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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에서 정지된 철 지난 달력과 빨랫줄에 걸린 구멍난 양말. 35m 고공에서 인간 세상을 내려다 보며 자라는 호야(화초). 특공대가 오면 몰살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보온병 폭탄'(?). 그리고 지상과 연결된 유일한 끈인 롤러에 붙어있는 밥보따리.

 

1평 남짓한 한진중공업 85호 타워크레인에 올라간 지 164일째 되던 지난 18일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자신의 생활상을 담은 5분 분량의 동영상을 찍었다. '여기는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입니다'란 제목으로. 

 

지난 1월 6일 새벽 '정리해고 철회' 등을 요구하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 올라가 6개월 가까이 고공농성 중인 김 위원의 생활상이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오마이뉴스>가 영상을 입수해 공개한다.

 

▲ 여기는한진중공업85호크레인입니다 여기는 한진중공업 85호크레인입니다. 크레인에서 농성중인 김진숙 지도위원이 직접 촬영한 영상입니다.
ⓒ 김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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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지도위원은 크레인 조종실에서 주로 생활하고 있다. 김 지도위원이 생활하는 조종실에는 올해 1월 달력이 그대로 있다. 그는 "1월 6일 올라와서 그대로다. 달력 속 여자는 겨울 내내 보내고 여름까지 있다"고 소개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 자녀들이 그려준 그림도 걸어 놓았다. 김 지도위원은 크레인 위에서 화초와 방울토마토를 키운다며 영상으로 보여 주었다.

 

김 지도위원을 지원·격려하는 사람들은 오는 7월 9일 '2차 희망버스'를 타고 영도조선소로 모여들 예정이다. 전국에서 1000여 명이 지난 11~12일 '1차 희망버스'를 타고 몰려와 영도조선소 안에서 집회 등을 열었다.

 

김 지도위원은 영상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진그룹 회장한테는 안 보이는 투명인간 김진숙이가 여러분 눈에는 보이길 바랍니다. 7월 9일 뜨겁게 만나겠습니다."

 

 

다음은 김진숙 지도위원이 고공농성 현장을 영상으로 보여주면서 보낸 인사말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여기는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입니다. 제가 이 크레인에 올라온 지 오늘(6월18일)로 164일째 되는 날입니다. 크레인을 처음으로 공개합니다. 여기는 그냥 조종실이라 사람이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닙니다.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이 아니고 조종을 위한 통로입니다. 제가 점거해서 제 용도대로 쓰고 있습니다.

 

달력에 여자는 1월 달력 그대로입니다. 1월 6일 올라와서 그대로입니다. 팔을 들고 그대로 겨울 내내 보내고 여름까지 서 있습니다. 그리고 조합원의 아이(최은희)가 그려준 그림입니다. 용역 깡패한태 가로 막혀 못 들어오고, 정문 앞에서 울고 있는 아이의 사진을 봤는데 안타깝습니다.

 

양말인데 뒤꿈치가 다 떨어졌습니다. 속옷은 사생활 보호를 위해 거두어놓았습니다. '호야'라는 화초가 인간 속세를 향해 열심히 자라고 있습니다. 조합원의 6살 아이가 제 얼굴이라고 그려준 그림인데 볼 때마다 우습습니다.

 

여기는 방인데 비좁습니다. 둘이는 못 눕습니다. 달력 하나 폭 정도 됩니다. 그리도 '보온병 폭탄'입니다. 특공대가 들어오면 던지면 다 몰살합니다. 그 다음에 난간인데, 처음에는 밖이 바로 뚫려 있는 구조니까 걷지도 못했습니다. 지지대가 있는 게 아니라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밥 매달아 올리는 줄입니다. 바구니를 통해서 식량이 조달되고 있습니다. 지상과 연결된 유일한 생존의 끈입니다. 배수구입니다. 평화와 불안이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방울토마토는 익기만을 기다립니다. 토마토는 등록금이 비싸서 빨리 안 익습니다.

 

제가 올라온 계단인데 직각입니다. 철근 하나 놓여진 직각의 계단입니다. 첫날 올라올 때는 마음이 급해서 잘 몰랐는데 보니까 무섭습니다.

 

저 하얀 건물이 조합원들이 생활하는 생활관입니다. 여기는 꽃이 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새가 날아오는 것도 아니고 늘 녹슨 쇠를 더불어 살아야 됩니다. 제가 만든 헬스장입니다. 여름은 물을 많이 쓰고 보내야 하니까 수도 시설을 했습니다. 물이 늘 나오는 게 아니고 제한급수입니다.

 

7월 9일에 오세요. 오시면 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제가 보여드리겠습니다. 한진그룹 회장한테는 안 보이는 투명인간 김진숙이가 여러분 눈에는 보이길 바랍니다. 7월 9일 뜨겁게 만나겠습니다."

 

소금꽃 김진숙에게로 가는 '2차 희망의 버스' 탑승 요령

이 버스는 소금꽃 김진숙의 85호 크레인 농성 185일을 함께 지키는 연대의 버스입니다.

이 버스는 '정리해고 없는 세상,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향해 달리는 '희망의 버스'입니다.

 

['2차 희망의 버스' 탑승 요령]

○ 출발 : 2011년 7월 9일 오후 1시(부산 6시 30분 도착 기준)

○ 출발 장소 : 전국 동시 다발(서울 / 시청광장 앞 재능교육비정규직 농성장)

○ 참가비 : 30,000원

- 각 지역별로 다르게 잡으실 수 있습니다.

- 학생, 어린이는 반값등록금의 취지를 살려 '반값 참가비'로 합니다.

○ 참가 및 연대 게시판 : 다음 까페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검색

○ 1차 마감 : 6월 28일(버스 섭외를 위해 꼭 필요합니다.)

○ 문의 및 연락처 : 02-363-0610(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 송경동(010-8278-3097)

 

[아름다운 만남을 위하여]

각 단체 별로 '2차 희망의 버스' 참가를 즐겁게 결정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지역 내 사회단체 및 양심적 개인들과 긴급히 소통해서 '2차 지역 희망의 버스'를 만들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각 단체나 커뮤니티 별로 참가자를 모아 일괄 신청해 주시면 좋습니다. 각 단체 및 지역 참가단은 희망의 버스 한 대당 2분의 '깔깔깔'을 선정해 버스 운행과, 전체 진행요원으로 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눔과 연대의 마당]

각 지역 버스별로 지역 특산물이나 나누고 싶은 것들을 가져와 주시면 좋겠습니다. 부산 시민들과 함께 하는 연대의 나눔 장터가 열립니다. 185일째(가는 날 기준) 외롭게 싸우고 있는 김진숙 님과 집단 단식 중인 정리해고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날로 1박 2일 노숙을 기본으로 합니다. 텐트 등 물품을 준비해 주시면 좋습니다. 7월 10일 아침밥만 진행팀에서 제공해 드립니다. 먹을거리 등을 준비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연대 문화마당이 열립니다. 각 지역 참가 버스는 가능한 문화 프로그램 등을 준비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김진숙님과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들, 그리고 부산지역 노동자 분들이 오시는 분들게, 다시 일터로 돌아가고 싶다는 꿈을 담은 '희망의 배'를 접어 오시는 모든 분들께 하나씩 드리겠다고 합니다. 부산 시민들과 함께 하는 '나눔문화 콘서트'가 7월 9일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열립니다. 부산 시민 여러분이 모두 함께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버스는 희망을 노래하려는 버스입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할 수 있도록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현재 준비 상황]

현재 다양한 분들이 함께 하십니다. 지역 희망버스는 현재 대구, 제주, 제천, 순천, 광주, 전주, 인천, 수원 등이 함께 합니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10대의 희망버스와 퀴어축제 등을 준비하신다고 합니다. 성미산학교와 광명의 볍씨 학교 등, 전국의 대안학교 분들과 함께 하기 위해 논의 중입니다. 민족예술인 총연합이 움직이기 시작해 전국적으로 희망의 버스를 만들어 보겠답니다.

 

용산 참사 당시 너무나 맑은 마음들과 힘을 주신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어린이책 작가모임' 분들이 해고자 아이들에게 줄 동화책을 실고 희망의 버스에 함께 하신다고 합니다. 부산아고라 분들은 6·11처럼 어묵탕을 준비하신다고 하고요.

 

문학인들은 기본 2대를 예약해 주셨습니다. 김용택 시인께서 글을 써주기로 했고, 김선우 시인은 썼고, 심보선 시인께서 글을 보내주기로 했습니다. 공선옥 선배는 벌써 글을 써서 보내주셨습니다. 6·11 담 넘은 것으로 소환대상자 명단에 끼었다고 하니, 너무 기쁘다고, 그 기쁨의 글을 하루만에 써 보내 주었습니다. 걱정입니다. 얼마 안 있다 독일 가야하는데, 공항에서 체포되면 어쩌려고 하느냐 했더니, 영광이지 합니다. 더 깜짝 놀랄 분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어제도 100명의 분들이 부산을 다녀오셨습니다. '약심연대' 한의사 선생님들이 현장을 방문하셨고요. 부산의 미디어운동 활동가들이 김진숙 선배에게 셀프카메라를 올려 보내 주셨습니다. 더 즐거운 것은 2차 희망의 버스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어제는 충남 아산 유성기업 노동자들 투쟁에 함께 했고, 오늘은 90가구 중 75가구가 불에 타버린 강남구 포이동을 찾아 그림을 그려주고 왔다고 합니다. 어제 김진숙 선배는 전화가 온 금속노조 위원장님께 여기는 잘 지킬테니 유성기업 노동자들을 도와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참 멋진 분입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서는 6·11 소환자들을 위한 공동 변호인단을 구성해 주시기로 했고, 2차 희망의 버스에 동참해 '우리'를 지켜주기로 했습니다. 민교협과 전국교수노조, 비정규교수노조 등 모두 논의 중이라고 합니다. 가는 건 당연하고, 얼마나 많은 이들인가만 남아 있다고 합니다. 전교조는 '전국 밥심연대'를 고민 중이라고 합니다. 당일 전국의 선생님들이 모여 우리들의 아침밥을 준비해 주시면 그 얼마나 기쁜 일일까요.

 

진보신당은 당원의 1/10인 800명을 전국에서 출발시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민주노동당도 준비하고 있고, 사회당은 2대를, 그리고 학생들이 함께 하겠다고 해서, 계속 간담회를 진행 중입니다. 그 외 모든 이 땅의 진보세력들이 2차 희망의 버스를 준비 중입니다. 기독교에서는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와 예수살기, 천주교 쪽에서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등이 희망의 버스를 준비 중입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에게는 각 도별 연맹별로 한 대의 농민-노동자 연대 버스의 발진을 제안 들여 놓은 상태입니다.

 

그 모든 것을 뒷받침해 민주노총은 6월 18일, 부산지역본부에서 열린 중앙집행위원회에서 1. 민주노총은 조직적 결의를 통해 '2차 희망의 버스'에 적극 결합한다. 2. 민주노총은 이를 위해 산하 각 연맹, 지역본부별로 현장에서 이를 선전 홍보하여 대대적으로 조합원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한다. 3. 민주노총은 이러한 사실을 사회적으로 공표하고, 기획단에 책임있게 결합한다는 결정을 내려 주셨습니다.

 

6월 22일 오후 7시, 경향신문 옆 금속노조에서 '2차 희망의 버스 깔깔깔 기획단' 회의가 열립니다. 힘을 보태실 모든 분들의 참여를 환영합니다. 7월 9일, 그 날은 한국사회 운동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날입니다. 우드 스탁보다 더 멋진 문화의 날입니다. 누구도 누구보다 높지 않은 평등과 평화와 존중의 날입니다.

 

정부와 사측은 그 날 전에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수 있습니다. 공권력으로는 안됩니다. 그 순간 이 정권은 무너지게 되어 있습니다. 하여 정부와 사측은 힘겨운 한진 노동자들을 달래 이른 시일 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안의 분열을 꾀하고 있습니다. 부디 한진의 소금꽃들이 2차 희망의 버스를 믿고, 좀더 진전된 안으로 버텨주기를 바래 봅니다. 한진의 문제가 해결되어도 '2차 희망의 버스'는 '정리해고 없는 세상,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향해 출발합니다. 


태그:#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김진숙 지도위원, #85호 크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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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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