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주, 은지(14)를 비롯한 400여 명의 평택 지역아동센터(공부방) 아이들은 고려대 실내 아이스 링크장에서 즐거운 추억을 쌓았다. 평택 지역사회와 고려대가 연계해 고려대 아이스링크에서 '겨울나들이 스케이트 타고 씽씽 행사(20, 26, 27, 28일)'를 연 것이다.

그동안 평택의 지역아동센터는 지역 외 문화체험교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전민수(지역아동센터연합회장)씨는 재정상의 문제로 아이들이 문화체험을 하지 못할 뻔했던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꺼낸다.

"아이들은 밖으로 문화체험 나가는 것을 좋아한다. 하다 못해 센터 밖으로만 나가도 좋아한다. 하지만 올해 운영비 보조가 미뤄져 이런 체험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돈을 차압해서 쓰는 상황이었지만 쉽지 않았다."

평택 공부방 아이들이 스케이팅 교육을 받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평택 공부방 아이들이 스케이팅 교육을 받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곽진성

관련사진보기


이런 상황에서, 한 봉사단체의 행복바이러스가 지역사회에 퍼졌다. 2003년, 창립한 <평택함께하는사람들>이 '공부방 아이들에게 아이스링크 문화체험을 하게하자'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근사한 아이디어에 지역사회가 응답했다. 평택시(시장 김선기)에서 버스를 대여해 줬고 티브로드 기남방송에서 도시락을, 평택 푸드뱅크, 산림조합, 식품회사등에서 간식 제공의 도움이 이어진 것이다.

아이스링크 사용도, 고려대의 기분좋은 'OK'로 사용할 수 있었다. 김광한(고려대 아이스 링크 관장)씨는 "요청이 왔을 때 이때다 싶었다. 뜻있는 일에 동참하게 돼 기쁘다. 재단에서도 공부방 아이들을 위한 아이스링크 사용을 흔쾌히 승낙해줬다. 어려서의 일은 아이들 머릿속에 잊혀지지 않기 때문에 즐거운 추억이 되기 바란다"는 바람을 밝혔다.

기분 좋은 선행에, 고려대 아이스링크에 소속된 스케이팅 강사들도 발벗고 나섰다. 공부방 아이들을 강습비를 받지 않고 무료 강습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런 따뜻한 관심은 공부방 아이들을 활짝 웃게 만들었다. 덕분에 지방에서 스케이트를 접하기 어려웠던 아이들은 피겨, 스케이팅 강사들의 지도아래 마음껏 얼음 위를 유영할 수 있었다.

고려대 아이스 링크 관장 김광한 씨, <지역사회공헙사업을위한협약서> 어려운 학생들의 복지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아이스링크 사용'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고려대 아이스 링크 관장 김광한 씨, <지역사회공헙사업을위한협약서> 어려운 학생들의 복지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아이스링크 사용'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 곽진성

관련사진보기


이번 행사는 1회성으로 끝이 아니다.  27일, 평택안성교차로(주) (대표김향순)와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이사장김정배)은 <지역사회공헙사업을위한협약서>도 체결했다. 협약은 어려운 학생들의 복지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아이스링크 사용등의 내용을 골자로 해, 많은 지역 청소년들에게 스케이트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돼고 있다.

[현장] 아이들 웃게 만든, 스케이팅 체험

스케이트를 기다리는 공부방 아이들
 스케이트를 기다리는 공부방 아이들
ⓒ 곽진성

관련사진보기


27일, 2시. 평택에서 출발한 2대의 버스가 고려대 아이스링크에 도착했다. 나눠 탄, 100여명의 아이들은 저마다 즐거움 가득한 표정이다. 어렸을 적 이후로, 스케이트를 타 본 적이 없다는 은지(14)도 한껏 들뜬 표정이었다.

"예전에 스케이트를 타 본적이 있었는데, 다시금 재밌는 스케이트를 탈 수 있어서 정말 즐거워요."

아이들에겐 스케이트를 탄다는 것 자체가 특별한 일임에 틀림없었다. 대도시가 아닌 지방 중소도시에 사는 아이들에게 아이스링크장을 찾는 일은 그 자체로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들을, 반긴 것은 대화실에 근무하는 김성철(57)씨다.

대화실 김성철(57)씨. 푸근한 인상의 그는 400여명의 공부방 아이들을 위해 미리 스케이트 날을 갈아났다고 한다
 대화실 김성철(57)씨. 푸근한 인상의 그는 400여명의 공부방 아이들을 위해 미리 스케이트 날을 갈아났다고 한다
ⓒ 곽진성

관련사진보기


아이들에게 스케이트를 나눠주는 그의 표정은 밝게 빛나고 있다. 평택에서 올라온 아이들을 위해 미리 스케이트 날을 갈아났다는 그는 활짝 웃으며 모여 있는 아이들을 향해 외친다.

"자자, 애들아! 발 사이즈 215는 이리로! 220은 저쪽으로 이동하렴!"

김씨의 소리에 맞춰, 아이들은 부산히 움직인다. 스케이트를 빌리는 대화실 안은 아이들의 목소리로 왁작지껄하다. 

"저 신발이 너무 커요!"
"그럼 이리와! 작은 것 신어보자."
"우와, 이제 딱 맞아요."

그런 한바탕의 소동(?)이 끝에 스케이트를 무사히 신은 아이들이 링크장 안으로 들어선다.스케이트를 신고 링크 장 안으로 들어간 아이들을 반긴 것은 피겨, 스케이팅 선생님이다. 선생님들의 친절한 시범 속에, 초보였던 아이들도 뒤뚱거리며 스케이트를 타기 시작한다.
하나, 둘, 셋 구호에 맞춰 활짝 웃는 아이들의 표정이 덧없이 행복하다. 전민수(지역아동센터연합회장)장도 덩달아 신이났다.

"아이들의 표정만 봐도, 어떤 기분인지 안다. 이번 스케이트 체험은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는 것 같다. 지방에서는 잘 체험할 수 없는 이런 행사가 열려 정말 고맙고 즐겁다."

스케이트를 즐기는 공부방 아이들의 표정이 환해 보인다
 스케이트를 즐기는 공부방 아이들의 표정이 환해 보인다
ⓒ 곽진성

관련사진보기


그런 즐거운 강습 속에, 400여 명의 평택 공부방 아이들이 함께한  '겨울나들이 스케이트 타고 씽씽' 행사는 끝나고 있었다. 날씨는 한파가 불어 추웠지만, 아이들의 마음은 한없이 따뜻했던 날들이었다.


태그:#행복 바이러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잊지말아요. 내일은 어제보다 나을 거라는 믿음. 그래서 저널리스트는 오늘과 함께 뜁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