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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장님 말씀하신 대로 대한민국경찰 수사능력, 놀라울 정도다. 세계 최고다. 그런데 이건 반쪽짜리 성과다. 법치주의의 형식적인 측면에만 충실할 뿐, 실질적인 측면은 외면하고 있다. 검거율이 아무리 높아도 경찰이 신뢰를 못 받는 이유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경찰청에 처음 와봤다"는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조현오 경찰청장을 마주 보고 작심한 듯 쓴소리를 쏟아냈다.

 

25일 경찰청이 주최한 '국민과 함께하는 경찰수사 신뢰제고를 위한 토론회'에서 오창익 사무국장은 특히 최근 '자본주의 연구회'와 관련된 경찰수사에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자본주의 연구회를 2년 넘게 수사를 했다고 하는데 이번에 3명을 강제수사해서 1명에게 영장신청을 했다. 거대한 간첩단도 아닌데 왜 2년씩이나 수사를 해야 했는지 의문이다. 더 큰 문제는 그날 오후에 벌어졌다. 51명의 대학생들이 동료 학생들의 체포소식을 듣고 홍제동 대공분실을 방문해 면회를 요구하다 항의집회를 했다. 그리고 경찰은 이들 전원을 연행했다.

 

물론 법률적으로 따지면 형식적인 요건을 충족시킬 수도 있다. 그런데 경찰이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학생들을 설득해서 돌려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경찰의 선택은 51명 전원을 체포하고 30시간이나 구금해 놓은 것이다. 평화적인 구호를 외치던 대학생을 한꺼번에 전원 체포할 정도로 우리가 그렇게 모진 국가였나. 다른 선택은 없었나. 책임자를 징계할 계획은 없나."

 

조현오 "국가발전 가로막고 있는 집회·시위관리 제대로 해야"

 

앞서 조현오 경찰청장은 "경찰상황이 인력, 보수 등의 측면에서 상당히 열악한 반면 업무량은 굉장히 과중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존재 이유라고 할 수 있는 민생치안에 있어서는 OECD G7국가 가운데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고, 집회·시위 관리의 경우 특히 지난해 11월 G20이 성공적으로 개최되는 데 큰 뒷받침을 했다고 전 세계 언론들이 극찬을 했다. 사이버 수사능력과 과학수사능력 역시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도 조 경찰청장은 "경찰 수사에 대한 불신, 경찰 부패비리 문제, 가혹행위 문제 등으로 저희 경찰이 제대로 된 평가와 인정을 못 받고 있다"면서 "이런 부정적인 모습들을 과감하게 걷어내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다"며 이날 토론회를 개최한 이유를 밝혔다. 이날 조 경찰청장은 "인권문제를 경찰활동에서 최우선적인 가치로 삼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토론회가 열린 경찰청 대청마루에는 조현오 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청 국장급 간부들과 수사국 간부들, 그리고 각 지방청 수사·형사 과장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국민'을 대표해서는 인권연대, 참여연대, 서울지방변호사회, 사법정의국민연대 등의 단체 관계자 20여 명과 일반 시민 30여 명이 경찰 관계자들과 마주 보고 앉았다.

 

오창익 사무국장의 질문에 조현오 청장이 마이크를 들었다. 조 경찰청장은 "대한민국 국가발전, 경제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된 것 중 하나가 우리 사회의 법질서 수준이라고 많은 분들이 이야기를 한다"면서 "법질서 하면 가장 큰 게 집회·시위 관리를 제대로 못 하고 있는 것"이라며 한 외신기자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했다.

 

"이 분이 미국사람인데 아시아 일대에서만 20년 가까이 생활하면서 취재를 했는데 한국 집회·시위 현장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자기가 태어난 미국은 물론이고 인도, 일본에서도 경찰이 오면 피하는데 이 서울 한복판에서는 경찰이 나타나니까 시위대가 공격을 하더라. 이걸 보면서 굉장히 놀랐다고 하는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비춰볼 때 대한민국 경찰이 집회·시위 관리할 때 법령을 적용해가는 수준은 어느 나라보다도 인권친화적이다. 이걸 부정하지 마라. 외국에 나가보면 우리나라에서 (집회)하던 식으로 못 한다. 현실이다. 저희 경찰은 국가발전을 크게 가로막고 있는 집회·시위 관리를 제대로 해야 한다. 많은 시민들이 경찰이 엄정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 촛불집회를 겪고 나서 우리가 더 이상 이러한 혼란에 있어선 안 되겠다는 많은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연행된 학생 51명, 수사 협조했다면 훨씬 일찍 풀어줬을 것"

 

조 경찰청장은 "51명을 현장에서 체포하는 문제는 법적인 요건을 갖추고 있는 문제"라고 강조하면서 "학생들이 저희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를 했다면 훨씬 더 일찍 풀어줬을 거다"면서 "끝까지 진술을 거부했기 때문에 30시간을 끌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본주의 연구회' 수사에 대해서는 "국가보안법위반 사범 수사를 한 것"이라며 "중간수사결과, 최종수사결과를 발표하고 법원에서 판결이 내려지면 저희들이 어떤 수사 활동을 했는지, 과연 부당한 수사였는지 국민들이 요구하는 수사였는지, 그때 가서 평가를 받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오창익 사무국장은 "체포는 국가가 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다. 51명 가운데는 남녀가 있었고, 성년과 미성년이 있었고, 가담 정도의 경중이 있었는데 경찰은 이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체포했다"면서 "왜 다른 선택을 못 했나"라고 반문했다. 

 

그러자 자본주의 연구회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보안국장은 "집회·시위에 대한 대처에 대해 저희들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고, 최근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다수의 불법적인 요소가 있을 수 있다는 인식하에 법을 집행하기 전에 '합법촉진' 활동을 한다"며 "51명을 연행하기 이전에도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충분하게 (합법촉진) 활동을 한 뒤에 법을 집행했다"고 주장했다. 

 

장정욱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간사 역시 경찰 수사과정과 집회·시위를 막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장정욱 간사는 "'G20 집회·시위 대응을 잘했다고 말씀하셨는데, G20이 개최되기 이전에 쥐 그림을 그린 대학 강사에게 훈방하거나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할 만한 사건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해 결국 기각됐다"고 수사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한 "사이버수사, 과학수사 능력이 월등하다고 자랑스럽게 말씀하셨는데 월등한 것 같다. 인터넷에 글 하나 올렸다는 이유로 어떻게 올렸는지까지 알아내고 기지국 수사라고 해서 한 기지국에 잡히는 모든 전화번호를 가져가고 있다"며 "이러한 과정에서도 법을 잘 지켰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태그:#조현오, #경찰청장, #자본주의 연구회, #조현오 경찰청장,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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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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