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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단체 활동가 미국 연수, 여행이야기 이어갑니다. 제가 팔자에 없는 미국을 가게 된 것은 비영리단체 테크놀러지 컨퍼런스(NTC)에 참석하고 미국의 비영리단체들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에 참가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워싱턴에서 2박3일 일정으로 개최된 NTC는 생각만큼 흥미진진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어려움은 컨퍼런스에서 그들이 말하는 영어를 못 알아듣는 게 가장 힘들었지요.

 

이틀 동안 영어의 바다에 푹 빠져 고생을 하다가 2박3일 NTC 일정의 마지막 날인 셋째 날 오후 프로그램을 빠지고 워싱턴 자전거 여행에 나섰습니다. 토요일 오후에 진행된 마지막 세션을 빠지고 자전거 여행을 나선 것은 스미소니언 박물관을 보고 싶은 이유도 있었지만 워싱턴 공영자전거를 꼭 한 번 타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창원시가 국내에서는 앞장서서 공영자전거를 보급하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창원시 마산 지역에도 공영자전거 '누비자'가 보급될 계획이기 때문에 워싱턴을 떠나기 전에 꼭 공영자전거를 한 번 체험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지요.

 

 

자전거 타고 포토맥강 달리기

 

다음날 필라델피아를 거쳐 뉴욕으로 이동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토요일 오후가 워싱턴에서 지내는 마지막 일정이었습니다. 아무튼 "화창한 봄 날씨" "영어에 고문당한 가엾은 영혼" 등 여러 핑계를 모아 함께 미국 연수에 참가한 다른 활동가와 둘이 워싱턴 자전거 투어에 나섰습니다.

 

워싱턴 공영자전거 이용하는 법을 알아보려고 인터넷에  한글로 '워싱턴 여행'이라는 키워드 검색을 해봤지만 한국인이 쓴 자전거 여행 이야기는 나오지 않더군요. 한국인 여행자들이 쓴 글은 대부분 '투어버스' 이용과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한 경험담이었습니다. 실제로 워싱턴을 다녀보니 투어버스가 많이 있더군요.

 

그렇지만, 자전거를 탈 줄 안다면 워싱턴은 자전거로 여행하기에 그만이었습니다. 워싱턴은 도로 경사가 심하지 않아 땅속을 다니는 답답한 지하철이나 정해진 코스대로만 다니는 투어버스에 비교해 자유로운 여행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전거는 딱 좋습니다.

 

워싱턴은 별로 넓지도 않고 보통 관광객들이 많이 둘러보는 장소는 비교적 가까운 곳에 모여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공영자전거가 있기 때문에 자전거를 가지고 가지 않아도 쉽게 자전거 여행을 할 수 있습니다.

 

마침 NTC가 열렸던 호텔 바로 근처에도 공영자전거 터미널이 있었습니다. 토요일 오후였는데 눈여겨 봐두었던 호텔 옆 터미널에는 자전거가 한 대도 없더군요. 약 10분쯤 걸어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 근처로 갔더니 자전거가 여러 대 있더군요.

 

 

워싱턴 공영자전거, 신용카드만 있으면 이용할 수 있다

 

지하철역 근처의 터미널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고 스미소니언 박물관을 향해 출발하였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키 큰 기계에 신용카드 넣고 결제하면 자전거를 빌릴 수 있습니다. 회원이 아닌 저희는 신용카드로 110불이 결제되어 깜짝 놀랐는데 영수증을 살펴보니 보증금이었습니다. 자전거 반납 후에 다시 환불처리가 되더군요.

 

왼쪽 사진은 자전거를 관리하는 '키오스크입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영자전거인 창원시 누비자 키오스크는 회원이 아닌 경우 휴대전화로만 결제가 가능하데, 워싱턴은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어 외국인인 저희도 어렵지 않게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오른쪽은 아이폰으로 검색한 워싱턴 지도입니다. 해외에서 3G 접속을 차단해두었기 때문에 와이파이가 되는 곳에서만 지도 검색이 되지만, 와이파이가 안 되는 곳에서도 다운받아 놓은 지도에 위치정보가 표시되기 때문에 길 찾기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스미소니언 박물관까지는 도심을 가로질러 가는 가까운 길이 있었지만, 포토맥 강을 따라서 가는 강변도로를 선택하였습니다. 위의 지도에 보시면 강변을 따라 빨간색으로 표시된 길이 있는데, 자전거 타는 사람들과 달리기 하는 사람들로 붐비더군요. 아름다운 강변도로를 따라가는 길은 상쾌하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공영자전거를 타고 구글 지도를 보면서 신 나게 스미소니언박물관까지 가 짧은 시간동안 항공우주박물관과, 인디언박물관을 둘러보고 돌아올 때는 지하철을 타고 왔습니다. 자전거가 좋다고 해놓고 지하철을 타고 돌아온 것은 터미널이 너무 멀었기 때문입니다.

 

 

워싱턴 공영자전거, 터미널이 너무 멀다

 

워싱턴 공영자전거의 가장 불편한 점은 터미널이 많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3월 기준으로 100개의 터미널이 있었는데, 스미소니언 박물관 주변에는 아예 공영자전거를 주차할 수 있는 터미널이 없었습니다. 

 

목적지 가까운 곳에 터미널이 없어 멀리 떨어져 있는 지하철역 자전거 터미널에 주차해야 하는 불편함이 가장 컸습니다. 스미소니언박물관은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인데도 박물관 주변 어디에도 터미널이 없었습니다.

 

보통 교통전문가들은 교통 정책을 수립할 때 '거리 마찰 효과'를 강조합니다. 자전거는 5km, 보행자는 500m가 거리 마찰 효과의 한계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500m 이상 걸어서 다른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런 기준을 놓고 보면 워싱턴 공영자전거는 매우 불편합니다.

 

공영자전거 터미널이 많이 없는 것도 문제였지만, 터미널이 아닌 일반 자전거 보관대에 자전거를 보관할 방법이 없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창원시 누비자의 경우에는 키오스크 터미널이 아닌 곳에서도 자물쇠를 이용하여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워싱턴은 그런 사용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였습니다.

 

만약 공영자전거를 빌려 타고 워싱턴을 구경할 계획을 세우시는 분이라면 아예 자전거 자물쇠를 하나 구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마트 같은 곳에서 5000원만 주면 자전거 자물쇠를 구입할 수 있으니 아예 하나 사서 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아울러 워싱턴 공영자전거는 창원에 비해서 훨씬 비싸더군요. 창원시 공영자전거는 1일 이용권을 1000원이면 구입할 수 있습니다. 대여 후 2시간까지는 1000원이고 30분 초과 시 1000원씩 더 부담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워싱턴 공영자전거 Capital bikeshare는 1일 기본요금 5달러이고 최초 30분만 무료이며 30분마다 추가 요금이 누진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호텔 근처에서 자전거를 빌린 시간이 1시 53분, 워싱턴 몰 지하철역 터미널에 반납한 시간이 3시 25분, 1시간 33분을 빌려 탔는데 요금이 10.5달러가 청구되었더군요.

 

창원시 누비자를 1시간 53분 빌려 탔다면 기본 대여료 1000원만 내면 되는데, 대충 환율로 계산해도 10배쯤 요금이 비싸더군요. 그렇지만 워싱턴 올드타운에 있는 일반 자전거 대여점에서 1일 임대 비용이 50달러 달라인 것을 보면 공영자전거가 비싸다고만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한편, 워싱턴 공영자전거는 창원시 누비자에 비하여 많이 무거웠습니다. 포토맥 강변을 다니다가 자전거도로를 찾아서 계단을 내려가는데 자전거 무게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대신 워싱턴 공영자전거는 매우 튼튼하게 보였습니다. 관리가 어려운 공영자전거이기 때문에 가볍고 잘 나가는 것이 좋은지, 무거운 대신 튼튼한 것이 좋을지는 참 판단하기 어려웠습니다.

 

아무튼 날씨가 좋은 계절에는 답답한 지하철로 여행하는 것보다 자전거로 여행하는 것이 훨씬 신나고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워싱턴 여행하시는 분들, 공영자전거 한 번 이용해보시기 바랍니다. 색다른 즐거움을 만끽하실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미국, #워싱턴, #자전거, #여행, #공영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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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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