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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 상사면 운동산 정상 부근에 자리를 잡고 있는 도선암. 이 절은 신라 말기인 경문왕 원년인 861년에 도선국사가 창건했다고 전한다. 이 운동산 정상에 도선암을 지은 까닭은, 바로 운동산은 엎드린 호랑이의 형상인 복호혈이고, 순천 시내에 있는 인제산은 달리는 사슴형인 주록혈이라 진세를 진압하기 위해 지었다고 전한다.

 

도선국사는 많은 이기를 행한 고승으로 이름이 높다. 신라 말의 고승으로 영암출신이다. 이런 운동산의 이야기는 <유산기(遊山記)>에 전해지고 있다. 현재의 도선암은 바로 호랑이 입에 해당하는 곳인데, 이곳에서 경쇠를 울리면 호랑이의 목을 막아 침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왜 이런 이야기가 전해지게 된 것일까?

 

 

옥룡사에 머문 시절의 도선국사

 

도선국사는 35년 동안이나 지금의 광양인 희양현 옥룡사에 머물다, 효공왕 2년인 898년에 입적하였다. 도선국사가 회양현에 머물고 있을 때, 지금의 순천인 승평은 잠잠할 날이 별로 없었다. 연일 크고 작은 사건이 터졌던 것이다. 당시 승평 군수는 도선국사를 초청하여, 승평이 왜 이렇게 어려움에 처하는가에 대해 이유를 알고 싶어 했다.

 

도선국사는 며칠을 승평 일대를 다니다가, 군수에게 이야기를 하였다.

 

승평의 관아를 마주하고 있는 산이 인제산이라고 하는데 사슴이 달리는 '주록형'이다. 그리고 저 운동산은 호랑이가 먹이를 노리면서 엎드리고 있는 '복호혈'이다. 그래서 매번 호랑이의 먹이가 되기 때문에 승평이 잠잠할 날이 없다. 저 곳 운동산 정상 부근 호랑이의 목에 해당하는 곳에 암자를 짓고 경쇠를 울리면, 앞으로는 잠잠해질 것이다.

 

그런 이유로 도선암이 지어졌다는 것이다. 그 뒤 도선암에 스님들이 머물면서 예불을 올리면 순천이 평안하고, 스님들이 떠나면 순천이 시끄러웠다고 한다. 그런 도선암을 올라보고 싶어 찾아갔다.

 

 

운동산 정상 부근에 있는 작은 암자

 

3월 2일 오후. 늦게도 출발을 하였지만 순천 선암사와 금둔사지를 돌아 도선암으로 향했다. 이미 시간이 꽤 지나고 있어 마음이 바빠진다. 큰 길에서 마을로 들어가다 보니, 우측으로 1.5km를 운동산 위로 더 올라가야 한다는 이정표가 보인다. 시간이 촉박하니 어쩔 것인가? 중간에 주변 경관에 눈을 돌릴 사이도 없이 길을 재촉했다.

 

산을 돌아 오르는 시멘트 포장길의 맨 끝에 도선암이 자리하고 있다. 주변은 온통 바위들  뿐인데, 높은 축대 위에 도선암이 자리하고 있다. 도선암의 1990년에 중창을 했다는 대적광전 앞에 서니, 저 멀리 순천의 시가지가 내려다 보인다. 아마도 이곳이 호랑이 목에 해당한다면, 저 순천을 달리는 사슴 한 마리는 금방이라도 집어삼켰을 것이다. 옛 선인들의 높은 식견에 그저 감탄을 할 뿐이다. 

 

 

대적광전 뒤에 마애삼존불이

 

절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경사가 급한 운동산 비탈에 조성한 도선암은, 어느 한 곳 시원스럽지가 않다. 사이가 없이 지어진 전각들이 조금은 답답한 느낌이다. 그러나 앞으로 트인 전망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런 답답함이 금방 가셔버린다. 절을 한 바퀴 돌고 난 후, 대적광전 뒤로 돌아가 보았다. 3월 초의 봄날인데도 이곳은 아직 얼음이 얼어 있다.

 

그런데 대적광전 뒤편에 최근에 새로 조성한 듯한 마애삼존불이 있다. 많이 낯이 있다. 자세히 보니 국보인 서산마애삼존불을 바위 면에 조각을 하였다. 서산마애삼존불은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마애불 중, 가장 뛰어난 백제후기의 작품이다. 얼굴 가득히 자애로운 미소를 띠고 있으며, 빛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 웃는 모습이 각기 달라진다.

 

그래서 서산 마애삼존불을 '백제의 미소'라고 칭하고 있다. 중앙에 본존인 석가여래입상을 조각하고, 좌측에 보살입상과 우측에 반가사유상이 조각되어 있는 마애삼존불. 그 서산마애삼존불을 본 딴 삼존불을 조각한 것이다. 주변에는 아직 얼음이 다 녹지를 않았다. 고드름이 된 얼음이 녹아떨어지는 물이 삼존불의 일부를 적시고 있다.

 

아마도 이렇게 그 예술세계가 뛰어난 마애삼존불을 이곳에 조성을 하였으니, 앞으로 순천이 더 좋은 일만 있을 듯하다. 그런 바람이었는지도 모르지만.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려는 시간이다. 서둘러 다시 길을 나선다. 밑에서 바라보는 도선암이, 참 높게도 자리를 잡았다는 생각이다.


태그:#도선암, #도선국사, #순천, #호랑이 목, #마애심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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