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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등록금넷과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주최로 열린 '4.2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시민·대학생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정부의 반값 등록금 공약 이행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등록금넷과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주최로 열린 '4.2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시민·대학생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정부의 반값 등록금 공약 이행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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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처럼 살고 싶다던 한 청년이 있었다. 그가 쓰는 누리집 필명 역시 '하인리히'였다. 시를 좋아하고 또 스스로를 몽상가로 소개하는 대목에서도 알 수 있는 그는 감성 충만한 오늘날의 문학청년이었다.

그러던 그가 분노하기 시작했다. 언제부턴가 대학 문제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더니 2010년 전국 대학교 등록금 순위를 집계해 발표했고 2011년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들 명단을 현재까지 추가 작성하고 있다. 그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학은 학문을 연구하고 배워나가는 교육기관이잖아요. 그런데 자본의 논리로 대학을 운영하다 보니 이런 본연의 의미가 자꾸 퇴색되는 것 같아요. 자본도 결국 사람 편하자고 사람이 만든 것 아닙니까?"

대학들은 저마다 '글로벌 인재'를 만든다며 매년 등록금 인상에 열을 올린다. '지난 10년간 물가가 24.9% 올랐다는데 이에 비해 대학 등록금은 최고 82.8%가 올랐다'는 기사. 무언가 크게 잘못됐다. 한창 인생의 절정을 누려야 할 대학생들이 '잉여인간'이 되고 '글로벌 빚쟁이'가 된 현실이다.

그래서, <오마이뉴스>가 미리 문을 두드려 보았다. 홀로 고군분투하는 '하인리히'를 위해, 대학생들과 학부모들을 위해 "저렇게들 힘들어 하는데 올해는 대체 얼마나 올린 겁니까?"라고 각 대학에 물어봤다. 아래는 <오마이뉴스>가 전국 사립대학 75곳에 직접 전화를 걸어서 작성한 '2011 대학 등록금 기네스북'이다.

미리보는 2011 사립대학 등록금 현황
 미리보는 2011 사립대학 등록금 현황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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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이 가장 비싼 대학은?

평균등록금을 기준으로 했을 때 2011년도 등록금이 가장 비싼 대학은 올해 2.7%를 인상한 추계예술대학으로 나타났다. 금액은 917만5000원이었다. 907만5000원의 연세대가 2위를 기록했다. 다만 추계예술대학 정원이 300명 안팎이어서 현재의 계산방식으로는 금액이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 결국 실질적인 1위는 연세대라고 할 수 있다.

연세대는 올해 등록금을 동결하기로 해 작년과 같은 금액이었지만 타 대학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높은 금액이다. 평균 0.6% 인상한 이화여대가 887만1000원으로 3위였다. 이화여대는 재학생의 등록금은 동결했지만 신입생은 2.5%, 약학대학 쪽은 무려 9%나 인상했다.

등록금 인상률이 가장 높은 대학은?

등록금 인상률에서는 올해 5.1% 인상한 부산장신대와 전주대가 공동 1위를 기록했다. 고신대와 동아대가 4.8%로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수도권 대학 중엔 건국대가 4.7%의 인상률을 보였다. 부산장신대의 한 관계자는 "지난 2년간 동결이었고 학생들 사이에 분쟁이 있어 학교 환경 개선을 전혀 못한 상황이었다"며 "(학교가) 소규모이고 열악했는데 이번에 대대적인 환경개선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인상했다"고 해명했다. 

정부가 최근 등록금 인상 가이드라인을 3%로 정했는데 그 이상 올린 학교는 34곳으로 나타났다. 교육과학기술부의 담당 주무관은 "(고등교육법 개정안 통과로 정부가)올해부터 5.1%의 등록금 상한제를 시행하기로 했는데, 교과부는 여기에다가 물가안정 차원에서 인상을 3% 이내로 자제해 달라고 각 대학에 협조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③ 입학금이 가장 비싼 대학은?

대학 신입생을 대상으로 걷는 입학금도 무시할 수 없는 돈이다. 입학금 부문에서는 동국대가 107만 원으로 1위였다. 동국대는 올해 초 등록금을 4.9% 인상한다고 발표했다가 학생들의 반대가 거세지자 2.8%로 하향 조정했다. 고려대가 105만 9000원, 연세대가 101만8000원으로 각각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입학금은 왜 내는 것일까? 대학의 회계구조상 통상적으로 각 대학은 등록금 수입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먼저 산정한 다음 그 금액 안에서 입학금, 수업료, 기성회비 등으로 항목을 나눈다. 교과부 주무관은 "입학금에는 물론 입학절차에 필요한 경비도 포함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관례에 가깝게 그리고 명목상으로 각 대학들이 입학금을 받고 있는 셈이다.  

2일 오후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개최된 '4.2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시민·대학생 대회'에 참가한 대학생이 '대학 등록금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선전물을 들고 있다.
 2일 오후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개최된 '4.2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시민·대학생 대회'에 참가한 대학생이 '대학 등록금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선전물을 들고 있다.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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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등록금이 가장 비싼 학과는?

보통 의과대학이나 예·체능, 공학계열의 등록금이 타 계열보다 비싼 게 사실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대체적으로 의과대학이 있는 학교에선 해당계열 학과의 등록금이 가장 비쌌다. 의과대가 없는 학교는 예·체능 쪽이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 가운데 강남대의 독일바이마르음악학부가 1300만 원으로 1위에 올랐다. 고려대 의과대학은 1279만6000원으로 2위였다. 그런데 특수학부까지 포함할 경우 연세대의 언더우드 국제학부가 연간 1420만 원으로 가장 비쌌다. 

연세대 총학생회 한 간부는 "올해 약학대를 비롯해 글로벌융합공학과, 외국인글로벌학과 등 신생 학과를 만든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해당 과의 등록금 역시 1000만 원을 훌쩍 훌쩍 넘길 것"이라고 귀뜸했다.  

⑤ 누적적립금이 가장 많은 대학은? 

등록금 외에도 학교가 개별적으로 쌓아둔 적립금도 학교에는 중요한 재원이다. 적립금은 학교가 비상상황 등을 대비해 보유하고 있는 돈으로 적립금이 많을수록 학교 운영에 여유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 김춘진 의원이 지난 1월 공개한 '사립대 적립금 현황'에 따르면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현재까지 누적적립금이 가장 많은 학교는 이화여대가 6280억 원으로 1위였다. 홍대는 4857억 원, 연세대가 3907억 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문제는 적립금을 쌓기 위해 각 대학들이 예산 편성을 주먹구구식으로 한다는 것이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는 2010년 7월에 발표한 자료에서 "각 대학이 예산을 편성할 때 수입은 줄여서 책정하고(축소편성), 지출은 부풀려 책정(뻥튀기 편성)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소는 수도권 사립 일반대학 26곳을 대상으로 '2009년 예·결산 및 2010년 등록금 산정근거'를 분석한 결과 이화여대가 759억 원의 금액 차이를 보여 가장 주먹구구식으로 예산을 운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홍익대(752억 원)와 서강대(614억 원)가 그 뒤를 이었다. 이화여대는 적립금 증가액에서도 1위를 기록했는데, 2009년도에 비해 무려 838억 원이 늘어났다.

⑥공사비 지출이 가장 많은 대학은? 

해마다 각 대학의 교정에선 공사가 벌어지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땅을 파서 건물을 짓거나 새로운 시설물을 세우곤 하는데 이렇게 대학이 건물을 짓고 땅을 사는 데 쓰는 비용을 '자산적 지출'이라고 한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가 2010년에 발표한 '2009년 사립대 결산분석'이라는 자료에 따르면 성균관대, 경원대, 연세대 등은 자산적 지출이 가장 많은 곳인데도 법인지원이 매우 열악했다. 특히 경원대와 연세대는 법인 부담이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성균관대의 법인 부담률도 18.2%로 상당히 낮은 편이었다.

연덕원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특별한 수입원이 없는 이상 대학은 등록금과 재단의 지원을 통해 운영하게 된다"라며 "법인부담률이 낮다면 그만큼 학생들 등록금이 자산적 지출에 쓰인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⑦ 비상식적 등록금 인상 근거들도 여전


'핑계 없는 무덤 없다'는 말처럼 각 대학들이 등록금을 올리는 데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등록금을 인상하면서 학교들이 내놓는 인상 근거들을 살펴보면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우선 '남따라하기형'이다. 등록금을 인상하는 많은 학교들이 '타 대학교의 인상률 수준에 맞춘다'며 금액을 올려왔다. 다음은 '잘해줄게형'이다. 학교의 장학금 확충, 시설 개선 등을 통해 학생들에게 혜택을 돌려주겠다는 유형이다. 이 경우 학생들과 시민사회 등의 철저한 감시와 검증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론 '읍소형'이다. 주로 지방에 있는 대학들이 구사하는 유형으로 '학생 수가 줄었으니 어쩔 수 없다', '학과가 폐지될지도 모른다' 등으로 학생들에게 호소하는 경우다.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등록금넷과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주최로 열린 '4.2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시민·대학생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정부의 반값 등록금 공약 이행을 촉구하며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대학생의 현실... 사라진 '꿈' 늘어난 '빚'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등록금넷과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주최로 열린 '4.2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시민·대학생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정부의 반값 등록금 공약 이행을 촉구하며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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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조사했나?

등록금 인상문제가 요즘에는 해마다 치러야 하는 통과의례가 됐다. '춘투'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올해도 등록금을 인상한다는 학교와 이를 반대하는 학생들이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대체 얼마나 올라야 하느냐?"라며 한탄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물론이고, "학교 발전을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학교쪽 논리도 되풀이되고 있다.

<오마이뉴스>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 주요 사립대학의 주요 지표들을 기준으로 '대학등록금 기네스북'을 선정했다. 예를 들어 올해 가장 많은 등록금을 내야 하는 대학이 어디인지, 가장 높은 인상률을 기록한 대학은 어디인지 등을 알아본 것. 전국의 주요 사립대학 75곳을 전화 통화로 직접조사해 순위를 매겼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와 안민석·김춘진 의원실에서 제공한 자료들도 참고했다.

학교 선정은 일차적으로 올해 초 교과부에 등록금 관련 자료를 제출한 110개의 사립대학 명단을 기준으로 했다. 여기에 2011년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들과 지난해 등록금 상위 50위권 학교 중 통화에 응한 곳을 추가했다.

이번에 조사한 등록금 관련 통계는 각 대학의 평균등록금이다. 그런데 올해부터 평균등록금 산정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에 4월 말 혹은 5월 중에 공시될 정부의 발표와 약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지난해까지 평균등록금은 재학생이 존재하는 학과기준 평균 산정방식을 적용해 산출했지만, 올해는 입학정원이 존재하는 학과기준 평균 산정방식과 입학정원 가중평균 산정방식 등 두 가지를 병행한다.

'재학생이 존재하는 학과기준 평균 산정방식'은 재학생이 존재하는 전체 학과별, 학년별 등록금의 합을 재학생이 존재하는 전체 학과별 학년수로 나누는 것이고, '입학정원이 존재하는 학과기준 평균 산정방식'도 이와 비슷하다. '입학정원 가중평균 산정방식'은 학과별, 학년별 등록금을 학과별, 학년별 입학정원과 곱해 그 합을 전체 학과별, 학년별 입학정원의 합으로 나누는 방식이다.

<오마이뉴스>는 이 중 입학정원 가중평균 산정방식의 금액을 중심으로 자료를 정리했고, 응답을 거부한 대학쪽의 등록금은 작년 등록금에 올해 인상률을 적용해 추정치를 산출했다.


태그:#등록금, #이화여대, #고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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