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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박물관 상설전시실
 서울대학교 박물관 상설전시실
ⓒ 양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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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다니다 보면, 한번쯤은 그 존재를 알게 되는 곳, 대학 박물관. 그러나 몇몇 대학을 제외하고는 박물관은 학생들에게 '존재만 아는 곳'이 되어 간다. 이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1982년도 <동아일보>에서도 '대학 박물관 이름만 있고 구실 못한다'라는 기사를 낸 적이 있다.

기자 역시 학교에 다닌 지 6년째이지만 학보사 시절 행사 취재로 두 번, 공강 시간에 한 번밖에 가본 적이 없다. 총 세 번이지만, 이 정도면 많이 간 거란다. 많은 대학생들은 "예비대학 때 선배들이 소개할 때 빼고는…", "동문회 행사할 때 동문들이 박물관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것은 봤다"고 하는 실정이다. 이런 위치에 놓인 대학들의 박물관. 이대로 계속되어야 할까?

대학박물관 '있는 것만 알아요'... 보존 위해 출입 막아놓기도

학생들에게 대학 박물관은 '이름으로만 기억되는 곳'이다. 평소 박물관에 자주 다닌다는 A대학의 김지원(23)씨 역시 "많은 박물관에 가봤지만, 학교 박물관은 전시품이 바뀌는 일도 없거니와 홍보가 전무하다"고 대학박물관 관리의 안일함을 말했다.

한편, 박물관의 존재 자체에만 의의를 두고 운영하는 대학도 존재한다. 서울에 위치한 B대학 박물관의 관계자는 "개관 시간이 짧고, 명목상으로 운영하고 있어 방문인원은 거의 없는 편"이라고 밝혔다. 또, 한국외국어대학교 세계민속박물관의 경우는 보존에만 의의를 두고 있어, 학생들이나 지역주민들의 출입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대학박물관을 잘 운영하고 있는 곳도 있었다. 서울대학교 박물관은 학생들과 시민들을 포함해 연간 10만 명 가량이 방문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선일 학예사는 "학생들뿐 아니라 중·고등학생들이 견학차원에서도 많이 온다"며 "기획전시 형태로 한 학기에 한 번씩 전시물품도 바뀐다"고 말했다. 한양대학교 박물관은 올해 10월까지 2만 7000여 명이 방문했으며, 1년에 1~2번 정도 전시물품이 바뀐다.

대학박물관의 '건강한 생존'을 위해 필요한 두 가지

숙명여자대학교의 '자수'박물관.
 숙명여자대학교의 '자수'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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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만 차지하고 있는 대학박물관이 갈 길은 무엇일까. 그 해결책 중 하나는 '참신한 프로그램 마련'이다. 대부분의 대학박물관은 지역주민에게 무료로 개방되어 있으나, 학생들의 지적과 같이 '재미'가 없어 가지 않는다. 건국대학교 캠퍼스로 운동을 자주 나오는 이도숙(43, 서울 광진구)씨는 "학교에 박물관이 있어, 아들과 함께 가보았지만 볼 것이 없어 10분만에 나왔다"며 "흥미를 느낄 수 있을만한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앞서 예로 든 서울대학교 박물관의 경우 지역주민에게 개방된 프로그램이 많은 편이다. 수요강좌 프로그램은 매주 수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공개강좌 형태로 무료로 진행된다. 이 강좌는 관악구청과 연계되어 홍보가 잘 되어 있으며, 한 번 강좌에 100여 명 정도가 참여한다. 또 한양대학교 박물관은 문화유적 답사나 목요 영화상영회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 '박물관의 특성화'가 있다. 숙명여자대학교 박물관은 '자수박물관' 등의 특성화로 많은 방문객을 유치하며, 가톨릭대학교의 경우도 '전례박물관'을 운영해 가톨릭의 역사 등을 다루고 있다. 경북대학교 자연사박물관이나 부산여자대학교 차박물관 같은 예도 있다.

학생들에게 잊혀진 곳이 된 대학박물관, 이제는 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학생들과 주민들이 어우러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고, 각 대학만의 특성을 가진 박물관으로 거듭난다면, 힘든 일은 아닐 듯하다. 대학교에 위한 박물관들의 위상이 더 높아지고, 더 친숙한 공간이 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양태훈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기자단 '오마이 프리덤'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박물관, #대학박물관, #서울대학교, #주민개방, #특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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