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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의 화제인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를 오늘(27일)도 재미있게 보고 있다. 윤도현이 백지영의 노래를 너무나 맛깔나게 잘 부른다. 왜 이렇게 가물에 콩나듯이 만들어지는 좋은 프로그램이 폐지될 운명에 처하게 되었는가? 

 

지난주 우연히 문제의 룰 변경 장면, 김건모의 재도전을 허하는 장면을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장난해'였다. 박명수가 '다음에 또 떨어지면 어찌할 거냐'하고 항변하는 모습이 딱 내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윽고 내가 든 생각은 약간의 불만이 있었지만, 다음에 재미있게 보면되지 하고 그냥 잊어버렸고, 오늘 역시 재밌게 보고 있다.

 

그런데 지난주 김건모 재도전 결정 이후 사건이 너무 커져버렸다. 4주 결방. 룰을 어기고 재도전 기회를 주자고 했던 김제동이나 김건모 탈락 결정에 격한 감정을 드러낸 이소라, 번복결정을 내린 김영희PD, 처음엔 탈락결과를 순수히 받아들이려다 다시 한번 도전할 기회를 준다는 말에 결정을 번복한 김건모, 이후 사태에 책임을 물어 김영희PD를 교체하기론 한 MBC 모두 선의에서 한 행동이  심지어 시청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어 파국에 이르는 결과를 초래했다.

 

나는 이 사태를 보고 후쿠시마 원전사태가 오버랩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큰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필자는 내가 현재 맡고 있는 '한국정치의 이해'라는 수업의 수강생들에게 다음 주까지 이 물음에 나름대로 답을 가지고 와서 토론하자고 제안했다.

 

모두가 행복할 수 있었는데, 어째서 모두가 불행한 사태로 귀결되었는가? 나는 일단 김영희 PD가 가장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는 윤리적, 도덕적 성격의 판단이 아님을 먼저 밝혀둔다. 다른 사람은, 예를들어 착한 남자 김제동처럼 선의에서 그리고 미안함에서 재도전을 제안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프로의 책임자는 이후 결정을 번복했을 때 초래될 예상치 못한 결과까지 예견해야 했으며, 그러하기에 프로그램 전반의 결정권한이 그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설령, 다른 출연자들의 제언에 따라 김건모에게 재도전기회를 준다하더라도 곧바로 도전권을 주는 것은 프로그램이 애초에 설정한 원칙을 심각히 훼손하는 것으로, 일정한 시차 내지 냉각기를 둘 필요가 있었다.

 

내가 보기에 최대 피해자는 김건모다. 사실, 이 프로를 통해 우리는 조수미나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같은 가수를 원하는 게 아니다. 대중가수의 가창력은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이 어우러져 나오는 목소리이기에 허스키 보이스와 같은 개성있는 목소리도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것이다.

 

우리는 이 사례에서 선한 의도가 어째서 모두를 불행하게 만든 파국적 결과을 초래하게 했는가 하는 점에서 또 다른 정치의 측면을 읽어 낼 수 있다. 물론 여기에 직접 관련되지는 않지만, PD를 경질한 MBC의 결정은 최악의 찌질이와 같은 행태다. 한마디로, 모두를 두번 죽이는 결정인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사태는 초기 30시간 어떤 식으로 이 사태를 해결할 것인가 하는 정책적 결정이 실종됨으로써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었다. 그러한 결정의 부재가 일본을 너머, 온 지구를 공포에 떨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정책결정자의 무한책임과 그 엄중함의 무게가 새삼 느껴진다. 하물며, 공동체의 운명을 책임진 정치적 결정권자의 책임은 어떠하겠는가? 정치는 책에서만 배우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며, 좋은 노래를 들려준 실력파 가수들과 좋은 방송을 만들어준 김영희PD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당연히, 내가 원하는 건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김영희PD가 "만드는"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이다. 


태그:#나는 가수다, #김영희PD, #김건모, #정치적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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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대학교 국제관계학부 교수. 정치이론, 한국정치, 국제관계, 한미관계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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