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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동해시 전경
 눈 덮인 동해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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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의 눈을 치우는 제설 차량
 도로의 눈을 치우는 제설 차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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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 지방에 눈 치우기 전쟁이 시작됐다. 지난 11일(금) 이후 내린 눈이 지역별로 약간의 편차는 있지만, 약 150cm에서 100cm 가량 쌓였다. 치워도 치워도 계속해서 내리는 눈 때문에 그저 하늘을 탓할 수밖에 없었던 시민들이 눈이 그친 15일 아침부터 눈 치우기 작전에 돌입했다.

하지만 워낙 쌓인 눈이 많아 치운 흔적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도로에서는 그저 차들이 지나다닐 수 있는 정도, 인도에서는 그 위로 한두 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의 '통로'를 뚫었을 뿐이다. 겨우 길을 뚫어 놓기는 했지만 바닥에 깔린 눈이 워낙 두꺼워 빙판길을 벗어나지 못했다.

도로는 여전히 눈이 두텁게 얼어붙어 있고, 인도에는 건너편 도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눈이 높이 쌓여 있다. 마치 눈으로 벽을 만들어 세워 놓은 형국이다. 이런 상태로, 이 많은 눈을 언제 다 치울 수 있을지 걱정이다.

그나마 14일 저녁 늦게(오후 8시 무렵) 눈이 그치고 15일 아침 소통이 조금 자유로워진 게 이 정도니, 그 전에는 사정이 어땠을지 어느 정도 상상이 간다. 지난 11일 이후, 동해시에 내린 눈의 적설량만 147.6㎝다.

눈 속에서 차를 꺼낼 엄두가 나지 않아

눈에 덮인 7번 국도. 차들이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다.
 눈에 덮인 7번 국도. 차들이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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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치웠지만, 여전히 갇혀 있는 상태의 차
 눈은 치웠지만, 여전히 갇혀 있는 상태의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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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아침 동해시로 들어선 고속버스가 시내를 가로지르는 7번 국도에서 거북이걸음을 하기 시작했다. 4차선이 2차선으로 줄어든 상태에서 도로 바닥이 쌓인 눈이 얼어붙어 빙판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도로 주변으로 눈이 산처럼 쌓여 있다. 자세히 내려다보면, 그 안에 차들이 갇혀 있는 걸 알 수 있다. 눈 속에서 차를 꺼내기 위해 주변에 쌓인 눈을 치우는 사람들이 꽤 눈에 띈다. 하지만 상당수의 차들이 여전히 주인을 잃고 버려진 상태로 남아 있다.

이날, 동해시에서는 아침부터 도로 위에 쌓인 눈을 치우기 위해 도로 위에 서 있는 차들을 치워줄 것을 방송으로 내보내고 있다. 하지만 차를 치우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닌지, 이날 오후가 돼서도 눈 속에 갇힌 차들이 꽤 많이 남아 있다.

눈을 치우려면 도로 위에 있는 차들을 옮겨야 한다. 하지만 차를 옮기기 위해서는 먼저 그 차를 뒤덮고 있는 눈부터 치워야 한다. 그런데 그 눈을 치우는 일이 쉽지가 않다. 눈을 치우는 차 주인들의 입에서 "너무 힘이 든다"며 앓는 소리가 터져 나온다.

도로에서 눈을 치우고 있던 한 차량 주인은 눈 속에서 차를 꺼낼 생각보다는 "굴착기가 이 차를 발견하지 못할까 봐 걱정이 돼 눈을 걷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눈을 치우는 데 굴착기가 무슨 상관일까, 처음에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다. 그러다 얼마 안 가 깨달았다.

도로에서 굴착기를 이용한 제설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도로에 쌓인 눈이 삽으로 치울 수 있는 양이 아니라 굴착기를 동원한 것이다. 굴착기 삽날이 도롯가에 있는 눈더미를 사정없이 깎아내고 있다. 그런데 그 주변으로 그냥 눈더미에 불과한 것인지, 아니면 눈을 뒤집어쓴 채 가만히 엎드려 있는 자동차인지 알 수 없는 눈덩이가 여러 개다.

눈 속에 꼼짝 못하다 사흘 만에 상점문 열어

한 주민이 눈을 치워 길을 내고 있다.
 한 주민이 눈을 치워 길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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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곳곳에서 제설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과 맞물려, 상점 앞이나 주택가 골목길 안에서도 대대적인 제설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굴착기나 제설차가 들어갈 수 없는 곳은 주민들이 직접 삽을 들고 나와 눈을 치우고 있다.

한 주민은 "금요일에 눈이 내리기 시작한 이후로 계속 눈을 치우고 있다"고 말했고, 묵호항 근처에서 분식집을 하는 한 주민은 "눈이 내리는 요 며칠 밖에 나갈 엄두를 못 내다가 사흘 만에 비로소 식당 문을 열고 눈을 치웠다"고 말했다.

실제 길가에 쌓인 눈을 보면, 아무리 내 집 앞이라고 해도 좀처럼 눈을 치울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날 하루 묵호항 근처 중앙시장에서는 '묵호의소대(대장 김중기)'에서 나온 의용소방대원 60여 명이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가의 눈을 치우는 모습도 보였다.

천곡동의 한 식당 주인은 "오늘 겨우 식당 앞의 눈을 치웠는데 식당 마당에 쌓인 눈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이곳에 쌓인 눈이 그나마 반쯤 녹아내린 상태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 전에는 눈이 두 배 높이로 쌓여 있었다는 얘기다.

눈을 치우는 것 못지 않게 버리는 것도 문제

눈을 버리기 위해 대기중인 트럭들
 눈을 버리기 위해 대기중인 트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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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여러 사람과 장비를 동원해 치운 눈을 어딘가에 갖다 버리는 것도 문제다. 천곡동에서 바다로 흘러드는 한 천변에서 현재 눈을 하천에 쏟아버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천변으로 들어서는 길목으로 눈을 가득 실은 트럭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오늘 하루 이곳에 눈을 갖다 버린 트럭 대수가 '셀 수 없이' 많다. 트럭들이 싣고 온 눈을 하천에 쓸어넣는 작업이 늦어지면서 눈을 버리기 위해 늘어서는 트럭 대수도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엄청난 양의 눈을 실어나르다 보니, 별별 트럭이 다 동원되고 있다. 화물 운반용 트럭은 물론이고, 심지어 우체국 마크를 단 트럭까지 눈에 띈다.

이처럼 하천에 눈을 내다버리는 일이 이곳 천곡동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작업은 동별로 진행된다. 동해시에서는 그동안 제설 작업을 위해 900여 대의 제설 장비와 공무원과 군인 등 1만여 명의 인원을 동원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역부족이어서, 동해시는 현재 정부와 광역자치단체에 '영동지역을 폭설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줄 것과 '제설에 필요한 장비와 인력을 폭넓게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17일, 또 한 차례 눈이 내린다는데...

인도의 눈을 치우는 주민. 차 지붕에 쌓인 눈의 두께가 무시무시하다.
 인도의 눈을 치우는 주민. 차 지붕에 쌓인 눈의 두께가 무시무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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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치우는 의용소방대원들
 눈을 치우는 의용소방대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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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들어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면서 눈이 생각보다 빠르게 녹아내리고 있다. 도로 위에 쌓인 눈이 제일 먼저 녹는다. 도로 위에서 차들이 짓밟고 다닌 눈이 여기 저기 젖은 눈이 되어 튀어 오른다. 길가에 서 있다 보면, 눈 녹은 물이 사방에서 튀어 날아온다.

길가 건물 위에서는 눈 녹은 물이 낙숫물 떨어지듯이 쏟아지고 있다. 가끔 어디에선가 쿵 소리를 내며 눈덩이가 떨어지기도 한다. 한 주민이 길가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기자에게 "높은 건물 밑에는 서 있지 말라"고 충고하고 지나간다.

도로에서 주택가에서, 땅 위에서 하늘 위에서 동해시가 오늘 하루 눈 치우는 작업으로 온통 난리를 겪고 있다. 이렇게 해서 이 모든 일들이 이쯤에서 끝이 났으면 좋겠는데, 하늘이 하는 일을 인간이 막을 방법이 없다. 오는 17일, 이 지역에 또 한 차례 눈이 내린다는 소식이다.

한편, 동해시는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11일부터 147.6cm가 넘는 엄청난 눈폭탄으로 비닐하우스 102동이 무너지고 상가 및 주택 52동과 축사 3동이 피해를 입고 선박 8척이 바닷속에 가라앉는 등 19억7700만 원의 잠정 피해를 입었다"면서 "앞으로도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태그:#동해시, #제설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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