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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라코 센터.
 상트라코 센터.
ⓒ <르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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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2일 오전 11시 45분(현지 시각, 일부 언론에서는 12시 37분이라고도 함) 프랑스 남부도시 님(Nimes) 근처의 핵폐기물 처리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하였다. 프랑스 전력회사(EDF)의 자회사인 소코데이(Socodei)에 속한 상트라코 센터(le Centre Centraco)에 소장된 소각로가 폭발하면서 발생한 이 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프랑스 전력회사는 "화재는 오후 1시 6분에 진압되었고, 즉시 방사성 누출 검사를 했으나 어떤 방사성 물질도 검출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검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사고가 난 소각기는 250미터 길이의 철근 콘크리트로 된 건물 안에 들어 있는데 이 건물에는 아무런 피해가 없다고 한 센터 관계자가 밝혔다. 350명의 상주 직원과 비정규직 노동자를 두고 있는 상트라코 센터 측에서는 회사의 철문을 닫는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직원들도 사고 이후에 건물 내부에 남아 있었다.

상트라코 센터는 금속으로 된 방사성 폐기물과 원자로 건물에서 직원들이 입었던 옷, 모자와 장갑 등의 소규모 물질 폐기를 담당하고 있는데 둘 다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이라고 한다. 사고가 난 소각로는 금속으로 된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하는 소각로인데, 사고가 났을 당시 4톤의 금속 폐기물이 섭씨 1600도에서 처리되고 있었다. 이 폭발사고로 주변에 있었던 직원 중 한 명이 화상으로 사망했고 화상을 크게 입은 1명은 헬리콥터로 근처 대도시에 있는 몽펠리에 병원으로 이송됐다. 나머지 3명의 경상자는 이웃 마을의 병원에 입원했다.

사고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르몽드>에 "사람의 실수에 의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밖에) 어디선가 새어 나온 물이 한창 용해되고 있는 금속과 만나 폭발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폐기물 속에 들어 있던 금속이 폭발을 유발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사고가 난 후 상트라코 센터가 위치해 있는 코돌레(Codolet)의 면사무소에는 안전 문제를 묻는 마을 주민들의 전화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 이 마을의 탁아소와 유치원 등에서도 아이들을 바깥에 내보내지 않은 채 일종의 '안전 지침'이 내려오길 기다렸다. 그러나 어떤 지침도 내려오지 않아 마을 주민들은 불안에 싸인 채 오후를 보내야 했다.

검은 삼각지대

코돌레 마을은 아비뇽에서 북쪽으로 22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이 마을은 세 개의 원자력발전소 근처에 자리 잡고 있다. 마르쿨 원자력발전소가 바로 근처에 있고, 북쪽에는 트리캬스텡(Tricastin) 원자력발전소, 동쪽에는 캬다라슈(Cadarashe) 원자력발전소가 있다. 즉 검은 삼각지대에 놓인 마을이다.

상트라코 센터는 2000년 이후 15개의 작은 사고를 낸 안전 부실 지역으로 프랑스 원자력안전청(Autorite de Surete Nucleaire)의 감시를 받아왔다. 이 센터에서는 지난 3월에도 원전 사고 등급 2(최악은 7등급이다)에 해당하는 사고가 난 적이 있다. 3월 사고 이후 안전 문제가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던 상황에서 이번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사고 즉시 현장에 달려간 나탈리 코시우스코-모리제(Nathalie Kosciuscko- Morizet) 환경부 장관은 현장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은 산업재해이지 원전 사고가 아니다. 주민들은 아무런 걱정도 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원자력안전청은 12일 오후 3시 50분에 사고가 완결되었다는 제2차 성명을 발표하면서, 이후 사고 원인을 구체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녹색당 차기 대선 후보인 에바 졸리(Eva Joly)는 "정부가 이 사건의 경위 및 직원들과 마을 주민들에게 가해질 위험에 대해 즉각 규명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원자력발전소, 핵 폐기물 처리센터 및 저장소 현황.
 프랑스의 원자력발전소, 핵 폐기물 처리센터 및 저장소 현황.
ⓒ 위키미디어커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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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밀도 세계 1위 프랑스... "후쿠시마 교훈 실행하지 않는다" 

프랑스는 19곳의 원자력발전소와 58기의 원자로를 보유하고 있다. 규모 면에서는 미국 다음으로 큰 제2의 원전 강국이다. 그러나 면적상 밀도로 보면 세계 1위다.

지난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후 프랑스 정부는 58기의 원자로와 아레바(Areva) 핵폐기물 처리장, 원자력 사무국(le Commissariat a l'energie atomique)의 연구 실험실에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했다. 그러나 상트라코 센터는 테스트 대상에서 제외됐다.

야닉 후슬레(Yannick Rousselet) 프랑스 그린피스 원전 캠페인 담당자는 이 센터가 "정부의 원자력발전소 안전장치 검사 대상에서도, 원자력안전청이 최근에 행한 감사에서도 제외된 점은 매우 유감이다. 이것은 프랑스가 일본의 후쿠시마의 교훈을 실행하지 않는다는 증거다"라고 말했다.

핵폐기물 처리센터의 이번 폭발사고는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6개월 만에 발생하였다. 다행히 원자력발전소가 아닌 폐기물 처리센터에서 일어난 사고이고, 방사능이 누출되지 않았다고 정부가 밝혔다. 프랑스 정부의 말을 믿는다면, 자라 보고 놀란 가슴이 솥뚜껑 보고 놀란 셈이다.


태그:#원자력, #핵, #프랑스, #후쿠시마, #상트라코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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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자유기고가, 시네아스트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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