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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에서 최고 조사관으로 손꼽히던 강모 직원의 '계약해지'에 항의해, 인권위 직원 80여 명이 1인 시위, 언론 기고, 자유게시판 게시, 탄원서 제출 등을 진행했다. 인권위는 이 중 11명에 대해 9월 2일 자로 정직 및 감봉 1~3개월 등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이 사건은 표현의 자유를 앞장서 보호해야 할 인권위에서 발생한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징계자들은 공무원의 정당한 표현의 자유를 인정받기 위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정직' 처분을 받은 직원의 '정직한 일기'를 싣는다. [편집자말]
카페 '모두나'를 운영하는 김제섭, 박미선씨.
 카페 '모두나'를 운영하는 김제섭, 박미선씨.
ⓒ 육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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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나'는 경기 안양시 관양동에 있는 문화카페다. 특별한 메뉴도 화려한 인테리어도 없는 술집이 눈길을 끄는 건 새벽까지 흐르는 노래 소리 덕분이다. 세시봉 콘서트 배경에 1980년대 운동권 민중가요가 살짝 뒤섞인 분위기다. 노래방 기계나 마이크는 이곳에 없다. 오로지 통키타 반주에 맞춰 자기 목소리를 내지를 뿐이다.

'모두나'의 주인은 1980년대 문화운동의 한축을 이루었던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하 노찾사)'의 창립 멤버다. 김제섭씨는 노찾사 1집에서 남성적 서정이 물씬한 <산하>를, 박미선씨는 한돌씨가 만든 타이틀곡 <갈 수 없는 고향>을 불렀다. 대학 노래패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부부가 되어 치열했던 노동운동의 현장을 찾아다녔고 지금은 일상에 지친 사람들을 노래로 달래주고 있다.

카페 '모두나'에서 다시 발견한 노래

'모두나'는 2004년 봄 문을 열었다. 민중운동의 연장으로 키웠던 개인사업이 IMF 직후 위기에 몰리자 두 사람은 한동안 자기 성찰의 시간을 보냈다. 정신없이 내달릴 때는 답이 보이지 않았던 문제들이 모든 걸 내려놓고 쉬니까 하나둘 자연스럽게 풀렸다고 한다. 그것이 '모두나'를 만들면서 벽면에 '쉴 수 있는 곳, 쉬어 가는 곳, 쉬고 싶은 곳'이라 쓰게 된 이유다.

"노래, 대화, 춤을 통해 자신의 속을 다 드러내야만 진정한 휴식이 가능해요. 쉴 때 제대로 쉬어야만 지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고요. 우리는 그걸 몸으로 체험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쉼터를 제공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술과 기본안주만 준비해 놓고 쉬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든지 찾아오라고 얘기한 거예요."

두 사람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비자본주의적' 방식으로 사업을 벌인 셈이다. 당연히 어려움이 뒤따랐고 카페를 유지하기 힘든 순간도 있었다. 7년 6개월간 수익이 나오지 않은 건 물론이고 술꾼이나 조폭이 찾아와 다짜고짜 기타 반주를 강요하기도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그들 모두를 품고 '모두나'를 지켜왔다. 때로 두 사람이 직접 손님들을 위한 노래공연을 벌이기도 했고, 동네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무대를 꾸미기도 했다.

"한 번은 60대 노인들이 동창회를 했어요. 돌아가면서 한 분씩 노래를 불렀는데 다들 눈을 지그시 감고 듣더라고요. 살아가면서 친구의 노래를 이렇게 생목소리로 들어본 게 처음이라고 하더군요. 잃어버린 걸 되찾은 사람처럼 감회에 젖는 걸 보면서 새삼 노래의 힘을 보았어요."

두 사람은 취객들이 제멋대로 흥얼거리는 노래를 들으며 대중음악에 새롭게 눈떴다고 한다. 민중음악의 진지함을 미덕으로 여겼던 그들이기에 대중음악의 새로운 발견은 충격이나 다름없었다. 김제섭씨가 다시 작곡을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다. 김씨는 모두나를 찾는 이들에게 이따금씩 자신의 새 노래를 들려준다. 그의 옛 노래와는 또 다른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오늘도 나에게 펼쳐진 하루를 살펴보며 조용히 내 마음 깊은 곳 바램을 느껴본다. 마음과 상관이 없는 듯 꿈과 희망도 없는 듯 깊은 곳에 펼쳐진 나의 떨치기 힘든 또 하나. 돈에 살고 돈에 죽고 돈 따라 살다간 나의 삶이여."

박미선씨는 노래운동을 잠시 쉴 때 언어치료사로 일했다. 그런 이유로 남편이 노래로 사람들의 근심을 풀어준다면 박씨는 대화로 상처를 어루만진다. 그는 누구든지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고 스스로 사랑할 수 있다면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박씨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해결책을 찾기도 했다.

머리가 복잡하거나 몸이 무거운 퇴근길. 집으로 가기 전 들를 수 있는 선술집이 있다면 그 또한 작은 행복이다. 나는 '모두나'로 들어설 때마다 입구에 걸린 문구를 되새기며 작은 행복을 꿈꾼다.

'모두와의 참된 우정을 체험해 보시지 않으시렵니까?'


태그:#노찾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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