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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 중앙현관. 점심 시간 서울 ㅅ초 학생들 대부분은 쪽문으로 운동장에 나왔다.
 텅빈 중앙현관. 점심 시간 서울 ㅅ초 학생들 대부분은 쪽문으로 운동장에 나왔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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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현관은 손님들과 선생님만 다니는 곳이래요. 우리는 청소할 때만 그곳에 갈 수 있어요."

지난 22일 오후 1시쯤 서울 강서구에 있는 ㅅ초등학교. 5학년 한 남자 아이는 "우리들이 그곳으로 다니면 선생님들한테 야단맞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5학년 여자 아이는 "친구 2명이 교장실과 교무실이 있는 1층 복도를 걷다가 교장선생님한테 꾸지람을 들었다"면서 "1층 복도의 왼편에서 오른쪽 끝에 있는 도서관에 가려면 2층으로 돌아서 가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이 학교는 1층 복도까지 학생 통행 금지령을 내리고 있었다.

이로부터 10여 분이 흐른 뒤 이 학교 중앙현관. 한 교사가 2층 중앙 계단을 통해 1층으로 내려오는 학생들에게 다음처럼 주의를 준다.

"중앙 현관으로 다니면 안 되는 것 알지?"

학생들은 눈치를 살피더니 발길을 돌렸다.

"청소할 때만 그곳에 갈 수 있어요"

텅빈 중앙현관. 점심시간인데도 중앙현관엔 학생들이 없다.
 텅빈 중앙현관. 점심시간인데도 중앙현관엔 학생들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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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교 교육목표 가운데 하나는 '교육공동체 모두가 주인인 학교.' 교육공동체 가운데 하나인 학생들은 또 다른 주인인 어른들에게 중앙 현관과 1층 복도를 빼앗긴 것이다.

이 학교 한 교사는 "학생들에게는 중앙 현관을 못 쓰게 하고 쪽문, 뒷문으로 다니게 하면서, 이들이 청소할 때만 주인으로서 책임의식을 강조하는 꼴이니 정말 답답하다"고 비판했다. 이 교사는 "더러 중앙 현관과 1층 복도로 다니는 학생도 있지만 이 아이들이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이 학교 교사와 학부모들에 따르면 김아무개 교장이 이 같은 통행금지령을 내린 때는 지난 해 초. 부장회의 등을 통해 이 같은 지시가 교사들에게 전해졌다. 김 교장은 같은 해 10월 방송조회에서도 "중앙 현관은 손님들이 들어오시는 곳이니 다른 출입문으로 다닐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중앙 현관 통행금지를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는 상당수 교사와 학생들과는 달리 학부모들은 이를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김아무개씨는 "옛날 일제시대, 권위주의 시대에나 있었을 법한 일을 하고 있으니 학부모들은 뭐라 말도 못하고 속으로만 분을 삭이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김 교장의 태도는 단호하다. 그는 "중앙 현관과 1층 복도의 통행을 자제시킨 이유는 생활지도와 예의범절 지도를 위한 것"이라면서 "이것은 생활지도 차원이기 때문에 계속 유지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그의 다짐이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서울시교육청과 강서교육지원청 중견관리는 "과거 관행이 아직도 남아 있는 듯하다"면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란 반응을 보였다.

"학생인권? 이 문제 해결 없이는 민망한 일"

도서관이 있는 1층. 교장실, 교무실 앞 복도를 사실상 다니지 못하게 해 건너쪽에서 도서관으로 오기 위해 학생들은 2층으로 에돌아가고 있다.
 도서관이 있는 1층. 교장실, 교무실 앞 복도를 사실상 다니지 못하게 해 건너쪽에서 도서관으로 오기 위해 학생들은 2층으로 에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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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교육지원청 중견관리는 "교장의 교육철학에 상관없이 상당히 문제가 있는 일이기 때문에 바로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고, 시교육청 한 장학관은 "그 학교를 직접 방문해 실태를 파악해 시정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중앙 현관 통행을 금지하고 있는 초등학교는 이 학교뿐만이 아니다. 서울 o초를 비롯하여 경기, 전남, 부산 등의 상당수 학교도 비슷한 형편이라고 한다.

서권석 전교조 초등위원장은 "ㅅ초와 같은 초등학교는 전국에 걸쳐 무척 많은 편"이라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학생인권을 내세우는 것은 아이들 보기에도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 <교육희망>(news.eduhope.net)에 쓴 내용을 깁고 더한 것입니다.



태그:#중앙현관, #일제식민지 잔재 학교와 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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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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