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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서비스니까 외국 사람 책이 더 좋다?

최근 '페이스북' 책을 집중해서 공부하고 있다. 기사를 쓰든 비즈니스를 하든 '소셜'이 대세이기 때문에 매체분석은 필수다. 이론으로 흐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페이스북에 책 관련 페이지( http://www.facebook.com/socialbooks)도 하나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배운 페이스북의 교양과 기능을 반영하고 있는데, 투자한 만큼 성과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나는 하나의 편견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페이스북은 외국 서비스이기 때문에 외국 저자가 쓴 책이 믿을 만하다는 편견. 이것을 깨준 책을 만났다. <페이스북 이펙트>(이라크네 펴냄)는 이준구라는 감각적인 엔지니어가 페이스북, 구글 등 SNS 전반의 관점에서 페이스북을 분석한 해설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러한 편견이 어느 정도 먹히고 있는 것 같다. 데이비드 커크패트릭의 동명 저작 <페이스북 이펙트>는 영화 <소셜 네트워크>의 흥행과 함께 대중에 많이 알려지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에 반해, 이준구씨의 <페이스북 이펙트>는 좀처럼 어필을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인터넷서점의 판매지수를 비교해 보면 알 것이다)

<페이스북>의 가까운 친척부터 먼 친척까지 10권 가까이는 읽었는데 어떤 책은 기능적인 면에서, 어떤 책은 교양적인 면에서, 어떤 책은 서비스 태생적인 면에서, 어떤 책은 미국의 서비스 마인드에 대해서, 어떤 책은 SNS 전반에 대해서, 어떤 책은 소셜 미디어 마케팅에 대해서 제각기 만족감을 주었다. 모두 다 가치 있는 책이다. 하지만 한 권의 책으로 이 모든 만족감을 준 책은 이준구의 <페이스북 이펙트>가 유일하다.

그의 페이스북 페이지( http://www.facebook.com/fbebf)에 보니 소개글에 "안암동의 공대에서 석사 마치고 박사 휴학하고 사업 준비 하면서 사이드잡으로 페이스북 관련 책도 한 권 썼음"이라고 돼 있다.이준구는  엔지니어로서 미국 유학길에 페이스북의 매체분석을 깊이 하고 사업적 마인드와 항상 비교하면서 이 책을 썼다. 페이스북이나 구글, 페이스북의 프로필, 페이지, 그룹 등의 서비스를 설명할 때는 서비스 분석에 대한 깊이가 묻어난다. 이를테면

오픈 플랫폼에서 읽 어야 할 부분은 '오픈'이나 '플랫폼'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3년이라는 시간 동안 페이스북의 창업자,기획자 개발자는 페이스북 사용자와 페이스북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해 보려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결국 '관계'라는 것을 찾아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 이펙트, 51쪽)

이 책을 읽고 나서부터 나는 페이스북을 '매체분석'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전미 박스오피스>와 <출발! 비디오여행>의 차이

데이비드 커크패트릭 판(줄여서 커크패트릭판)과 이준구판을 비교해 보았다. (표 참조)

 

가장 큰 차이점은 <전미 박스오피스>와 <출발! 비디오여행>의 차이라고나 할까? 아니면 <시네마천국>(EBS)이라고 해도 좋다. 할리우드 작품이 한국에 들어올 때는 <전미 박스오피스>를 홍보수단으로 사용하는데, 전미 박스오피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00주 연속 1위"다. 잘한 것만 보여주고 듣고 싶은 정보는 제공해주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페이스북이라는 매체를 비판적으로 보려는 사람에게 커크패트릭 판은 좋은 선택은 아니다.


이준구 판은 외국 영화를 한국적인 시각으로 그려준다는 게 특징이다. 우리나라 사람으로서 우리 서비스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미국 현지 서비스에 대해서도 조예와 고민이 깊다. 서비스의 어두운 면과 우리가 쉽게 빠질 수 있는 점을 시의적절하게 잘 지적해준다. 이를테면

심리학에서 나르시즘은 자존감 결여와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르시즘이 심한 사람은 자존감이 낮은데 설문 조사 결과 페이스북 페이지 체크를 자주 하는 사용자는 나르시즘이 강하다는 것이다. (169쪽)

페이스북에 집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심리학적으로 날카롭게 분석했다. 이 책의 특징은 다양한 심리학적 연구방법을 이용해 페이스북을 분석하고 있다는 점이 있다. <페이스북>의 창시자 마크 주커버그의 전공이 심리학이고,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주커버그의 어머니가 심리학자이기 때문에 페이스북 매체연구에 있어서 심리학은 필수과목이다. 커크패트릭판도 심리학적인 부분을 비중 있게 다뤘다.


"페이스북이 성공적으로 관계 정보를 모으고 있기는 하지만 앞으로 언제까지 사생활 침해로 인한 사용자 반발을 진정시키면서 이를 활용할 수 있을지 관건"(189)이라는 비판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특징이다. 대명천지에 누가 감히 페이스북의 한계와 불안한 미래에 대해서 발설하겠는가.

이준구 판은 사용자 중심에서 페이스북을 바라보기 때문에 페이스북, 구글, 야후 등의 서비스환경과 미국인의 페이스북 이용 패턴에 대해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하지만 커크패트릭은 전 <포춘> 지 기자로서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와 창업자들의 속사정을 내밀히 취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영자 중심에서 서술할 수밖에 없었고 인물과 업계의 사정 전반에 대해서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경영학의 측면에서는 커크패트릭 판이 좋지만, 반대로 마케팅 측면에서는 이준구 판이 강세다. 이준구는 페이스북을 통해 사업을 하거나 마케팅을 하려는 사람을 독자로 지정하고 서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두 작품이 묘하게 중첩되는 장면이 있다. 마치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두 책이 바라보는 것 같은데, 커크패트릭 판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획자의 입장에서 고뇌와 위기의 순간들이 소개되고 있다. 이준구 판은 그 서비스를 받아들여 이용하는 사람의 관점이 진하게 녹아 있다. 이 두 입장을 갈마들어 살펴보는 것은 두 책을 비교하는 작업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결론적으로 두개의 <페이스북 이펙트>가 모두 차별성이 있고 일독할 만한 가치가 있다. 공교롭게 동일한 제목을 달고 시장에 나와서 미묘한 분위기가 흐른다. 둘 중에 한권만 봐야 한다면 제시한 표를 참조해, 자신이 어느 위치에 놓여 있는지를 살펴보면서 선택하면 될 것이다.


페이스북 이펙트 - 전 세계 5억 명을 연결한 소셜네트워크 페이스북의 인사이드 스토리

데이비드 커크패트릭 지음, 임정민.임정진 옮김, 에이콘출판(2010)


태그:#페이스북 이펙트, #이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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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놀이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이제 세 권째네요. 네 번째는 사마천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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