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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에 이어 교수까지, 벌써 다섯 번째다. 
올 들어 카이스트는 학생 4명과 교수 1명 자살이라는 개교 이래 가장 끔찍한 상황을 맞고 있다. 안타까운 죽음이 잇달아 일어나자 카이스트 서남표 총장의 교육 방식이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카이스트는 최근 널리 알려진 바대로 학점에 따라 등록금을 부과하는 '성적 연계 등록금'을 채택하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는 이미 '징벌 등록금'이라고 불리는 이 제도는 학생들의 과열 경쟁과 패배주의, 심리적 압박을 높였다. 총점 4.3점 만점에 3.0점 이상 얻지 못한 학생들은 최저 6만 원에서 최고 600만 원까지의 수업료를 더 내야했다. 이는 상상만 해도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2010년 카이스트 총학생회(총학생회장 박승)는 차등 수업료 폐지 및 인하에 대한 총투표를 실시하였다. 투표는 전체 학부생 4천여 명 가운데 2천8백여 명이 참가해 96%인 2천6백80여 명이 찬성하였다. 이런 압도적인 학생들의 요구에도 서남표 총장 및 학교 당국은 이에 대한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

100% 영어수업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로봇 영재, 일반고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들어온 학생들, 과학에 남다른 재주로 입학사정관제를 통과한 학생들은 영어 수업의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오히려 수업의 이해를 떨어뜨리고 학문을 배우는 것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100%영어 수업은 고려대학교 역시 일부에서 진행되고 있으나 학생들이 영어강의 반대 서명 및 1인시위를 계속 진행하는 등 많은 반발을 사고 있다.

총장이 주요 교육정책을 변경할 수 있는 이유는 '법인이기 때문에'

이런 '징벌 등록금'과 100% 영어강의는 카이스트 서남표 총장의 작품이다. 전형적인 미국식 경쟁 교육 시스템을 무리하게 도입한 것이다. 이렇게 총장 한 사람이 학교의 주요 교육정책을 변경할 수 있는 것은 카이스트가 일반 국립대가 아닌 법인 대학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국민들은 카이스트가 국가가 과학 영재들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 대표 국립대학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요새 고등교육계에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국립대 법인화'의 모델이 바로 카이스트다. 카이스트는 71년 설립 당시 법인으로 출발했다. 결국 국립대가 아닌 독립 법인으로 교과부 소속조차 되어 있지 않은 카이스트의 본성이 총장 왕국으로 만들고 이런 사태를 초래한 것이다.

작년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가 통과되었을 때 카이스트 총학생회가 이에 대해 학교에 문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대학 당국은 등록금 인상률 상한 법안이 만들어져도 카이스트는 독립 법인 대학이기 때문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대답하였다. 법인대학이 되면서 카이스트는 총장 개인의 독단으로 불합리한 제도가 생겨나고 학생의 96%가 반대하여도 이것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상황이 된 것이다.

고등교육 법안조차 정확히 적용되지 않는 대학이 되어버린 카이스트. 카이스트의 법인화로 학생들의 고통, 카이스트의 절망적 상황은 시작되었고 서남표식 교육 개혁은 이를 정점에 달하게 하였다.

아직도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서남표 총장을 옹호하고 감싸안는데 급급하다. 교수, 학생, 직원들의 많은 반대에도 서울대 법인화가 진행되고 있다. 충남대, 공주대, 공주교대의 통합 역시 학생들이 모르는 사이에 MOU체결로 추진되고 있다. 부산대에서는 학생 천명이 모여 국립대 법인화 반대 집회를 진행하였다.

이명박 정부의 "자율과 경쟁"으로 일관하는 교육 정책. 서남표식 교육 개혁 뿐만 아니라 대학 법인화, 대학 자율화 정책도 돌아보게 하는 오늘이다.


태그:#서남표, #카이스트, #법인화, #이명박, #등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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