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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규표' 꼬꼬면이 라면 시장에서 화제입니다. <남자의 자격> 방송 이후 지난 8월 상품화된 꼬꼬면은 소비자 입소문과 언론의 폭발적인 관심 덕에 품절 사태까지 빚고 있습니다. 지난 30년 농심과 신라면이 장악해온 라면 시장에 큰 변화가 시작된 걸까요, 단지 반짝 인기일 뿐일까요. 3편에 걸친 기획 취재를 통해 꼬꼬면의 비밀을 하나씩 파헤져 봅니다. 밀려드는 주문에도 꼬꼬면 공급이 계속 부족한 이유는 뭘까요? 꼬꼬면을 생산하는 한국야쿠르트 이천 공장을 직접 찾았습니다. [편집자말]
9일 오전 경기 이천시 부발읍 무촌리 한국야쿠르트 이천공장에서 꼬꼬면이 생산되고 있다.
 9일 오전 경기 이천시 부발읍 무촌리 한국야쿠르트 이천공장에서 꼬꼬면이 생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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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내가 1등 뽑았어!" "애걔, 난 5등 막대사탕이야."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9일 낮 경기도 이천시 한국야쿠르트 팔도라면 공장 구내식당에선 추석맞이 제비뽑기가 한창이었다. 이날 일찌감치 시작된 귀성 행렬에 동참 못하는 직원들을 위한 작은 배려였다.

추석 전날까지 풀가동... "직원도 꼬꼬면 구하기 힘들어요"

한국야쿠르트에선 매년 명절 연휴 앞뒤로 하루 이틀 특별휴가를 줬지만 올해는 예외였다. 요즘 한창 '품절 사태'를 빚고 있는 꼬꼬면 주문 물량을 대느라 추석 전날인 11일 새벽까지 공장을 풀가동하기로 한 것이다.

"(꼬꼬면이 잘 되면) 회사에겐 좋은 일이긴 한데 직원들은 힘들어요."

봉지면 생산라인 10년차 베테랑인 이정례(32)씨의 하소연이다. 이씨는 "전에는 종종 라인이 쉬는 날도 있었는데 요즘에 주말에도 나와 12시간씩 일한다"고 말했다. 실제 평소 이맘때면 여름철 주력 상품인 '팔도비빔면' 성수기가 끝나 공장도 한숨 돌릴 시기지만 8월 중순부터 꼬꼬면이 뜨면서 주말도 없이 24시간 2교대로 풀가동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전 직원들이 주말과 특별 휴가까지 반납하고 일하는 데도 꼬꼬면 공급량이 부족한 이유는 무엇일까?

팔도비빔면, 왕뚜껑, 틈새라면 등 팔도라면 주력 상품들을 모두 책임지는 이천공장에선 요즘 꼬꼬면 생산에 '올인'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 라면 생산 라인 10개 가운데 꼬꼬면을 만들 수 있는 봉지면 라인은 3개에 불과하고 나머지 7개 라인은 용기면만 생산한다. 덕분에 봉지면 한 달 최대 생산량이 2000만 개인 반면 용기면은 2500만 개에 이른다.

한 달 1300만 개 생산... 내년 1월 돼야 공급 원활

봉지면 1개 라인에서 하루 30만 개 정도 생산할 수 있는데 요즘엔 2개 라인은 기본이고 3개 라인을 모두 꼬꼬면에 할애할 때도 있다고 한다. 덕분에 요즘 꼬꼬면 하루 생산량은 60만 개로 늘어 산술적으로는 한 달 1300만 개까지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 현재 밀려드는 주문량을 감당하기에도 벅차다.

더구나 8월 중순까진 팔도비빔면 생산에 치중해야 했다. 이때문에 꼬꼬면은 지난 7월 29일 첫 생산 이후 한 달이 넘은 지난 4일에야 1000만 개 생산을 돌파했다. 반면 그 사이 꼬꼬면 주문량은 월 1300~1500만 개 수준으로 늘어나 곳곳에서 품절 사태가 벌어졌다. 9월 꼬꼬면 월 생산량을 1350만 개로 늘릴 예정이지만 주문량이 이대로라면 2개 라인 증설이 예정된 내년 1월은 돼야 '품절 사태'를 면할 전망이다.  

봉지면 생산라인 10년차 베테랑인 이정례씨가 꼬꼬면을 검수하고 있다.
 봉지면 생산라인 10년차 베테랑인 이정례씨가 꼬꼬면을 검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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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이천공장 생산지원팀장은 "이곳에서 20년 동안 일했지만 요즘 같은 분위기는 처음"이라면서 "꼬꼬면이 잘 팔릴 것 같다는 기대는 갖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인기를 끌리라곤 예상 못했다"고 밝혔다.

꼬꼬면 인기는 이곳 직원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이정혜씨는 "특식으로 한번 나와 직접 시식해 봤는데 평범한 맛이 아니었다"면서 "주변 사람들이 직원들에게 꼬꼬면 구해달라고 많이 부탁하는데 꼬꼬면은 직원도 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 이곳 직원들은 1주일에 한 번씩 사내 구매가 가능한데 다른 제품과 달리 꼬꼬면은 1인당 40개들이 1상자로 제한하고 있다.

꼬꼬면 반죽에서 포장까지 단 25분... 하루 60만 개 생산

이날 오전 정 팀장 안내로 꼬꼬면 생산 과정을 돌아봤다. 라면 생산 라인은 포장 검수 때만 빼면 사람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을 정도로 자동화돼 있었다. 라면 생산은 하루 60t에 이르는 밀가루 등 면 재료 배합부터 시작했다. 미리 숙성시킨 육수에 밀가루 등을 섞어 15분 정도 반죽한 뒤 대형 롤러로 납작하게 밀어내는데, 앞뒤 롤러간 속도 차이를 이용해 면을 꼬불꼬불하게 만들었다.

1개 단위로 네모나게 잘린 면은 140~150도 정도 되는 뜨거운 증기에 찌는 증숙 과정을 거쳐 기름에 튀긴 뒤 바로 냉각시킨다. 완성된 면은 금속 검출기를 거쳐 금속이 포함됐는지 확인한 뒤에야 비로소 건더기스프, 분말스프와 묶여 포장돼 진정한 '꼬꼬면'으로 거듭난다.

9일 오전 경기 이천시 부발읍 무촌리 한국야쿠르트 이천공장에서 꼬꼬면이 생산되고 있다.
 9일 오전 경기 이천시 부발읍 무촌리 한국야쿠르트 이천공장에서 꼬꼬면이 생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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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포장을 마친 꼬꼬면은 1대에 5000만 원이 넘는 엑스레이 검사기를 거쳐 불량 여부를 확인한다. 마무리는 사람의 몫이다. 검수원들이 직접 제품을 두드리거나 만져 밀봉이 제대로 됐는지, 스프가 빠지지는 않았는지 최종 확인된 뒤에야 5개 들이 포장지에 싸여 종이상자에 담긴다. 이렇게 재료 배합부터 포장까지 거쳐 꼬꼬면 1개가 완성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25분에 불과했다.

정 팀장은 "꼬꼬면은 면과 스프 모두 일반 라면보다 좋은 재료를 쓰고 있다"면서 "일반 라면은 주로 중력분을 쓰는데 프리미엄급인 꼬꼬면은 강력분과 전분을 더 넣어 차별화했고 냉동 건조시킨 닭가슴살을 넣어 단가가 비싸다"고 밝혔다.

이천 공장에 일하는 직원은 모두 380여 명. 1개 라인에 15명씩 24시간 맞교대로 근무하는데 요즘엔 일손이 모자라 용기면 라인에서 인원을 차출하고 있다고 한다.

9일 오전 경기 이천시 부발읍 무촌리 한국야쿠르트 이천공장에서 한 직원이 생산되는 꼬꼬면을 검수하고 있다.
 9일 오전 경기 이천시 부발읍 무촌리 한국야쿠르트 이천공장에서 한 직원이 생산되는 꼬꼬면을 검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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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면 덕에 28년 만에 '탈꼴찌' 기대

정 팀장은 "3개월은 지켜봐야 하지만 벌써부터 재구매 현상이 나타나고 계속 입소문을 타고 있어 '롱런'이 가능할 것 같다"면서 "1개 라인 설비에 30억 원씩 들지만 봉지면 2개 라인을 증설해 내년 1월부터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대로 꼬꼬면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1983년부터 라면사업을 시작해 올해로 28년째를 맞은 한국야쿠르트는 그동안 농심, 삼양라면, 오뚜기 등 '빅3'에 밀려 '만년 4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정 팀장은 "라면은 한 달 50만 개가 손익분기점이고 200만 개 정도 팔면 히트 상품으로 치는데 꼬꼬면이 800만 개 넘게 팔렸다는 건 대단한 것"이라면서 "이런 분위기로 가면 '탈꼴찌'는 물론 2위까지도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태그:#꼬꼬면, #한국야쿠르트, #팔도라면, #라면, #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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