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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함라마을 조해영 가옥의 대문 안에 축조된 꽃 담장
▲ 꽃 담장 익산 함라마을 조해영 가옥의 대문 안에 축조된 꽃 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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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시 함라면 함열리 314번지 일원은 1500m 길이의 옛 담장이 있는 곳이다. 이곳의 담장은 토담, 돌담, 전돌을 이용한 화초담 등 혼합적인데, 이 담을 조성한 것은 마을이 생겨나면서 부터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함라마을 옛 담장은 현재 등록문화재 제263호로 지정이 되어 있다.

함라마을의 담장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전국의 옛 담장들 중 많은 수가 등록문화재로 지정이 되어있다. 거창 황산마을, 강진의 병영마을, 고성 학동마을, 담양 창평 심지천마을, 대구 옻골마을, 무주 지전마을, 부여 반교마을, 비금도 내촌마을, 산청 남사마을과 단계마을, 성주 한개마을, 영암 죽정마을, 의령 오운마을, 정읍 삼학마을과 익산 함라마을의 옛 담장 등이다.

 ㄱ 자로 지은 별채에는 꺾인 부분에 부엌을 두고, 건넌방 옆에 또 하나의 부엌을 두고 있다
▲ 별채 ㄱ 자로 지은 별채에는 꺾인 부분에 부엌을 두고, 건넌방 옆에 또 하나의 부엌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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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담에 붙여 지은 광채. 이 광채는 지은지가 오래죄지 않은 듯하다
▲ 광채 바깥담에 붙여 지은 광채. 이 광채는 지은지가 오래죄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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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함라마을 옛 담장은 주택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데도 담장이 높은 점이 특징이다. 또한 마을의 담장을 보면 거푸집을 담장의 양편에 대고, 황토와 짚을 혼합하여 축조한 것들도 보인다. 이 함라마을의 담장을 돌아보다가 들린 조해영 가옥. 그 집 안에는 정말로 아름다운 꽃 담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안채와 별채만 남은 '조해영 가옥'

함라마을 담장은 몇 집의 문화재로 지정된 집들의 담으로 연결된다. 그 중 조해영 가옥은 현재 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121호로 지정이 되어있다. 조해영 가옥은 너른 마당 등으로 보아 안채와 별채 외에도 여러 채의 집들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안채와 별채, 그리고 변형된 형태로 남아있는 문간채가 있다.

광채와 별채 앞으로는 정원이 마련되어 있다. 집안은 상당히 넓은 공간으로 꾸며졌다
▲ 별채와 광채 광채와 별채 앞으로는 정원이 마련되어 있다. 집안은 상당히 넓은 공간으로 꾸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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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영 가옥은 안채는 건물에 기록된 것으로 볼 때 1918년에 지어졌고, 별채는 그 보다 조금 늦은 1922년에 지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해영 가옥의 안채는 남쪽을 향하고, 별채는 서쪽을 정면으로 하고 있다. 집안에는 사랑으로 사용한 듯한 건물이 자리하고 있지만, 근대에 들어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아름다운 '꽃담'을 만나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집이지만, 집안으로 들어가니 상당히 넓은 공간이 나온다. 집을 돌아보다 보니, 대문채 안쪽으로 화려한 담장이 보인다. 최근에 새롭게 보수를 한 듯한데, 담장이 ㄱ 자로 꺾여있다. 담장은 붉은 벽돌로 쌓고 그 중앙에 화려한 그림을 그려 넣었다. 아마도 십장생을 그린 듯하다.

조해영 가옥에서 보이는 꽃 담장의 일부
▲ 꽃 담장 조해영 가옥에서 보이는 꽃 담장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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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영 가옥의 대문 안에 있는 꽃 담장. 바람벽 역할도 한다
▲ 꽃 담장 조해영 가옥의 대문 안에 있는 꽃 담장. 바람벽 역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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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나게 흰 회칠을 하고 돋아나게 그린 그림 속으로 학, 사슴, 구름, 연꽃과 산삼 등이 보인다. 이런 담장을 대문채를 들어서면 뒤편에 있는 별채로 통하는 입구에 ㄱ 자 형태로 축조해 놓았다. 아마도 별채에서 생활하는 부녀자들이, 집안에 출입하는 남정네들의 눈에 띄지 않게 하기 위함인 듯하다.

단순한 담장이 아닌, 바람벽의 구실도

담장 뒤로 돌아가니 그림이 있는 부분을 돌로 쌓아놨다. 그리고 담장으로 둘러싸인 곳에 장독대를 둔 것도 특이하다. 아름다운 꽃담이 언제부터 조해영 가옥에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담장의 구조로 보아, 집을 지을 당시부터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담장은 단순한 담장이 아니라, 대문을 들어서 만나는 바람벽의 기능을 갖고 있기도 하다.

꽃 담장의 뒤편은 돌로 쌓았다.
▲ 담장 뒤편 꽃 담장의 뒤편은 돌로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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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채를 들어서면 별채를 보지 못하도록 꽃 담장이 차단을 하고 있다. ㄱ 자로 꺾인 안에 장독대가 있다
▲ 꽃 담장 대문채를 들어서면 별채를 보지 못하도록 꽃 담장이 차단을 하고 있다. ㄱ 자로 꺾인 안에 장독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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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담장이 아름다운 함라마을. 등록문화재로 지정이 되어있는 마을 안의 그 어떤 담보다도, 이 조해영 가옥의 꽃 담장 하나가 있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관리인 말에 따르면 꽃 담장은 오래전부터 있었던 담장을 보수한 것이라고 한다. 오래도록 담장의 아름다움을 지키며 살아 온 우리네의 생활이, '편리'를 추구하는 생활로 변함에 따라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지난 13일 꽃 담장을 둘러보고 난 후, 날씨만큼이나 푸근한 마음으로 길을 떠났다.


태그:#꽃 담장, #조해영 가옥, #익산, #함라마을, #등록문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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