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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부패 및 비리, 치안 불안, 인권침해 등이 발생하면 그 때마다 경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소란스럽게 여러 가지 대책을 마련하지만 그 대책이란 것이 언제나 임기응변적 미봉책에 불과했다. 그리고서는 언제 무슨 문제가 있었느냐 하는 식으로 지나가 버리고 말았다. 그러다가 얼마 지난 후에 경찰의 문제가 다시 발생하면 유사한 문제 제기와 실효성 없는 대책 마련이 되풀이 되어 왔다.

우리나라 경찰행정은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니고 있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크게 세가지 사항이 필요하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경찰행정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없다.

첫째, 경찰의 정치적 중립 제도화. 둘째, 지방자치경찰제 실시. 셋째, 경찰의 수사권 독립, 경찰수사의 '독자성' 인정이다.

불행하게도 이 3가지 사항 모두 아직까지 '전혀'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하여 경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국민에게 봉사하는 민주봉사경찰상을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 선진 경찰이 되지 못하고 있다. 경찰의 정치적 중립 제도화와 지방자치경찰제 실시는 집권 세력과 경찰이 극구 이를 피해 왔으며, 수사권 독립 사항은 검찰의 반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경찰의 정치적 중립 제도화와 지방자치경찰제 실시를 위한 논의는 이승만 정부 이후 제2공화국 민주당 정부에서 있었다. 이승만 정부에서 권력 지주 역할을 담당했던 경찰은 그 권한을 남용하였다.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4․19 혁명 직후 이루어진 헌법의 개정에서 제75조제1항에 "행정각부의 조직과 직무범위는 법률로써 정한다", 제2항에 "전항의 법률에는 경찰의 중립을 보장하기에 필요한 기구에 관하여 규정을 두어야 한다"라고 규정하였다.

이어서 정부조직법 제13조(경찰기구)제1항에 "경찰의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공안위원회를 둔다", 제2항에 "공안위원회의 조직과 경찰행정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써 정한다"라고 경찰의 정치적 중립을 담보하기 위하여 경찰 조직 설치의 기본 원칙 규정을 두었다.

그러나 장면 정부는 이렇게 경찰을 근본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였으나 권력의 이해관계로 구체적 실행방안인 경찰법을 끝내 입법하지 못하였다. 이는 경찰을 개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친 것으로서 경찰의 역사에서 통탄할 일이 벌어졌다.

제13대 국회 초기, 여소야대의 의석 분포를 보였던 국회에서 당시 야3당인 평화민주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 등이 경찰의 정치적 중립화 및 지방자치경찰제 실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경찰법안'을 각각 발의하였고, 야3당이 공동으로 단일안을 작성하여 1989년11월 30일 '경찰법안'을 다시 발의하였으나, 1990년 1월 민주정의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의 3당 합당으로 종전의 야3당간 합의사항이 일방적으로 파기되어 입법이 무산되고 말았으며, 이후 정부가'경찰법안'을 1990년 12월 제출하여 1991년 5월에 강행 처리하였는데 현행 경찰법의 모태가 되었다.

제14대 국회에서는 야당인 민주당이'경찰법개정법률안'을 발의하였으나 당시 여당인 민주자유당의 반대로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임기말 폐기되고 말았다. 제15대 국회에서는 야당인 새정치국민회의와 자유민주연합이 공동으로'경찰법개정법률안'을 발의하였고 1997년 여·야간 평화적 정권교체가 이루어졌으나 국민의 정부, 새정치국민회의와 자유민주연합의 공동 정부가 출범한 이후 경찰중립화 문제는 크게 이슈화 되지 않았다. 민주 정부가 들어섰고 경찰청장 인사청문회를 제도화 하였다는 등의 이유였다.

집권 전에 그렇게 강력하게 주장했던 경찰중립화, 지방자치경찰제가 왜 실시되지 않았을까? 자문해 보면 집권자 측의 권력 운영 방식, 실천 의지 부족, 생각의 바뀜 등이다. 이러한 변화를 가져온 중요 요인 중의 하나가 내면적으로 경찰이 인사권한 등 기득권을 지키려고 그 명분으로 권력에 충성하겠다는 의사와 자세를 적극적으로 보이면서 "이제 우리 경찰 밖에 믿을 수 있는 조직이 정부 어디에 있습니까", "계속 집권하고, 야당 등을 통제하려면 우리가 필요합니다" 등으로 '정치' 경찰이 권력을 유혹하고 권력이 달콤한 유혹에 빠져 이를 받아들인 결과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도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생각되는데 경찰을 이용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경찰에 속는 것이다. 권력을 잡은 기간은 극히 짧으며 권력으로 경찰을 다스리는 극히 소수만이 '편리'를 보기 때문이다.

이와는 반대로 언제나 절대 다수의 국민은 좋은 경찰행정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중앙경찰, 사실 지방자치경찰제가 실시되지 않아 모두 중앙경찰인데, 형식적으로 중앙경찰은 그 조직인 경찰청이 행정안전부장관 소속으로 되어 있으며, 경찰의 주요 행정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로서 행정안전부에 '경찰위원회'가 설치되어 있는데 위원은 행정안전부장관의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러한 방식으로는 경찰의 정치적 중립을 실현할 수 없다.

국민의 정부는 지방자치경찰제를 실시하는 것을 전제로 기획단을 설치하여 시·도 단위로 지방자치경찰제를 실시하는 방안을 마련하였으나 이를 실현하지 않았으며, 참여정부는 새롭게 기구를 다시 만들어 많은 논의 끝에 시·군·구 자치경찰(행정경찰) 실시 방안을 마련하여 2005년 11월 참여정부가'자치경찰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지만 여·야, 지방자치단체장, 관련 학계 등에서 크게 환영을 받지 못하였다.

특히, 한나라당이 정부안에 대하여 반대하였으며, 종전의 일부 지역에 한정한 시범 실시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서 지방자치경찰제를 전면 실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자치경찰법안'을 한나라당 의원이 2005년 12월 제17대 국회에 발의한 바 있다. 여·야가 정권 교체로 위치가 바뀌었지만 모두 과거에 지방자치경찰제를 '제대로' 실시해 보자는 입장을 정책과 공약, 법률안 등으로 표명한 바 있고, 1995년 전면적인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지 이미 십 여년이 지났으며,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의원 모두가 강력히 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경찰제가 전혀 실시되지 않고 있다.

지방에 있는 경찰공무원 모두를 포함하여 경찰공무원이 국가공무원 일색으로 되어 있는 경우는 매우 희귀한데 우리나라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지방경찰은 형식적으로는 시·도지사 소속하에 지방경찰청을 두도록 되어 있고, 지방행정과 치안행정의 업무조정 그 밖의 필요한 사항을 협의·조정하기 위하여 시·도지사(제주특별자치도지사 제외) 소속하에 '치안행정협의회'를 두도록 되어 있으나 시․도지사가 지방경찰 행정에 사실상 어떠한 권한도 행사할 수 없다.

경찰이 정치적으로 중립화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언제나 공권력 행사가 항상 시비 내지 정쟁의 대상이 되었고, 그로 인하여 막대한 국력이 소모되어 오고 있다. 또한, 지방자치경찰제가 실시되지 않아 지방경찰 행정의 민주성은 물론이고, 효율성이 크게 문제시 되어 왔다. 지방경찰에 대하여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의회의원이 실질적 권한 행사를 전혀 할 수 없어 주민 감시 및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아 감시·통제의 완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매우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경찰의 정치적 중립화 및 지방자치경찰제 실시를 위해서 참고할 제도는 일본식 경찰제도이다. 일본이 제2차 대전에서 패전한 직후 맥아더 사령관은 바로 일본의 과거 제국주의를 지탱했던 3대 支柱인 내무부, 경찰, 군을 민주화 하기 위하여 권력을 분산하고 중립화 하는 방식으로 대개편을 단행하였다. 이 때 오늘날의 일본식 민주적 경찰제도가 확립되었다.
일본의 경찰제도를 참고로 하되,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을 고려하여 경찰중립화 및 지방자치경찰제의 주요 사항인 '국가경찰위원회' 및 '시․도지방경찰위원회'의 구성을 다음과 같이 할 것을 제안한다.

경찰의 정치적 중립화는 어떠한 경우에도 경찰이라는 물리적 공권력을 행사하는 기관이 특정한 정치세력의 권력 유지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방지하고, 정치적 중립을 지켜 공평무사하게 공권력을 행사하고 국민에게 봉사하여 사랑받는 경찰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의 경찰인 국가경찰의 경우에는 그 최고 심의·의결기구로서 대통령 소속하에 국가경찰위원회를 두고 동 위원회는 위원장과 6명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위원장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하고, 위원은 국회의 각 교섭단체가 추천하여 국회에서 선출한 사람을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 경우 하나의 교섭단체는 위원의 과반수 이상을 추천할 수 없다.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되었던 정당이 아닌 교섭단체가 추천하여 선출한 위원 1명을 대통령이 상임위원으로 임명한다. 이 경우 대통령이 당적이 없는 때에는 국회에서 두 번째로 의석이 많은 교섭단체가 추천하여 선출한 위원 1명을 상임위원으로 임명한다. 위원장과 위원의 임기는 3년으로 하되, 연임할 수 없다.

지방자치경찰제 실시와 관련해서 그 정치적 중립을 담보하기 위하여 지방경찰 행정의 최고 심의·의결기구로서 시·도지사 소속하에 시·도 지방경찰위원회를 두고, 동 위원회는 위원장과 4명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위원장은 시·도지사가 시·도의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한다. 위원은 시·도의회의 각 교섭단체가 추천하여 시·도의회에서 선출한 사람을 시·도지사가 임명한다. 이 경우 하나의 교섭단체는 시·도위원의 과반수 이상을 추천할 수 없다. 교섭단체가 없거나 하나인 경우에는 시·도의회를 구성하는 정당에서 위원을 추천하되, 하나의 정당이 위원의 과반수를 추천할 수 없다.

시·도지사가 소속한 정당이 아닌 정당으로 구성된 교섭단체 또는 정당이 추천하여 선출한 위원 1명을 시·도지사가 상임위원으로 임명한다. 이 경우 시·도지사가 당적이 없는 때에는 시·도의회에서 두 번째로 의석이 많은 교섭단체 또는 정당이 추천하여 선출한 위원 1명을 시·도지사가 상임위원으로 임명한다. 위원장과 위원의 임기는 3년으로 하되, 연임할 수 없다.

지방자치경찰제는 예상되는 지방행정체제 개편, 특히, 도 폐지와 제주특별자치도의 자치경찰 문제를 고려한다('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11장 자치경찰). 현행 시·도가 존재하는 한, 시·도 단위로 지방자치경찰제를 실시하되, 도가 폐지되는 경우에는 이를 대체할 기구를 설치하여 시․도 지방경찰의 기능 등을 이관한다.

도가 폐지되면 시·군이 전면적으로 통합될 것이 예상되는데 대체할 기구와 관련해서는 첫째, 중앙정부가 특별 광역지방행정기구인 '광역지방경찰청'을 설치하는 방안으로 이 경우 통합 시·군이 광역지방경찰청의 경찰행정에 관여하는 방안을 동시에 검토할 수 있다. 둘째, 통합 시·군이 연합하여 광역지방경찰기구를 설치하는 방안이다. 셋째, 통합 시·군에 지방경찰청의 권한 등을 포괄적으로 이관하는 방안이다.

경찰의 민주화 지향, 지방자치경찰제 실시, 경찰이 주민 수요에 충실하게 대처하는 방향으로 나가자면 셋째 방안이 바람직하나, 이러한 경우에도 '광역' 경찰행정의 수요를 해결하는 방안의 수립이 필요하다.

이렇게 경찰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여 경찰의 정치적 중립이 제도화 되고, 지방자치경찰제가 실시되어야만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는 민주봉사 선진경찰이 실현될 수 있다.


태그:#경찰의 정치적 중립 제도화, #지방자치경찰제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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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비서실 정무비서관, 부패방지위원회 및 진실화해위원회 상임위원 역임, 개혁적 입장에서 새로운 정보 등 취득 및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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