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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여왕 김연아 선수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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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주간지 <슈칸신초(週刊新潮)>의 '김연아 관련 보도'가 국내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최근 <슈칸신초>는 발행된 잡지에서 '한류에 편승한 김연아가 대행사를 통해 일본 아이스쇼를 추진했는데, 일본 스케이트연맹의 저지로 아이스쇼가 무산됐다'는 내용을 실었다.

이 <슈칸신초>의 기사는 25일 국내언론이 인용 보도하며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기사 내용 중에는 김연아 선수와 가족을 한류 붐을 이용해 돈을 버는 것처럼 묘사하는 대목이 논란이 되고 있다.

또 문제의 기사에는 익명의 일본 빙상경기연맹 임원 발언도 들어가 있어, 발언을 둘러싸고 '진실논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연아의 소속사인 올댓스포츠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슈칸신초>의 보도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일본 아이스쇼를 추진한 사실이 없다. 그동안 일본 언론사 쪽에서 기자회견 요청이 몇 번 있었으나 모두 거절했다. (일본의) 아이스쇼 참가 요청이나 일본 아이스쇼 개최와 관련한 논의는 전혀 없었다."

<올댓스포츠>는 <슈칸신초>의 보도와 관련, 대한빙상경기연맹에 일본빙상연맹에서 문제의 발언을 했는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26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사실관계 확인과 사과 요구 등에 대해) 아직 논의중이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소녀시대, 배용준, 김연아까지... 일본 <슈칸신초>의 '반한류 보도'

엔타메스쿠프 (http://entameblog.seesaa.net/)에는 객관적이지 못한 '슈간신초'의 김연아 관련 기사가 올라와있다. 제목이 '김연아를 일본에서 쫓아내자'는 제목의 글은 5만여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사이트 랭킹 1위의 뉴스로 올라와 있다.
 엔타메스쿠프 (http://entameblog.seesaa.net/)에는 객관적이지 못한 '슈간신초'의 김연아 관련 기사가 올라와있다. 제목이 '김연아를 일본에서 쫓아내자'는 제목의 글은 5만여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사이트 랭킹 1위의 뉴스로 올라와 있다.
ⓒ 엔타메스쿠프 사이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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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칸신초>는 일본내 대표적인 황색 저널리즘으로 꼽힌다. 이번 <슈칸신초>의 보도 내용은 기사 속 관계자들이 모두 익명처리되어 있고, 또 다른 당사자인 김연아 측의 입장이 담겨 있지 않아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슈칸신초>는 이전에도 반한류 관련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내보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다. 2010년 12월, 배용준에 대해 '拝金(배금, 돈을 숭배하는) 욘사마 인기 급락을 증명'이라는 요지의 보도로 논란을 일으켰고, 최근 '소녀시대 멤버들 사이에 분열의 불씨가 지펴지고 있다'는 보도로 또 한번 도마에 올랐다. 한편 2009년 1월에는 1987년 있었던 <아사히신문> 테러사건과 관련해 거짓 수기를 실어 신뢰성을 잃기도 했다.

동계 올림픽 피겨 챔피언 김연아 선수
 동계 올림픽 피겨 챔피언 김연아 선수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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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칸신초> 기사는 김연아 측이 추진한 적이 없다고 밝힌 일본 아이스쇼에 대해 '한밑천(一儲け)' 벌기 위한 것이라고 원색적으로 표현했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 피겨스케이터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표현이다. 일본 스케이터들 역시 아이스쇼 참가를 위해 타국을 수시로 드나들기 때문이다.

아사다 마오, 안도 미키, 아라카와 시즈카 등이 이미 한국에서 공연을 펼쳤다. 또 적잖은 일본의 안무가, 코치들이 수시로 한국을 찾아와 레슨을 하고 있다. <슈칸신초>의 보도 표현을 따르자면, 결국, 일본 스케이터과 코치들이 '한밑천을 벌기 위해' 한국에 오는 셈이다.

하지만 일본 내 많은 독자들은 정확한 팩트(Fact)를 알려고 하기 보다는 <슈칸신초>의 악의적 기사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김연아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쏟고 있다. <슈칸신초>의 기사는 현재 엔타메스쿠프alfalfalfa 사이트 등에 인용돼 많은 일본인들에게 읽혔다.

일본 누리꾼 "김연아도, 김태희도 일본에 들어오지마!"

'엔타메스쿠프' 사이트에서는 '김연아를 일본에서 쫓아내자(キム・ヨナを日本から締め出し!日本スケート連盟激怒で日本選手と共演拒否)'라는 원색적인 제목이 붙은 글이 현재, 조회수 5만을 훌쩍 넘으며 랭킹 1위에 올랐다. 관련 글에 달린 비난 댓글만 해도 200여 개에 달한다. alfalfalfa 사이트에 달린 수백개의 댓글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일본 한 사이트의 김연아 비난 기사 관련 댓글 (alfalfalfa 사이트 화면캡처)
 일본 한 사이트의 김연아 비난 기사 관련 댓글 (alfalfalfa 사이트 화면캡처)
ⓒ alfalfalfa 사이트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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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댓글 상당수에서는 비단 김연아뿐만이 아닌, 김태희 등 한국 스타들에 대한 반한류 정서가 깊게 묻어나고 있다.

キムヨナもキムテヒも日本に入れるな!
(김연아도 김태희도 일본에 들어오지마)

 キムヨナ以外も入れるな。金儲けする朝鮮人なんて何の魅力もないんだから
(김연아 이외에도 들어오지마. 돈버는 조선인 따위 매력이 하나도 없으니까)

二度と日本に来るなフィギュア界の癌
(두 번 다시 일본에 오지마 피겨계의 암)

- 엔타메스쿠프 사이트 내의 비난댓글

<슈칸신초>의 '김연아 보도'의 경우, 일본 빙상연맹에서 먼저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하지만 일본빙상연맹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또 있다. <슈칸신초>의 기사 중 일본 빙상연맹의 인용 멘트가 들어가 있는 부분(김연아가 일본에서 아이스쇼를 열려 했으나 일본빙상연맹에서 자국 선수들의 출연을 막았다)은 반드시 진위여부가 밝혀져야 한다. 

"반한류의 배경은 열등감... 유연하게 대처" 

일본 언론의 한류 스타 비난과 일본 누리꾼들의 반한류 댓글의 배경은 무엇일까? 김웅기 교수(홍익대 국제경영학과 일본전공)는 일본의 '김연아 비난 보도 행태'와 최근의 '반한류 정서'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슈칸신초>는 아니면 말고식 보도를 하는 일본의 옐로 페이퍼다. 원래 그런 신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에 동조해 반한류 감정이 거세다는 점이다. 이는 최근, 일본에 희망이 보이지 않고 자신감을 잃어가는 상황과 관련이 있다. 한국에 대한 열등감이 최근, 일본의 반한류 정서를 키우고 있다."

김 교수는 한류 스타가 아닌, 피겨 스케이터 김연아가 왜 일본의 반한류 정서의 중심에 서게 됐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2010 동계 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금메달을 따낸 것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피겨에 많은 투자를 한 일본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김연아의 경우, 일본의 자존심과 같던 올림픽 피겨 종목에서 아사다 마오를 꺾었다. 일본인 입장에서 보면 김연아가 일본을 무너뜨린 것이다. 그렇기에 일본인들은 (과장된 보도로) 폄훼를 해서라도, 그에 대한 보상을 받고 싶어한다. '김연아가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우리를 이겼다'고 위안을 얻고 싶어하는 심리다."

근거없는 <슈칸신초>의 김연아 기사가 랭킹 1위에 올라와 있는 엔타메스쿠프 사이트, 이런 반한류 정서에 대해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열등감'이 손꼽힌다.
 근거없는 <슈칸신초>의 김연아 기사가 랭킹 1위에 올라와 있는 엔타메스쿠프 사이트, 이런 반한류 정서에 대해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열등감'이 손꼽힌다.
ⓒ 엔타메스쿠프 사이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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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온라인에 만연한 반한류 정서에도, 열등감이 자리잡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는 반한류의 중심에 소외받은 '로스트 제너레이션(잃어버린 세대)'이 있다고 손꼽는다. 

"인터넷, 특히 2CH 등의 커뮤니티에 모여 한국을 비난하는 이들은 젊은이들보다 30, 40대가 많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30, 40대는 일본의 버블 경제 이후, 소외감을 겪은 세대다. 이들에겐 폐쇄감, 패배감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런 일본의 로스트 제너레이션(잃어버린 세대)에게 김연아, 김태희, 배용준이라는 대한민국의 아이콘은 공공의 적이 됐다."

일본의 '잃어버린 세대'는, 한창 잘나가던 일본 경제의 몰락을 몸소 체감한 이들이다. 일본 경제는 1985년 G5(주요 5개국) 재무장관 회의에서 플라자 합의라는 직격탄을 맞는다.

한창 잘나가던 일본 경제는, 플라자 합의의 주요 내용인 '엔고(엔화가치 상승) 직격탄'을 맞고, 부동산 가격 폭락 등의 경제 불황에 빠져든다. 이어진 장기 불황과 높은 실업률이 일본 사회 전체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게 했다. 이런,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10년'이 자신감이 결여된 '잃어버린 세대'를 만들었다는 진단이다. 김 교수는 일본에 부는 반한류 대응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조금 더 유연해질 것을 조언했다.

"일본 20대 젊은이들은 일본이 잘된 걸 한번도 본 적 없는 세대다. 국가에 대한 자신감, 자부심이 결여되어 있다. 그렇기에 일본의 반한류 정서에 일일이 맞대응하지 않고 조금 더 유연하게, 여유있게 바라봐도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태그:#김연아, #김태희, #배용준, #반한류, #소녀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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