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안녕하세요?
저는 리버라고해요. 안내견 면허가 없는 무면허 안내견이지요.

왜 면허가 없냐고요? 그거야 안내견 훈련을 안 받았기 때문이죠.
얼마 전 '아줌마'(나이를 알 수 없으니 그냥 이렇게 부를게요)의 이야기를 들었어요. 13일 지하철에서 내 친구 안내견을 보고 엄청 놀랐던 모양이죠? 그리고 "개! 개! 이런 개를 들고 지하철에 타면 어찌해요!"라고 하며 "데리고 나가라" "사과해라" 뭐 그랬다고요.

그런데 아줌마, 지하철에는 안내견을 데리고 타도 되거든요. 아줌마가 잘 모르셨나봐요. 제가 알려드릴 테니 잘 들으세요.

2008년 삼성안내견학교를 소재로 제작된 삼성화재 TV광고
 2008년 삼성안내견학교를 소재로 제작된 삼성화재 TV광고
ⓒ 영상화면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안내견 지하철 탑승은 법으로 보장된 거예요

안내견을 비롯한 장애인보조견들은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행동을 보장받고 있습니다. 장애인복지법에는 다음과 같이 명시되어 있어요.

제36조 (장애인 보조견의 훈련·보급지원 등)
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의 복지증진을 위하여 장애인을 보조하는 데 필요한 장애인보조견의 훈련·보급을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
② 보건복지부장관은 장애인보조견에 대하여 장애인보조견 표지(이하 "보조견 표지"라 한다)를 발급할 수 있다.
③ 누구든지 2항의 규정에 의한 장애인보조견 표지를 부착한 장애인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이 대중교통수단에 탑승하거나 공공장소 및 숙박시설, 식품접객업소 등 여러 사람이 다니거나 모이는 곳에 출입하고자 하는 때에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거부하여서는 아니된다.


아셨나요?

만약에 아줌마처럼 안내견의 출입을 막으면 어떻게 되냐고요? 그럼 안 돼죠!

장애인 복지법 제80조(과태료)에는
① 다음 각호에 해당하는 자에 대하여는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
- 3. 제 36조 제3항의 규정에 위한하여 장애인길잡이표지를 부착한 장애인보조견 등을 동반한 장애인 등의 출입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한 자


아셨나요? 법에는 안내견의 출입을 막으면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고 정해져 있어요.
또 아줌마가 신문 달라고 막 소리지르고 그러다가 어떤 누나가 신문 집어주니까 "더러워요, 저리 치워요" 하셨다면서요.

사실 안내견이 다른 개에 비해 털이 조금 더 빠지기는 해요. 그건 아줌마가 이해해주셔야 해요. 왜냐하면 안내견에 꼭 맞는 성품을 지닌 개는 리트리버종이거든요.

나 리버 같은 골든리트리버나 래브라도리트리버가 안내견으로 많이 이용되거든요. 우리 리트리버들은 충성심도 강하고 엄청 얌전해서 안내견으론 딱이거든요. 전 세계 90% 이상의 안내견이 우리 리트리버예요. 생각해보세요. 우리 같은 얌전한 종류가 아니고 싸움 잘하는 도사견이나 한번 물으면 놓지 않는다는 불독 같은 애들이 안내견 하면 아줌마는 지금쯤 병원에 있을 거예요. 그러니 털 조금 빠진다고 나무라지 마세요. 우리가 덩치가 조금 커서 놀라긴 했을 테지만 정말 엄청 얌전하니까 걱정마세요. 오죽하면 밟아도 소리 지르지 않은 CF도 있을라고요. 그게 사실이거든요.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더 할 게요. 제가 처음에 무면허 안내견이라고 했죠? 왜냐고요? 전 안내견 훈련을 받지 않았거든요. 그러나 사실 저 같은 안내견은 없어요. 전 좀 독특한 경우죠. 다른 친구들은 엄청 어려운 훈련을 받아서 안내견이 되거든요.

조금 불편해도 같이 살면 좋잖아요

먼저 안내견으로 아주 적합한 엄마와 아빠에게서 태어난 어린 강아지들이 보통 가정에서 약 1년간 사회적응 훈련을 받아요. '퍼피워킹' 이라고 하는데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도와주지요. 정식안내견이 되기 전에 백화점이나 극장, 지하철 이런 곳을 많이 다니며 사회 적응을 받는 코스예요. 이렇게 사회적응을 받고 안내견 적합 판정을 거치면 정식 훈련이 기다리고 있어요. 이것도 엄청 어려워요.

배변, 식사 등 기본 훈련과 복종 훈련(Obedience), 지적 불복종 훈련(Disobedience; 장애물이나 위험 상황을 인지해 주인의 명령과는 관계없이 안전한 방향으로 행동하게 하는 훈련), 다양한 상황에서의 보행 및 교통훈련 등을 모두 받아야 해요. 또, 이런 훈련을 마친다고 해서 모두 안내견이 되는 것은 아니에요. 훈련을 마친 뒤 안내견으로 활동할 수 있는지 까다로운 테스트를 다시 거쳐야 하거든요.

며칠 전 아줌마가 지하철에서 만난 그 안내견은 이런 훈련을 다 거친 거랍니다. 아시겠죠. 안내견은 아줌마의 무개념처럼 그냥 막 소리지르고 나가라고 하면 많이 슬퍼요. 우리 안내견들은 보행이 불편한 시각장애인들을 안전하게 안내해야 하는 임무 때문에 평소에도 엄청 스트레스를 받고 있거든요. 그런데 아줌마처럼 내 친구들에게 막 소리지르고 협박하면 그 스트레스가 훨씬 더 심해져요. 그래서 우리 안내견들은 다른 개들보다 건강이 안 좋은 경우가 많거든요.

조금 불편해도 같이 살면 서로 좋잖아요. 내 친구 보고 놀란 가슴 알겠지만 다음에 또 다른 내 친구 만나면 먼저 반갑다고 인사해 보세요. 그럼 우리도 아줌마에게 꼬리를 살살 흔들면서 인사할게요. 사실 우리가 조금 잘 생겼잖아요. 그렇다고 만지지는 마세요. 아줌마가 내 친구 안내견들을 만날 때는 내 친구들은 '시각장애인 안내'라고 하는 중요한 일을 하고있을 때니까 긴장하고 있거든요. 그냥 눈으로만 인사해도 서로 반갑잖아요.

무개념 아줌마 아니 이제부턴 개념있는 아줌마. 안녕.


태그:#무개념녀, #지하철, #안내견, #시각장애인, #리버, #JYJ, #한국방송대상, #<1박2일>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자는 1급 시각장애인으로 이 땅에서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장애인의 삶과 그 삶에 맞서 분투하는 장애인, 그리고 장애인을 둘러싼 환경을 기사화하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