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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보강 : 4일 오후 6시 30분]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이 4일 국회 정보위 회의실로 향하며 취재진의 질문공세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이 4일 국회 정보위 회의실로 향하며 취재진의 질문공세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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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2월 16일 국가정보원 3차장 산하의 산업보안단 소속 직원들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호텔방 침입 및 절도미수사건을 사건이 발생한 지 25시간 30분이 지나서야 보고를 받은 것으로 4일 밝혀졌다.

국회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최재성 의원은 이날 오전 정보위가 끝난 뒤 황진하 한나라당 간사와 함께한 언론브리핑에서 "원세훈 국정원장이 인도네시아 특사단 침입사건을 일상적인 라인과 여러 라인을 통해 17일 오전 11시에 처음 보고받았고, 김남수 3차장도 같은 날 오전에 알았다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국정원 산업보안단 소속 직원들이 롯데호텔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에 잠입했다가 특사단에 발각된 것은 16일 오전 9시 27분께였다. 그 귀 국방부의 국회 답변과 남대문경찰서의 언론브리핑을 통해 확인된 것에 따르면 국방부 차관은 16일 저녁에 사건을 보고받았고, 주인도네시아 국방무관인 문아무개 대령이 경찰에 신고한 것은 이날 오후 11시 57분이었다.

다음 날인 17일 오전 3시 40분쯤 국정원 직원이 남대문경찰서를 찾아와 '보안 유지'를 요청했고, 김광진 국방부 장관은 이날 오전 8시에 보고받았다. 사건 현장인 롯데호텔에 군헌병이 파견돼 있었다는 점에서 국군 기무사도 처음부터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국방부와 경찰, 기무사에 비해 정보총괄기관인 국정원의 최고책임자가 가장 늦게 사건 보고를 받은 것이다.

사건 발생 25시간 30분 뒤에 인지...'정보시스템 개선 필요성' 인정

이날 국정원이 정보위에 국정원의 남대문서 담당 정보요원((Intelligence officer)이 17일 오전 3시에 처음 관련 보고를 해왔다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국정원 최초 보고로부터 8시간 뒤에야 국정원장에게 보고가 된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산고등훈련기 T-50의 수출을 위해 인도네시아를 방문하고, 역시 같은 문제로 인도네시아에서 대규모 특사단을 파견한 사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히 이례적일 수밖에 없다.

한 정보위원에 따르면, 원 원장은 "국정원장이 가장 꼴찌로 보고받은 것인데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최재성 의원에 따르면, 원 원장은 "국정원장이 사건을 가장 늦게 안 것은 정보를 공유하고 분석하고, 대응하는 국가정보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사건의 진위 여부와는 관계없이 그럴 필요가 있고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국정원은 여전히 이번 사건의 개입 여부에 대해 '확인도 부인도 않는'(NCND) 태도를 유지했으나 '정보시스템의 개선 필요성'을 인정하는가 하면, "정보기관이 언론에 거론되는 것에 대해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사실상 개입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사건의 사후관리도 국내 파트인 2차장 라인이 아니라 산업보안단을 관할하고 있는 3차장 라인에서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장 왜 이렇게 늦게 알았을까... 내부 권력투쟁 결과?

그렇다면 왜 국정원장이 이렇게 늦게 보고를 받았을까.

원 원장은 "산업보안단장과 이 부서의 관할 국장이 영포(영덕·포항)라인이기 때문에 국정원장과 3차장이 제대로 보고를 받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그의 부인과 달리 이 사건의 전파과정과 이후 전개과정을 볼 때 정권 내부의 권력투쟁의 결과라는 인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도네시아 특사단 침입주체가 국가정보원이라고 처음 보도한 것은 <조선일보>와 <한겨레>였다. 특히 <조선일보>는 '국정원 산업보안단'이라고 부서까지 적시했다.

최재성 의원은 "원 원장은 '이들 매체의 취재를 사전에 인지했느냐, <한겨레>는 국정원이 취재대상이었지만 <조선일보>는 다른 국가기관에서 취재했는데 그 소스를 누가 줬는지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알고 있었다. 짚이는 데는 있지만 이 자리에서 말씀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고 말했다(브리핑자리에 있던 국정원 직원은 원 원장이 '이 자리에서 말씀드릴 수 없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으나, 최 의원은 정보위 회의 중에 적은 메모를 근거로 원 원장이 '짐작된다'는 취지로 이같이 말했다고 재반박했다).

결국 국정원 외부세력이 인도네시아 특사단 침입사건을 전파 또는 확인해줬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상득 의원 쪽과 국정원에서 이들을 밀어낸 원세훈 원장 쪽과의 갈등이 이번 사건의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애초 침입 자체가 공식라인이 아닌 비선라인의 지시에 의해 산업보안단이 움직였고 이 때문에 '망'을 세울 인원조차 부족한 소수가 파견됐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국정원장에 대한 보고가 지연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원세훈 원장과 김남수 3차장은 사퇴 문제와 관련해 "인사권자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답변했으며, '사의는 표명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곤란하다"고 사퇴를 거부했다.


태그:#인도네시아특사단 침임사건, #원세훈, #최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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