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걸망 하나 덜렁 메고 떠나는 산사기행, 소개하고 있는 24산사를 기행하다 보면 마음은 맑은 하늘은 떠다니는 구름이 되고, 번뇌는 흐르는 물결을 따라 저만큼 흘러가 있음을 경험할 것입니다.
 걸망 하나 덜렁 메고 떠나는 산사기행, 소개하고 있는 24산사를 기행하다 보면 마음은 맑은 하늘은 떠다니는 구름이 되고, 번뇌는 흐르는 물결을 따라 저만큼 흘러가 있음을 경험할 것입니다.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솔바람에 실린 산사의 불향이 피리 소리처럼 들려옵니다. 계곡을 흐르는 물결 소리도 자박자박 들렸습니다. 솔바람 물결 소리가 안개처럼 자욱하게 내려앉은 산모퉁이를 휘적휘적 걷고 있는 산승의 뒷모습, 잿빛 걸망 하나 둘레 메고 산사로 가는 길을 호젓하게 걷고 있는 출가수행자의 뒷모습을 따라 걸었습니다.

글자 하나, 사진 한 장이 맑은 하늘을 두둥실 떠다니는 구름처럼 무애한 발걸음, 낮은 곳을 향해 끊임없이 흐르고 있는 물결 같은 하심(下心)으로 새긴 구도의 행각임을 알기에 다소곳한 마음으로 두 손도 모아봅니다.  

두 눈으로는 책을 읽으면서도 마음은 바랑을 둘러멘 산승의 그림자가 되어 지그시 뒤따릅니다. 산승이 참선을 하면 명상을 흉내 냅니다. 봉정암 깔딱고개를 오를 땐 숨이 깔딱거릴 만큼 숨이 차오고, 산죽나무가 무성한 법계사 가는 길을 걸을 땐 발걸음에조차 산죽빛이 물들어 갑니다.

눈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보는, 산사 스물네 곳

경기도 가평 대원사에서 템플스테이를 진행하고 있는 승한스님이 쓰고, 하지권 작가가 찍은 사진 모아 불광출판사에서 출판한 <나를 치유하는 산사기행>을 통해 대한민국의 최남단 마라도에 있는 기원정사에서부터 태백산 망경사, 설악산 봉정암, 지리산 법계사 등 우리나라 방방곡곡 명산에 산재해 있는 산사를 기행합니다.

<나를 치유하는 산사기행> 표지
 <나를 치유하는 산사기행> 표지
ⓒ 불광출판사

관련사진보기

참 좋습니다. 눈에 보이는 풍경도 좋고, 눈에 보이지 않게 전해내려 오는 전설도 애틋한데, 거기에 승한스님의 시심(詩心)까지 더해졌으니 어느 산사, 어느 페이지를 읽어도 바람과 속삭이는 풍경소리가 뎅그렁 거리며 들리고, 싹트고 녹음 지고, 단풍들고 낙엽 지는 산사의 사계가 담겼습니다.

평지 길처럼 평탄한 글이기에 편안하게 읽다보면 삼매에 빠진 무아지경을 경험합니다.   

이 절은 이래서 좋고, 저 절은 저래서 좋으니 다 좋습니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으니 이것 때문에 멍들고 저것 때문에 상처 받았던 속세의 번뇌가 부지불식간 치유됩니다.

책을 가장 잘 읽는 방법은 글쓴이의 입장, 글을 쓴 사람의 마음, 글을 쓴 이가 표현하고 싶었던 눈높이로 읽고, 눈높이에서 새기는 것입니다. 다른 책들도 그렇지만 기행 글의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글쓴이가 물처럼 흐르면 흐르는 물을 타고 두둥실 뱃놀이를 하고 있는 낙엽의 마음이 되면 물이 느끼는 감정을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글쓴이가 바람과 같은 마음으로 쓴 글이라면 바람개비가 되어 읽을 때 그것이 바람임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물결 같은 글, 바람소리 같은 사진

<나를 치유하는 산사기행>은 승한스님이 바람처럼 떠다니며 물결처럼 쓰고, 10년이 넘게 불교사진을 찍고 있는 하지원 작가가 물처럼 흘러 다니며 바람소리 찍은 빛그림(사진)으로 산사로 가는 길에서 만날 수 있는 솔바람 물결소리처럼 조화롭습니다.

이미 다녀온 곳이라면 다시 한번 되뇌며 추억할 수 있어 좋고, 아직 가보지 않은 곳이라면 두 눈 지그시 감고 연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눈에는 보이지 않는 전설까지도 더듬을 수 있으니 시공을 초월하는 산사기행을 경험하게 합니다. 

독서와 연상으로나마 <나를 치유하는 산사기행>에서 소개하고 있는 24산사를 기행하다 보면 마음은 맑은 하늘은 떠다니는 구름이 되고, 번뇌는 흐르는 물결을 따라 저만큼 흘러가 있음을 경험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 <나를 치유하는 산사기행>(승한 씀, 하지권 사진, 불광출판사 펴냄, 2011년, 15000원)

* 책에서는 태백산 망경사(P220)가 해발 1470미터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하늘 아래 첫 절로 소개하고 있는데, 지리산 반야봉 직하에 자리하고 있는 묘향암이 해발 1500미터에 자리하고 있음을 덧글로 소개합니다.



나를 치유하는 산사기행

승한 지음, 하지권 사진, 불광출판사(2011)


태그:#나를 치유하는 산사기행, #승한, #하지권, #불광출판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