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자동차 핵심 부품을 제조하는 '유성기업' 노사가 파업과 직장폐쇄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22일 오후 출동한 경찰이 유성기업 아산공장 정문 앞 도로를 막고 있다.
 자동차 핵심 부품을 제조하는 '유성기업' 노사가 파업과 직장폐쇄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22일 오후 출동한 경찰이 유성기업 아산공장 정문 앞 도로를 막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기사 수정 : 23일 오후 2시 50분]

자동차 엔진 부품을 생산하는 한 중견기업의 파업이 국내 자동차 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충남 아산에 본사를 둔 유성기업이 지난 18일 노조 파업에 맞서 직장 폐쇄를 단행했다. 이 때문에 국내 주요 완성자동차 업체들까지 공장 가동에 차질을 겪고 있다.

22일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업계와 재계 단체 등은 노조 파업이 불법이라면서, 공권력 투입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또 보수언론과 경제신문 등도 이들 단체가 내놓는 생산 차질과 피해예상액만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면서, 일방적인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 19일 새벽 회사 쪽에서 고용한 용역회사 직원이 파업 조합원들을 향해 고의적으로 자동차를 몰아 13명의 중경상을 입는 등 큰 사고까지 발생했다. 노조는 회사의 치밀한 계획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공식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회사 쪽은 개인적인 일이라면서, 회사와 무관하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노사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도대체, 그곳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용역직원 차량 돌진... 아산 유성기업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유성기업은 1960년에 설립돼, 주로 자동차 부품 등을 생산해 온 견실한 중견기업이다. 주로 자동차 엔진에 들어가는 피스톤링을 비롯해 실린더라이너, 캠 사프트 등에서 높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미국 크라이슬러 등 해외 업체 등에도 수출해 왔다. 작년에 국내 자동차 업체의 수출 증가 등에 힘입어 연 매출 2299억1000만 원을 기록했다. 이는 2009년보다 39.7%나 늘어난 금액이었고, 당기순이익도 118억6000만원을 올렸다.

하지만 올해 들어 노사간 임금과 단체 특별교섭이 진행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특별교섭 내용은 주간연속 2교대제 및 월급제 도입이다.

'주간연속 2교대제'는 밤시간대(자정부터 아침8시까지) 철야근무를 하지 않고, 아침 8시부터 자정까지 2교대로 나누어서 일하자는 것이다. 또 그동안 시간제로 받았던 급여를 월급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노사는 이미 지난 2009년에 이런 제도를 올해부터 시행하기로 합의했었다.

전국금속노조 유성지회(김성태 지회장)는 "이런 2009년 노사합의안에 대해 지금까지 10여 차례 교섭이 진행되는 동안 단 한 번도 회사는 자신들의 안을 내놓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에 따라 지난 3일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신청서를 접수했고, 13일 '조정정지 결정'을 받아 합법적으로 노동쟁의권을 받았다. 이어 조합원을 상대로 찬반투표를 진행해, 78%의 찬성을 얻어 파업을 결정했고, 지난 18일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금속노조 유성지회에 "(합법 파업임에도) 회사는 곧장 직장폐쇄를 실시했고, 민간 용역경비회사를 동원해 대체인력을 투입하려고 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용역 회사 직원이 탄 자동차가 새벽에 조합원들을 향해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20일에는 조합원들의 공장 진입과정에서 충돌이 벌어져 양쪽에서 부상자가 속출하기도 했다.

반면, 회사 쪽에선 노조가 불법으로 공장을 점거해 어쩔 수 없이 직장폐쇄 결정을 내렸다 입장이다. 또 지난 2009년 노사간 합의서 역시 "서로 노력한다"는 것으로 구체적인 권리와 의무가 없는 단순한 신사협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회사 아산공장장 이기봉 전무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노조가 2009년 노사협의 이후 전혀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시행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당시 협약 역시 상호 노력한다는 신사협정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조가 관리직 근로자들의 생산현장 투입을 막고, 생산설비를 점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업체와 경제단체 등 "국가경제 타격"...여론몰이 나서

유성기업 노사간 갈등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생산 차질 등 피해를 당하게 됐다. 특히 유성기업으로부터 피스톤 링의 70%를 공급받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직격탄을 맞게 됐다.

자동차 생산라인 모습.(자료사진)
 자동차 생산라인 모습.(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관련사진보기


유성기업의 파업직후부터 이미 일부 공장에서 생산 차질이 일어나고 있다. 기아차 소하리 공장은 지난 20일 야간근무조부터 생산을 중단됐고, 22일엔 현대차 울산공장의 투싼ix와 싼타페, 베라크루즈 등 다목적실용차(SUV) 라인 역시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24일 이후부터는 거의 모든 엔진의 재고가 소진되기 시작한다"면서 "일부 소형 차종을 빼고, 승용과 상용자동차 등 전 차종의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 쪽에선 "유성기업 노조가 불법파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20일 현재 불법 점거 잔류자는 300여 명이며, 이중 100여 명만이 유성기업 조합원이고 나머지 200여 명은 외부 연대세력"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유성기업에서 고용한 용역직원의 차량돌진 사건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현대기아차는 이어 "국내 자동차 생산라인이 올스톱 되면 자동차부품산업은 물론 물류·금융 등 연관 업종들은 물론 국가경제 전반에 막대한 피해를 줄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뿐 아니라 한국GM과 르노삼성차 역시 유성기업에게 주요 부품을 공급받고 있다. 이들 업체는 상대적으로 재고물량이 남아 있지만, 유성의 파업사태가 길어질 경우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

자동차회사들이 회원사로 있는 한국자동차공업협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도 성명을 내고 "신속히 공권력을 투입해 노조의 극단적인 불법행위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올해 자동차 생산만으로 '글로벌 톱3'를 내다보는 현대기아차가 리스크 관리에 큰 허점이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요 부품에 대한 충분한 재고 물량을 확보하거나, 복수의 부품 공급업체 지정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1300원(피스톤링 개당 가격은 1351원)짜리 자동차 부품 생산 차질이 81조 원대 국내 자동차산업까지 송두리째 뒤흔든다는 것 자체가 안타까울 뿐이다.


태그:#유성기업, #현대기아차, #피스톤 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