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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의원 정수재단 사회 환원하라"
<부산일보> 노조, '정수재단 사회 환원 촉구' 상경 투쟁
<부산일보> 특별취재팀, "총선·대선 앞두고 언론 공정성 확립 필요"

이호진 전국언론노동조합 부산일보지부장은 지난 17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대통령이냐 정수재단이냐. 박근혜 의원은 선택하라”는 내용으로 1인시위를 벌였다.
 이호진 전국언론노동조합 부산일보지부장은 지난 17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대통령이냐 정수재단이냐. 박근혜 의원은 선택하라”는 내용으로 1인시위를 벌였다.
ⓒ 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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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것이 왔다. 목소리는 여러 갈래로 들려오지만 공통분모는 하나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를 향한 목소리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수재단 문제를 제기할 뿌리를 잘라내려 하지만 말고, 정수장학회를 사회에 완전히 환원하고 대선에 출마하라는 목소리가 PK민심을 대변하는 유력 언론사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대세론'에 빨간불이 켜졌다. 가뜩이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1500억 원 규모 사재출연이 정치권을 강타하면서 여론의 흐름이 급격히 바뀌고 있는 판국이다. 그런데 악재성 변수가 다른 곳도 아닌 한나라당 텃밭에서 불거졌다. '박근혜 대세론 역류현상'에 힘을 보태는 양태다. 

안 원장의 재산 기부 발표이후 여론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 박 전 대표의 대세론을 크게 위협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급기야 역전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매일경제>가 21일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 안 원장의 지지율은 47.1%로 박 전 대표의 지지율 39.9%를 7.2%포인트 앞섰다. 특히 안 원장의 지지율은 같은 조건으로 실시된 지난 9월 조사(35.6%) 때보다 11.5%포인트나 급등했다.

최근 정치권을 강타한 안철수 바람이 10·26 재보궐선거가 끝나면 잦아들 것이라는 여권의 기대와는 달리 시간이 갈수록 더 거세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매일경제>·<MBN>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18일부터 19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000명(만 19세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여론조사의 가상 양자대결에서 안 원장을 지지하겠다고 응답한 사람은 47.1%, 박 전 대표를 지지하겠다고 밝힌 사람은 39.9%로 나타났다. <매일경제> < MBN > <한길리서치> 국민여론조사의 대선 양자 대결 설문에서 안 원장이 박 전 대표를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앞서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14일부터 18일까지 5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375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와 유선전화(휴대전화 20%, 유선전화 80%) 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대선후보 지지율 다자구도에서 안철수 원장이 1위로 올라섰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 안 원장은 6.1%포인트 상승한 30.9%를 기록, 처음으로 30%대로 진입하면서 26.0%를 기록한 박근혜 전 대표를 4.9%포인트 격차로 앞서면서 3주 만에 다시 1위로 올랐다. 안 원장이 주식의 절반을 기부하겠다고 입장 발표한 15일 이후부터 지지율이 급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3위는 문재인 이사장(9.4%)이 차지했고, 4위는 손학규 대표(3.2%)로 나타났다.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1.6%p였다.

또한 <뉴시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와 공동으로 지난 15일 실시한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를 묻는 다자구도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원장은 그동안 부동의 1위를 지켰던 박근혜 전 대표와 함께 33.7%로 공동 1위에 올랐다. 이 같은 조사결과는 지난달 27일 <뉴시스> 조사와 비교할 때 안 원장의 지지율은 7.1% 상승한 반면,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1.9%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박근혜, 말로만 정수재단 환원"... 기사화 놓고 노-사 신경전 '팽팽'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가 지난 17일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내용을 다룬 <기자협회보> 기사.(인터넷신문 캡쳐)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가 지난 17일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내용을 다룬 <기자협회보> 기사.(인터넷신문 캡쳐)
ⓒ 기자협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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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전국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는 지난 17일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전국언론노조와 함께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의 화두는 박근혜 전 대표와 정수재단과의 관계가 주를 이루었다. 이날 노조는 "집권여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의원은 말로만 정수재단을 사회에 환원했다"면서 "자신을 보좌하던 비서관을 이사장으로 앉히고 소유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성토했다.

<부산일보>는 18일 '특별취재반'의 이름으로 재단법인 정수장학회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신문사는  1면에 '부산일보 노조, 정수재단 사회환원 촉구'란 제목의 스트레이트 기사와 2면 '총선·대선 앞두고 "언론 공정성 확립 필요"'란 해설기사를 실어 시선을 끌었다.

기사는 일련의 상황에 대해 "언론으로서의 공정성 확립이 절실하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풀이했지만, 강경한 태도에 사측이 고분 고분할 리 만무하다. 이날 경영진은 회사의 이익에 반한다며 박근혜 의원 비판이 담긴 기사 게재를 막아 신문발행이 2시간 넘게 지연되는 등 편집권 침해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부산일보> 기자협회와 노조에 따르면 편집국은 이날 오전 회의에서 노조가 전날 서울에서 개최한 '정수재단 사회환원 촉구' 기자회견 및 1인시위 내용을 지면에 반영키로 결정했으나 사측은 "내부 사정이 신문에 실리면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킨다", "회사의 이익에 좋을 게 없다" 등의 이유로 기사 게재를 반대, 이 과정에 석간인 <부산일보> 초판 인쇄가 2시간이나 지연됐다는 것. 결국 기사는 편집국이 처음 계획했던 대로 1면 스트레이트와 2면 해설기사로 비중 있게 다뤄졌지만 앙금의 불씨는 남아 있는 상태다.

정수장학회가 무엇이기에 <부산일보> 종사자들이 상경투쟁을 벌이는 등 내부적으로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을까. 자세히 들여다보면 골간은 어제 오늘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 오랫동안 내재돼 온 앙금이 표면화됐을 뿐, 언제 터질지 모를 화산과도 같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언론으로서 공정성 확립을 위해 제기하고 나선 데는 그동안 많은 고민과 갈등, 종사자들의 용기가 전제됐음이 읽힌다.

시대의 변천에 따라 정치적 상황은 바뀌어도 근원과 근본은 바뀌지 않음을 동시에 읽을 수 있다. 정수장학회가 박근혜 전 대표에게 대선을 앞두고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는 그동안 쟁점화 된 몇 가지 사례를 복기해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사례1] 정수장학회 전신, 부일장학회는 왜 해체됐을까?

쿠데타군을 이끌고 시청 앞에 도착한 박정희 소장과 일행들. 박정희 왼쪽은 박종규, 오른쪽은 차지철.
▲ 5.16군사쿠데타 주역들 쿠데타군을 이끌고 시청 앞에 도착한 박정희 소장과 일행들. 박정희 왼쪽은 박종규, 오른쪽은 차지철.
ⓒ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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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에는 오래 전 '부일장학회'가 있었다. (주)삼화, <부산일보> <한국문화방송> 등을 창업한 고 김지태 전 국회의원(2,3대)이 1958년 설립한 재단이다. 김씨는 부산 출생으로 부산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광복 직후 조선견직한국생사를 창립하여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사, 생사수출조합 이사장, 한국생사회 회장에 이어 <부산일보> 사장, 국회의원 등을 지낸 부산의 정-재-언론계를 아우른 인물이었다.

김씨는 1952년 삼화고무를 창업하여 대기업의 기초를 다지면서 1972년 삼화고무회장직에 올랐다. 이어 1973년 대한판지를 창업하고 동방증권을 인수하면서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을 역임하는 등 재계의 거물로 성장한다. 그는 또한 언론계에도 관여하여 1948년 <부산일보> 사장, 1958년 <한국문화방송> <부산문화방송> 사장 등 중책을 역임, 경제계와 언론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바탕으로 1950년 제2대 민의원선거 때 부산갑구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당선된다.

당선 뒤에는 자유당에 입당하고, 1964년 제3대민의원선거에서도 자유당으로 출마하여 연거푸 당선된다. 그는 삼화플라스틱·자명 해외건설회사 등과 기존의 업체를 통합하여 1979년 삼화그룹을 형성하여 그 회장에 취임하고, 1980년 명예회장직을 맡아 사업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1962년 중앙정보부(국정원의 전신)에 의해 강제로 부일장학회를 국가에 헌납하게 되고 부일장학회는 해체됐다. 박정희 군부정권에 미운털이 박혀도 단단히 박힌 모양이다.  

이른바 '부일장학회 헌납사건'으로 지금의 <부산일보> 노-사 앙금의 불씨는 던져졌다. 1961년 5·16 쿠데타 직후 김씨는 부정축재 혐의로 구속되고, 1962년 석방의 대가로 그가 소유한 <부산일보> <한국문화방송> <부산문화방송>의 주식과 장학사업을 위해 준비해둔 토지 등을 강압적으로 국가에 기부하도록 한 사건이다. 박정희 정권은 기부 받은 재산을 토대로 '정수장학회'를 설립했다.

[사례2] 횡령·탈세 의혹 제기에도 굳건한 정수장학회, 배후에 누가?

정수장학회의 원 소유주인 고 김지태 이사장의 차남 김영우씨가 2007년 6월 12일 염창동 한나라당사에서 정수장학회 이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박근혜 후보의 업무상횡령과 건강보험료 미납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정수장학회의 원 소유주인 고 김지태 이사장의 차남 김영우씨가 2007년 6월 12일 염창동 한나라당사에서 정수장학회 이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박근혜 후보의 업무상횡령과 건강보험료 미납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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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 군사 쿠데타 이후 중앙정보부가 개입해 부일장학회가 강제로 국가에 헌납하게 된 이후 곧바로 정수장학회가 출범하게 된다. 부일장학회 설립자인 김씨의 가족들에 따르면 5ㆍ16 이듬해인 1962년 국내재산 해외도피 혐의로 구속된 김씨는 정수장학회의 모태가 된 부일장학회의 땅 10만여평과 <부산일보> 주식 100%, <한국문화방송> 주식 100%, <부산문화방송> 주식 100%를 군사정권에 넘겼다.

부일장학회는 이후 '5·16장학회'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1982년 박정희 대통령과 부인 육영수 여사의 이름을 한 자씩 따 현재의 재단법인 '정수장학회'로 바뀌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헌납과정의 강제성 여부. 서류상으로는 김씨가 자진 납부한 것으로 돼 있지만, 김 씨의 유가족들은 군부세력이 빼앗아 갔다고 주장해 왔다. 

김씨는 자서전 <나의 이력서>(1976년)에서 당시 정황을 설명하며 강제로 헌납했다고 털어놓고 있으며, 그의 장남인 김영구씨도 "감옥에 갇힌 상태로 수갑이 채워진 채 포기각서를 쓴 만큼 명백한 강탈"이라고 주장했다. 그 후 30여년의 시간이 흐른 2007년 6월 12일. 부일장학회 설립자인 김씨의 차남 김영우씨가 이날 오전 서울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를 방문해 '박근혜 전 대표의 정수장학회 이사장 재임시절 관련 의혹 규명을 요구하는 검증요청서를 검증위에 제출할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이날 <연합뉴스>는 "박 정수장학회 횡령·탈세 의혹"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정수장학회 이사장 재임시절 업무상 횡령, 탈세, 건강보험료 미납 등의 비리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며 "부일장학회(정수장학회 전신) 설립자인 고 김지태씨의 차남 김영우(65.한생산업 회장)씨는 12일 한나라당 염창동 당사에 설치된 대선후보 검증위원회를 방문, 이 같은 의혹을 담은 검증요청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김씨는 요청서에서 "박 전 대표는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지난 98년 이후 정수장학회에 출근할 형편이 되지 않으면서 국회의원으로 세비를 꼬박꼬박 받고 정수장학회 상근 이사장 자격으로 연 2억5천만원의 급여를 수령했다"면서 "업무상 횡령죄에 해당하지 않는지 검증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특히 언론 기사를 인용, "99년 외환위기 상황에서 정수장학회가 구조조정 차원에서 직원상여금을 1100%에서 600%로 대폭 줄였으나 박 전 대표는 비상근직에서 상근직으로 바뀌면서 연봉이 1억3500만원에서 2억5350만원으로 늘었고 상근직임에도 사실상 출근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업무상 횡령죄는 공소시효가 7년"이라며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면 (당이) 수사기관에 형사처벌을 의뢰해 달라"고 요구했다. 김씨는 또 "박 전 대표는 상근이사장 재임 1년 9개월 동안 건강보험료 1335만원을 내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며 "탈세 의혹도 있는 데 과연 이런 분이 서민의 아픔을 이해하고 법질서를 세우자는 주장을 할 자격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정수장학회 반환을 원하느냐, 박 전 대표의 대통령 당선을 막으려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지금도 장학회를 틀어잡고 주지 않는 데 대통령이 되면 내줄 리가 없다"고 대답했다. 정수장학회는 그럼에도 불굴하고 지속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 운영돼 왔다. 정수장학회는 <문화방송> 주식 30%와 <부산일보> 주식 100%를 현재까지 소유하고 있다. 정수장학회 이사장으로 있던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2005년 2월에 정수장학회 이사장직을 공식 사퇴했다.

[사례3] "정수장학회, 문화방송·부산일보에 의해 실질적 운영?"

"문화방송·부산일보 주식 26만주. 예금 185억원. 서울 경향신문사 터 723평. 국가에 강탈된 1962년 당시 국내 최대 장학회였던 부일장학회(현 정수장학회)는 45년이 지나면서 초대형으로 몸집을 불렸다. 정수장학회는 지난해 대학생 460여명, 고등학생 300여명에게 장학금 26억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이 장학금은 사실상 장학회 재산에서 나온 게 아니라 문화방송과 부산일보의 지원금으로 충당돼 왔다."

2007년 6월 9일. <한겨레>가 '정수장학회 어떻게 운영되나'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정수장학회가 <문화방송>과 <부산일보>에 의해 실질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박정희 사람들'이 요직에 있음을 고발한 내용이어서 충격을 주었다.

"문화방송은 지난해 정수장학회에 20억원을 지원했고, 적자를 내고 있는 부산일보도 8억원을 지원했다"는 기사는 "장학회는 그동안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 등을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며 언론단체 등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장학회의 '실세'로 지목해 온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박 전 대통령 동서인 조태호씨와 딸인 박 전 대표가 각각 5·8대 이사장을 지냈고, 이후락(83) 전 중앙정보부장, 박준규 전 부산일보 사장, 진혜숙 전 청와대 총무비서 등 박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이사를 지냈다. 박 전 대통령의 대구사범학교 동기인 조증출 전 부산문화방송 사장과 왕학수 전 부산일보 사장도 이사로 활동했다."

그러나 2005년 2월 박 전 대표가 이사장직에서 물러난 뒤 1974년 박정희 전 대통령 의전·공보비서관을 지낸 최필립(84) 전 리비아 대사가 이사장에 선임돼 현재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당시 <한겨레>는 기사에서 "최 이사장은 2002년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을 탈당해 한국미래연합을 만들었을 때 운영위원으로 일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박 전 대표는 <부산일보> 주식 100%를 보유하고 있는 정수재단 이사장을 맡아오다 2005년 물러났으나 청와대에서 자신을 보좌했던 비서관 출신 최씨가 후임 이사장을 맡음으로써 그 동안 언론계와 시민사회 등으로부터 "간접 소유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것이다.

이 때문일까. 2011년 5월 16일 <부산일보> '정수장학회, 장학증서 수여'란 제목과 사진 기사가 눈에 띈다. '625명에 33억 원 전달'이란 부제와 함께 보도한 기사는 "5월 14일 충북대 개신문화관에서 열린 '2011학년도 장학증서 수여식'에서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며 "정수장학회는 이날 수여식에서 대학생과 대학원생 395명, 고등학생 123명, 해외학생 107명 등 총 625명에게 장학금 33억 원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수여식에는 최필립 이사장, 부산일보 김종렬 사장, MBC 김재철 사장, 충북대 김승택 총장, 행복세상 김성호 이사장 등 각계 인사 50여 명과 장학금 수혜 학생, 학부모 등 600여 명이 참석했다"며 정수장학회가 제공한 사진도 함께 실었다.

[사례4] <부산일보> 노조, 정수재단 사회 환원 거듭 촉구... 왜? 

<부산일보>가 18일 내보낸 정수장학회 관련기사.(인터넷신문 캡쳐)
 <부산일보>가 18일 내보낸 정수장학회 관련기사.(인터넷신문 캡쳐)
ⓒ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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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는 17일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전국언론노조와 함께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수재단의 사회 환원을 강력 촉구했다. 대선을 1년여 앞둔 시점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노조는 "박근혜 의원은 말로만 정수재단을 사회에 환원했다"면서 "자신을 보좌하던 비서관을 이사장으로 앉히고 소유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노조는 "박 의원이 평소 그토록 강조하는 신뢰와 원칙에 어긋나는 일 아니냐"고 반문한 뒤 "앞에서는 번듯하게 말하고 뒤로는 집착의 끈을 놓지 않는 두 얼굴의 지도자로는 대선에서 희망이 없고, 만약 당선되더라도 나라의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호진 <부산일보>지부장은 기자회견에서 "재단과의 관계 재설정을 요구하는 노조에 부산일보 사장이 징계 등 초강수를 들고 나오는 것은 대선을 앞둔 사전정지 작업"이라며 "명목상의 이사장과 사장을 내세워 부산일보를 간접통치하고자 하는 시도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강택 전국언론노조위원장을 비롯해 전종휘 한겨레신문지부장, 강진구 경향신문지부장, 이송 신문통신노조협의회 의장, 김유경 전자신문지부장 등 언론사 노조위원장들은 '정수재단 사회 환원'을 위한 부산일보 조합원들의 투쟁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연대 투쟁할 것임을 밝혀 언론계 전반으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실질적인 운영권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사장직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나와 무관하다'고 발뺌하는 것이 박근혜의 원칙이냐"며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며 측근을 이사진으로 구성한 이명박 대통령의 청계재단과 다른 점이 뭔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한편 <부산일보>는 사장후보추천제 도입을 요구하며 조합원을 대상으로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는 이유로 이호진 지부장을 징계위에 회부해 안팎의 따가운 비판을 받고 있다.
 
<부산일보>지부는 지난 10일 정수장학회로부터의 독립에 대한 사원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부산일보 사측은 '경영권 침해'라며 이호진 부산일보 노동조합 위원장을 징계위에 회부했다. 그러나 <부산일보>는 18일 이례적으로 '총선·대선 앞두고 "언론 공정성 확립 필요"'란 제목의 기사에서 "부산일보 노조가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함께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상대로 재단법인 정수장학회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데는 언론으로서의 공정성 확립이 절실하다는 인식 때문으로 풀이된다"며 정수재단 사회 환원의 촉구 배경과 전망 등을 보도했다.

기사는 주된 배경으로 "지난 2004년 4월 박근혜 의원이 한나라당 대표를 맡아 치렀던 17대 총선 당시 부산일보의 논조에 대해 안팎으로부터 공정성 시비가 거세게 불거졌었다"며 "이 사례에 비춰 볼 때 박 전 대표가 직접 후보로 나설 것이 유력한 대통령 선거 국면이 되면 또다시 공정보도 논란이 불거질 우려가 매우 높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사는 이어 "박 전 대표는 부산일보 주식 100%를 보유하고 있는 정수재단 이사장을 맡아오다 지난 2005년 물러났으나 청와대에서 자신을 보좌했던 비서관 출신 최필립(84)씨가 후임 이사장을 맡음으로써 그 동안 언론계와 시민사회 등으로부터 '간접 소유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짚었다.

또한 기사는 "지난 2006년 대통령 직속 '국정원 과거사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부산지역 유력 기업인이던 김지태씨 소유의 부산일보 등 언론사와 부동산 등을 5·16 쿠데타 정권이 강제 헌납 받았으므로, 이 헌납 재산을 기반으로 설립된 5·16장학회(이후 정수장학회로 명칭 변경)의 재산을 원소유주에게 돌려주거나 손해를 배상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신문의 분석처럼 유력한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에게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정수재단 문제가 대선 1년을 앞두고 일찌감치 불거짐으로써 시민사회는 물론 정치권에서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그러나 정작 신문사 내부는 그렇지 않다. 정수재단이 쥐고 있는 '경영진 선임권'을 민주화하자고 요구해 온 노조측을 징계하겠다고 나섬으로써 오히려 정수재단 문제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수재단 문제를 제기할 뿌리를 잘라내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내부에서 확산되는 이유다.

본격적인 대권레이스 출발점에 서기도 전에 박 전 대표가 정수장학회의 뿌리를 잘라내고 출발할지, 또 잘라낸다면 육영재단과 영남학원 등과의 관계는 어떻게 정리하고 넘어갈지, 가리고 도려낼 곳이 많다는 점이 큰 정치적 변수다.


태그:#부일장학회, #정수장학회, #박근혜, #박정희,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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