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후덜덜....

다리가 떨렸다.  조금만 힘을 주어도 앞으로 나가는 게 무서워 다시 발을 떼고...

처음 운전연습은 그렇게 시작이 되었다. 다른사람이 운전하는 차를 탈때는 '좀 더 빨리 달렸으면' 생각했는데 막상 내가 해보니 천천히 움직이는 것도 겁이 나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몸에선 땀마저 났다.

 

 대학에 입학한 뒤부터 학교에 다녀오면 가끔 친구들 만나는것 말고는 하는 것 없이 인터넷 서핑을 하고 메신저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생활을 했다. 그런 나를 보고는 엄마는 운전면허 필기문제집을 던져주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면 시간이 없을 테니 운전면허는 올해 따놓아라!"라고 했다. 하루하루 미루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2학기 중간고사가 끝나고 공부를 시작했다.

 

 쉬울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어려웠다. 상식적인 것만 나올 거라고 했는데 읽어보니 생소하고 헷갈렸다. 걱정된 마음으로 시험을 치르고 확인을 해보니 다행히 합격했다. 그리고 코스 연습까지도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주행연습을 하려고 길로 나서니 발을 딛기가 어려웠다. 꼭 걸음마를 처음 시작하는 것처럼. 그래서 학원선생님과, 아빠와 연습, 또 연습을 했다. 매일 다니던 익숙한 길도 운전대를 잡으면 온몸이 긴장이 되면서 처음 가는 길인 것 같은 생소한 느낌이 들던 것이 연습이 거듭될수록 익숙해져가면서 마음이 차분해졌다. 그리고 지난주 시험에 합격했다. 운전면허증을 받으니 너무 뿌듯했다.

 

 주변 친구들 중에 운전면허를 딴 사람은 나밖에 없다. 그래서 이 사건(?)은 나뿐만이 아니라 친구들 사이에서도 특종이다. 한 번은 친구들의 성화에 차를 몰고 나가봤다. 서행하면서 잘 나갔지만 차선을 한 번에 바꾸지 못해서 진땀을 뺐던 기억이 난다. 연습이 더 필요한

운전실력이었지만 내 생애 두 번째 걸음마를 떼고 나니 또 다른 세상이 보였다.

 

 차안에서의 사람은 더 이기적이어지고 양보와 관용은 상실되어 가는 것 같다. 내가 먼저, 빨리 가야하고  내가 끼어드는 건 급해서 어쩔 수 없는 것이고 남이 끼어드는 것은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여긴다.

 

며칠 전 학교를 가려고 버스를 탔는데 아침시간이라 유난히 북적거렸던 정류장에서 버스끼리 끼어들고 짜증을 내며 문을 열어놓고 안좋은 말들이 오고가는 등 다툼이 있었다. 그리고 그 다툼을 지켜보는 나를 포함한 승객들 또한 아침부터 불쾌했다.

 

이 광경을 보면서 굉장히 안타까웠다. 누구에게나 아침시간은 바쁘다. 그러니 서로 조금만 자리를 양보해주고 차례차례 승객을 태우고 출발했다면 서로의 감정이 상하는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먼저 양보하고 정해진 법규에 맞춰 운전한다면 도로 위의 세상도 그리 각박해지지 않을 것 같다. 물론 나도 나의 차가 생기고 차로 움직이는 시간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남에게 짜증을 내는 일이 많아질 것이다. 하지만 처음 면허를 따고 느낀 점을 잊지 않도록 할 것이다.

 

 조금은 씁쓸한 도로 위의 세상을 봤지만 운전면허를 따고나서 나의 미래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기회도 되었다. 대학교를 다니면서 제대로 성취한 것이 없었던 나는 올해 끝자락에 운전면허를 땄다. 굉장히 흔한 자격증이지만 무언가 하나 해냈다는 생각에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이번 기말고사가 끝나자마자  영어공부와 중국어공부를 시작할 것이다. 2011년에는 또 나만의 특종을 하나 터뜨릴 것이다.

덧붙이는 글 | 2010, 나만의 특종


태그:#운전면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