밤샘하는 일 보통 일이 아니지요. 자식처럼 키우지 않으면 송아지는 제대로 자랄 수가 없습니다. 

"사룟값은?"
"지난해에 비하면 25% 정도 올랐어요."
"25%가 올라? 솟값은 엄청 떨어졌는데 사룟값은 올라? 한 달에 사룟값이 얼마 정도 들어가니?"
"800만 원 정도 돼요."
"800만 원? 1년에 1억 원이 넘네."
"예. 그래도 나는 조사료(풀과 볏짚따위)를 직접 만드니까 조금 낫지."
"올해는 완전 적자이겠구나."
"적자까지는 안 갔지만 많이 어렵지요. FTA가 걱정이에요. 1년쯤은 더 고생해야겠어요." 

지난해 4월 소가 90마리였는데 1년 8개월 만에 40여 마리가 늘어 이제 130여 마리가 됩니다. 40여 마리를 늘린 동생이 얼마나 대견한지 모릅니다. 그런데 더 늘리고 싶어도 치솟는 사료값과 떨어지는 소값때문에 늘릴 엄두가 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워낙 성실하고, 연구를 많이 하는 동생이라 한우 등급이 높아 다른 사람보다는 높은 값을 받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사료값은 25%나 오르고, 소값을 떨어지고

아무리 연구하고, 성실해도 한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한우 키우는 환경이 너무 열악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선진화, 선진화"하면서 경쟁력을 갖추면 선진국 농민들과 겨루 이길 수 있다는 헛소리만 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을 지원했던 그 정성과 열정 그리고 온갖 특혜 100분의 1만이라도 농민과 농업을 위한다면 농촌이 이렇게까지 망가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동생에게 이 대통령이 했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농민을 자식처럼 사랑해야 한다고 하더라."
"허허허허..."

MB는 절망은 안겨주지만 내일이라는 희망 포기하지 않아

동생의 웃음은 이 대통령에게 대한 기대를 접었다는 뜻입니다. 아마 대부분 농민들이 동생처럼 이명박 정권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접었을 것입니다. 희망이 아닌 절망만 안겨주는 이명박 대통령 또 내일은 무슨 말로 농민들 마음에 대못을 박을지 모르겠습니다. 농민의 가슴에 대못 박다가 언젠가 큰 코 다칠 것입니다.

그래도 동생은 절망하지 않습니다. 15년 전 아버지가 물려준 한우 3마리를. 동생은 내일라는 희망만을 바라보면서 130마리로 늘렸습니다. MB는 절망만 안겨줄지라도 내일은 또 해가 뜹니다. 동생은 그 희망을 거두지 않고 꾸역꾸역 앞으로 나아갑니다. 자식같은 한우와 함께.

동생은 이 녀석들과 함께 절망하지 않고 꾸역꾸역 앞으로 나아갑니다.
 동생은 이 녀석들과 함께 절망하지 않고 꾸역꾸역 앞으로 나아갑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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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명박, #한우,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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