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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꽃 코스모스
 가을꽃 코스모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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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밝은 하늘 밑 어여쁜 네 얼굴, 달나라 처녀가 너의 입 맞추고
이슬에 목욕해 깨끗한 너의 몸, 부드런 바람이 너를 껴안도다
코스모스 너는 가을의 새아씨,  외로운 이밤에 나의 친구로다
- <코스모스를 노래함>은 이기순 작사· 이흥렬 작곡

코스모스가 이곳저곳에 피었습니다. 가을입니다. 요즘은 여름에도 마음 급한 코스모스가 피어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하지만 가을꽃하면 코스모스입니다. 아이들이 우리 옆동네에 코스모스 축제가 열렸다며 구경을 가자 합니다. 큰 엄마와 잠깐 들렀다는 것입니다. 옆에 있던 아내도 가고싶은 눈치입니다. 아이들 셋은 '가자' 아내는 '눈치'를 주는데 엉덩이를 안 들 수가 없었습니다.

"아빠 아까 큰 엄마와 같이 갔을 때는 차가 엄청 밀렸어요."
"그럼 집에 다시 돌아갈까?"
"아니에요. 지금은 안 말릴 수도 있어요."
"코스모스만 아니라 허수아비도 있어요."
"허수아비?"
"강강수월래 허수아비, 줄다리기 허수아비, 뽀로로 허수아비도 있었어요."

줄다리기 하는 허수아비 보셨나요
 줄다리기 하는 허수아비 보셨나요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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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글빙글 도는 허수아비
 빙글빙글 도는 허수아비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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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허수아비 세상이었습니다. 허수아비가 "강강수월래 강강수월래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은 달아 강강수월래 강강수월래저 달이 뜨면 오신다"고 노래를 부르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허수아비와 코스모스만 아니라 이상하게 생긴 것들이 많았습니다. 꼭 뱀같은 것이 주렁주렁 달려있었습니다.

"아빠 이게 뭐예요?"
"아빠도 처음 보는데?"
"꼭 뱀같아요 뱀."
"그래 꼭 뱀같다."
"맞아요 뱀이에요. 좀 징그러워요."
"정말 징그럽고, 이상하게 생겼다."

뱀오이 앞에서 찰칵입니다.
 뱀오이 앞에서 찰칵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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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징그러웠습니다. 하지만 신기했습니다. 그런데 또 이것은 뭘까요? 참 요상하게 생겼네요. 오이 같기도 하고, 수세미 같기도 했습니다. 그때 아내 왈 "호박이잖아요, 호박." 할 말이 없었습니다. 호박도 모르다니 이거 무슨 수치입니까. 아이들에게 아빠는 '만물박사'이고,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나무 이름과 풀이름 그리고 채소류 이름은 거의 먹통에 가깝습니다. 아내는 어떻게 잘 아는지 신기했습니다.

"당신 정말 대단해요. 어떻게 이런 것 다 알아?"
"내가 아는 것이 아니라 이름이 있잖아요."
"그런가. 그런데 참 이상하게 재미있게 생겼다."
"별의별 것이 다 있어요. 이름모르는 채소류들이 정말 많아요."
"사실 우리가 모르는 것 정말 많지."
"그래도 이름을 적어 놓아 다행이다."

이상하게 생긴 저것은 무엇일까요?
 이상하게 생긴 저것은 무엇일까요?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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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각 채소류마다 이름을 적어 두었습니다. 별별 것들이 다 있었습니다. 난생처음 보는 것에 다들 감격했습니다. 코스모스 구경왔다가 정말 많은 것 보고 배웠습니다. 엉덩이 붙이고 있어봤자 별 이익도 없고, 이곳저곳 다니면 몸도 마음도 눈도 건강합니다.

얼굴만 내밀면 나도 허수아비

얼굴만 내밀면 허수아비를 할 수 있도록 꾸며진 곳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신기한지 자기도 허수아비가 되겠다고 합니다.

"허수아비예요. 나도 허수아비가 되고 싶어요."
"그래 허수아비 한 번 해라."
"누가 진짜 허수아비인지 보세요."
"허수아비가 너무 무뚝뚝하다. 좀 우스라~"
"허수아비가 웃으면 어떻게해요. 웃는 허수아비 보셨어요?"
"그런가 웃는 허수아비는 없나?"
"웃는 허수아비도 있을 수 있지~"

큰 아이는 허수아비, 동생은 동무가 되어 어깨동무를 했습니다.
 큰 아이는 허수아비, 동생은 동무가 되어 어깨동무를 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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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는 허수아비 동생은 허수아비 동무가 되어 정답게 어깨동무를 했습니다. 무덥고, 비 많았던 올 여름이 코스모스와 허수아비 그리고 주렁주렁 달린 수세미와 뱀오이가 밀어내자 꾸역꾸역 물러나고 있습니다. 내년에 다시 보자면서 말입니다.

가을 하늘이 더 높아졌습니다. 허수아비, 코스모스, 수세미, 뱀오이 이 모든 것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귀한 교훈은 바로 흙은 생명이라는 사실입니다. 코스모스와 허수아비를 찾아 멋지고 짧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태그:#코스모스, #허수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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