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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친구들이 열창하고 있다.
▲ 뮤지컬 "렌트" 뮤직넘버1-23 '라 비 보엠' 주인공의 친구들이 열창하고 있다.
ⓒ 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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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8일에서 10월 9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된 신시컴퍼니의 뮤지컬 <렌트>는 자타가 공인하는 인기 록뮤지컬이다. <렌트>는 1998년 뉴욕 브로드웨이 오프로드 무대를 시작으로 토니상, 드라마 부문 퓰리처상, 드라마 데스크상 등을 휩쓸며, 지난 10년 이상 전세계 많은 단체에서 공연되고 있다. 직접 쓴 대본의 공연이 7년만에 성사되기 하루 전 요절한 천재 작곡가 조나단 라슨의 자전적 뮤지컬인 <렌트>. 주인공인 젊은이들은 뉴욕의 빈민가에서 힘겹게 집세를 내며 살지만 하루하루 힘차게 자신들의 미래를 준비한다.

'렌트'는 말그대로 집세를 의미하며 극중 주인공들의 삶의 배경이다. 'No day but today(오늘이어야만 해)'가 헤드카피인 뮤지컬 <렌트>는 작곡가 조나단 라슨이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를 현대화시킨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조나단 라슨은 1989년 극작가 빌리 아론슨과 함께 이 뮤지컬의 구성을 시작했다. 이 뮤지컬은 세기말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에 모여 사는 가난한 젊은 예술가들의 꿈과 열정, 사랑의 갈등과 친구와의 우정, 그리고 삶에 대한 희망을 마약·동성애·약물중독 등의 문제와 함께 다채롭게 그렸다.

<렌트>는 2000년 이래로 한국에서만 일곱번 상연된 인기 뮤지컬이다. <렌트>는 그 동안 수많은 배우들을 배출해 낸 스타등용문이 되기도 했다. 남경주, 최정원, 전수경 등 한국 뮤지컬 1세대를 거쳐 조승우, 김보경, 고명석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배우 강태을의 카리스마 있는 '로저', 그룹 OPPA 출신가수 런의 감미롭지만 의외로 잘 녹아드는 '로저', 그리고 이미 여러 뮤지컬에서 맹활약으로 정평이 나 있는 윤공주의 '미미', TV와 영화에서 출발해 꽤 많은 뮤지컬에서도 활약을 하고 있는 김지우의 '미미', R&B 듀오 Fly to the sky로 활동하고, 이제 꽤 많은 뮤지컬에서도 만날 수 있는 브라이언의 귀여운 '마크', 신인 뮤지컬 배우 조형균의 명민한 '마크'까지…. 세 배역 모두 더블 캐스팅,배역 간 교차 조합으로 매 회 공연마다 서로다른 느낌을 선사했다.

로저(강태을 역)와 미미(윤공주 역)의 애틋한 모습
▲ 뮤지컬 '렌트'의 주인공 로저(강태을 역)와 미미(윤공주 역)의 애틋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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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배역 간에도 궁합이 있었다. 로저의 강태을은  미미의 김지우와의 결합에서는 다소 카리스마가 부족해 보였다. 따라서 미미(김지우 분) 역시 충분히 섹시해야 할 부분에서도 섹시해지지 못하기도 했다. 강태을은 윤공주와의 조합에서는 충분히 멋있었다. 차라리 런과 김지우와의 결합이 더 나았다. 9월 23일 공연에서는  다소 힘이 빠지는 주인공 로저 때문에 함께 공연한 여 주인공도 같이 힘이 빠져 보이기도 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주인공들이 사는 집의 주인인 베니의 존재감이 생각보다 가볍다는 것이었다. 주인공들이 집세를 내는 대상인데도 말이다. 스크립트 자체에서 아예 베니에게 힘이 덜 실려 있는 것 같았다. 베니는 주인공 미미의 현재 애인이지만 사실상 미미에게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인상적인 장면은 모린(조진아 분)이 '젖소찬가'를 부르는 장면이었다. 세기말 젊은이들의 고뇌 속 희망을 모린을 통해 표현했다.  젖소는 꿈을 향해 목놓아 '음머~'하며 우는 우리네 젊은이들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조진아는 섹시하면서도 억척스러운, 유머러스한 역할을 잘 소화헀다. 모린의 애인인 조앤(김경선 분)은 꼼꼼하고 치밀한 성격의 공익변호사로 모린을 끔찍이 사랑하는 역할이었다. 김경선은 때론 충돌적이고 강한 모린의 성격을 잘 표현했다.

로저(런 역)와 미미(김지우 역), 마크(브라이언 역)
▲ 뮤지컬 '렌트'의 주인공들 로저(런 역)와 미미(김지우 역), 마크(브라이언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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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렌트> 중 엔젤(박주형 분)이 죽는 장면은 극중 제일 처절하고 슬픈 장면이다. 엔젤과 콜린은 남성간의 동성애를 표현했지만 이성간의 사랑보다 더 실제적이고 사랑스럽게 표현했다. 엔젤 역의 박주형은 여성보다 더 여성스럽고 섹시하며 콜린 역의 이든은 큰 키와 느긋하고 리드미컬한 몸짓으로 아름다운 동성커플을 표현했다.

1992년부터 줄곧 뮤지컬 <렌트>의 음악감독을 해온 박칼린은 이번에 연출을 맡았다. 뮤지컬 내내 계속되는 밴드 음악은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를 한껏 경쾌하게 뒷받침해줬다. 역시 박칼린 연출의 강점은 뭐니 뭐니 해도 음악이다. 음악은 '송쓰루(노래로 계속되는 뮤지컬)' 형식으로 음악팀이 무대 위에서 배우들과 함께 자리하던 기존의 형태와 달리 무대 아래로 자리를 옮겼다. 때문에 더욱 깔끔하고 탄탄한 음악을 구성하게 돼 관객들의 집중도를 향상시켰다.

뮤지컬에 사용된 음악은 록, R&B, 탱고, 발라드, 가스펠 등 다양한 장르로 1막 뮤직 넘버1에서는 23곡, 2막 뮤직 넘버2에서는 18곡으로 화려하게 구성됐다. 모든 배우들은 풍성한 성량과 정확한 발성으로 노래했다.

<렌트>의 헤드카피인 'No day but today'처럼  "내일은 없어. 오늘이어야만 해"라고 외치는 주인공들. 세기말 내일을 기약하기에는 오늘 하루가 너무나 힘들고 그래서 오늘이 더없이 중요한 그들이지만, 2011년을 사는 우리들에게도 이 문제는 똑같이 적용된다. 오늘, 지금 오늘이 중요하지 않을까.


태그:#뮤지컬 렌트, #런, #브라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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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전공하고 작곡과 사운드아트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대학강의 및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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