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9일, 자주 활동하는 클럽에서 소매물도로 M.T를 가자는 공지가 뜬 후 멍하니 있는
시간동안 그 공지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매물도를 담은 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신선한 충격이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푸른 바다가 아닌 우리나라 바다의 색 같지 않은 옅은 초록의 에메랄드 빛깔의
바다, 그런 바다가 소매물도의 바다였다. 나는 사진 속에 만들어진 소매물도의 빛에 빠져
버렸고 그때부터 소매물도로 향하는 내 발걸음은 이미 정해졌었다. 다만 시간문제일 뿐.
이른 아침 잠에서 깨 부랴부랴 짐을 챙긴다. 카메라는 필수 그리고 혹시나 모를 삼각대
까지 그리고 홈플러스에서 모두 모인 뒤 매물도를 향해서 차를 달린다. 소매물도는 사시사철 많은 여행객들이 붐비는 관광명소다. 관광 성수기는 아니었지만 이용요금이 비싸고 이용조건이 불편했다. 수소문 끝에 매물도에 있는 펜션을 예약했다.
배를 이용해서 들어가야 하는 소매물도는 여객선이 뜨는지 안 뜨는지 여부에 따라 그리고
배 시간에 따라 일정을 맞추어야 했다. 하지만 매물도 펜션은 펜션에서 배를 운영하기
때문에 서로 연락해 일정을 조절 할 수 있다. 매물도와 소매물도 그리고 등대섬까지 다 경험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져버렸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움직이다보니 시간이 지체되었고, 펜션사장님과의 약속장소인 거제도
대포항을 찾는 데까지 시간도 걸렸다. 결국 약 낮 12시경이 되어서야 사장님과 인사를 나눈 후 매물도로 향하는 배를 탔다.
일행을 기다리며 펜션사장님과 짧은 대화를 나눈다. 통영에서 가는 게 더 빠르지 않냐? 는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물도가 통영에 속해 있어서 통영에서 가는 것이 빠르다고 생각하는데, 지리적으로 보면 거제도까지 차로 이동한 후 뱃길로 가는 것이 더 빠르다고 한다.
그리고 가장 알아듣기 쉽게 시간을 예를 들어 설명한다. 통영 여객선터미널에서 출항하여 매물도로 오면 약 90분정도 걸리지만, 이곳에서 배를 이용해서 가면 약 15분이 걸린다고.
울릉도에 배를 타고 갈 때는 잔잔한 파도로 인해 뱃멀미를 하지 않았지만, 러시아를
갈 때 거친 파도로 인해 하루종일 고생했던 기억을 떠올리니 약 1시간 이상 배타는 시간이
줄어드는 이 장소가 최적이라고 몸으로 느낀다.
소형선을 타서 그런 것일까? 배가 파도와 함께 움직이기 시작한다. 파도가 오른쪽으로
치면 배도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치면 왼쪽으로 좌우로 놀이기구를 타듯 움직인다. 그러다 결정적인 순간을 맞는다. 배와 정면 방향에서 파도를 만났고 마치 파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아휴, 크루즈의 멀미는 장난이었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작은 가슴을 쓸어내린다.
자그마한 섬이 보이고 배가 선착장에 정박을 하고 일행들은 서로 빨리 내리기 위해 발걸음을 추스른다. "대매물도에는 무슨 볼거리가 있어요?"라는 질문에 펜션사장은 다소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매물도는 세 개의 대표적인 섬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바로 이곳 매물도와 소매물도 그리고 등대섬인데, 어느 순간 소매물도가 유명해지면서 소매물도보다 크다고 해서 이곳을 대매물도라고 부르기 시작하더라고요. 대매물도라는 지명은 없습니다. 사람들이 그저 편하게 부르기 위해서 붙인 이름일 뿐, 매물도, 소매물도, 등대섬이 맞습니다." 오랜기간 동안 매물도에서 살아오셨다는 펜션사장의 강경한 말에 약간 주눅이 들었지만 물어본 것에 대해 뿌듯함을 느끼고 새로운 것을 배워 기억한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현지인들에게서 내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이야기를 듣는 것 이것이 여행의 새로운 재미인 것 이다.
높은 비탈길을 올라 매물도펜션에 짐을 풀고 펜션에서 보이는 매물도를 바라본다. 매물도로 불리게 된 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어느 곳에서나 쉽게 들을 수 있듯 이 섬의 모양이 메밀처럼 생겼다고 해서 그렇게 부른단다.
다른 하나는, 섬이 개선장군이 군마의 안장을 풀고 쉬는 모습처럼 생겼다고 해서 말 마와 꼬리 미자를 써서 마미도라고 불렀던 것이 매미도로, 그리고 결국 지금의 매물도로 바뀌게 됐다는 것이다.
사진에서 본 것처럼 녹음으로 물드는 계절이 아니라 에메랄드빛 바다를 볼 수는 없었지만
조용해 보이는 어촌마을 풍경에 한시라도 빨리 이곳 구석구석을 걸어 보고픈 마음에 몸이
들썩였다.
카레로 가볍게 점심을 먹은 후 각자 카메라를 메고 소매물도로 가는 배 시간 전까지 산책을 하기로 한다. 매물도는 2007년 문화체육관광부에 의해 <가보고 싶은 섬>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되었다.
충남 보령 외연도와 전남 신안 홍도 그리고 완도, 청산도가 함께 선정되었는데, 그 사업
때문일까? 매물도 고갯길과 후박나무로 가는 길 그리고 해녀의 집 등 섬마을 특유의 전통과 문화를 살린 볼거리를 만들어 놓았다.
잘 조성된 길을 걷다가 갑자기 보이는 조성물을 보고 놀라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한다. 자세한 정보가 없었고 표지판을 발견하지 못해서일까? 해안로를 따라 걷다 보니 고갯길이
아닌 후박나무로 가는 길로 걷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되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다는
결론에 마냥 앞으로 걷는다.
띠띠띠띠띠.... 갑자기 벨이 울리고, 전화를 받자 배가 선착장에 도착한다며 소매물도로
가려면 어서 준비해서 나오라고 말한다. 부랴부랴 카메라를 메고 소매물도로 가기위해
선착장으로 달린다.
녹음으로 가득한 에메랄드 빛 소매물도는 만나지 못하겠지만, 흰 등대섬과 소매물도를
처음으로 본다는 생각에 가슴은 쿵쾅거린다. 소매물도는 과연 어떤 모습을 내게 보여줄까?
덧붙이는 글 | 블로그와 기타사이트에도 기재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