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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 국방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은 24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을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하고 준비된 의도적 도발"로 평가했다. 합동참모본부(아래 합참)도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에 대해 사전에 면밀히 계획된 의도적 도발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를 둘러싼 의문점들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1) 민가까지 포격해 국민들을 공분케 한 북의 행위는 의도된 것인가? 2) 13분 뒤의 대응 사격은 통상적으로 봤을 때 빠른 조치였나? 3) 대응 사격은 효과적이었나? 4) 출격한 공군 전투기는 왜 북한군 해안진지를 정밀 타격하지 않았나 등이다. 

 

이런 의문점들을 풀 단서를 찾아 쟁점들을 정리했다.

 

[의문점 1] 연평도 포격은 민간주택까지 정조준했나?

 

김동성 한나라당 의원: 이번에 민간인들도 피해를 많이 입었는데, 북한군이 민간을 상대로 일부러 공격을 한 것입니까, 아니면 군부대를 공격하려다가 실수로 민가에 포탄이 떨어진 겁니까?

 

김태영 국방장관: 그것은 지금 확인된 바는 없습니다. 그러나 방사포의 특성이 굉장히 광범위하게 흐트러지게 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그 방사포를 쏘았을 때, 일부러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하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앞으로 좀더 조사를 하면서 확인을 해야할 것입니다.

 

24일 열린 국회 국방위 긴급현안질의에서 김동성 의원의 질문에 김태영 장관이 답변한 내용이다. 지금까지 민간인 피해는 사망자 2명, 부상자 3명, 그리고 21동의 가옥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전날 공개된 연평면 사무소 CCTV 화면을 보면 포탄이 떨어지는 가운데 민간인들이 아슬아슬하게 피신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과연 북은 민간주택까지 정밀타격한 것일까? 

 

이날 국방위원회에서 김동성 의원은 "민간인 피해가 많았던 것은 북한군이 일부러 공격한 것"이라며 "북한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민간을 목표로 포격을 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 장관은 북한의 의도적 민간인 공격 가능성에 대해서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이어 "확인된 바는 없지만 북한이 쏜 방사포의 특성이 굉장히 광범하게 흐트러지는 특성이 있어 일부러 했을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북한군의 포격 자체는 의도적인 것이 분명하지만 민간인 지역에 대한 피해는 우발적으로 일어났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합참은 브리핑에서 전날 연평도에 떨어진 북한군의 포탄은 해안포와 방사포(다연장포)에서 발사됐다는 분석결과를 내놓았다.

 

한 군사전문가는 "북한군의 방사포는 사격 거리에 따라 다르지만 100m 이상의 공산오차(미사일이나 폭탄의 명중 정도를 나타내는 용어)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며 "우리 군의 K9 자주포와는 달리 수동으로 조작하는 북한 해안포도 초탄 발사 이후 상당한 오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조금 다른 분석도 있다. 연평도에 들어가 있는 송영길 인천시장은 이날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포격 당한 연평마트는 "주민들 진술에 의하면 10여 년 전 구 보안대 건물이었다가 지금 연평마트로 사용되고 있는 건물"로 "지금도 북측은 보안대 건물로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밀 조준 포격으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북측이 10여 년 전 파악한 정보로 보안대 건물을 조준해 포격했고, 이 건물 근처에서 피해를 입은 민가들은 일종의 '부수적 피해'가 아니냐는 분석이다. 

 

하지만 합참은 "좀 더 분석을 해 봐야 되겠지만, 민간인들이 거주하는 지역에 사격을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만행"이라는 입장이다.

 

 

[의문점 2] 우리 군의 대응사격 시간은 늦었나?

 

합참은 북한이 발사한 포탄이 연평도에 떨어지기 시작한 시간은 23일 오후 2시 34분으로, 연평도에 주둔하고 있는 해병대의 K-9 자주포가 반격에 나선 시간은 이로부터 약 13분이 지난 2시 47분이었다고 밝혔다.

 

백령도에 배치된 K9 자주포는 미리 목표 좌표를 파악하고 있는 데다가 이동 중 사격명령을 받더라도 1분 이내에 포탄을 발사할 수 있는 최신장비다. 이 때문에 13분이라는 시간은 납득할 수 없다는, 늑장대응을 꼬집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이날 김학송 한나라당 의원이 군의 늑장 대응을 질타하자 "스타크래프트처럼 적이 쏘면 바로 대응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실전에서는 포탄이 실제로 여기저기 떨어져 우리가 사격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김 장관은 "먼저 병력 대피를 해야 했고, 사격훈련이 있었기 때문에 포가 남서쪽으로 향해 있어 다시 전방으로 방향을 바꿔야 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며 "13분은 매우 훈련이 잘된 부대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합참도 "최초 적 포탄이 낙하할 때는 (사격 훈련을 마친) 우리 해병 포병 요원들이 정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며 "중대장이 우선 (병사들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내부 포상으로 대피를 시켰다가, 포탄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다시 외부포상으로 전개할 것을 지시했고 (오후 2시) 47분에 (대응) 사격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의문점 3] 대응사격은 적절했고 효과적이었나?

 

합참은 전날 북한군이 모두 170여 발의 포탄을 발사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 군의 대응사격은 80여 발이었다는 것이 군 당국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북한이 170여 발의 포 사격을 가했는데도 대응사격은 80발에 그쳤고, 해안포 진지를 제대로 타격하지 못해 북측의 지속적인 사격을 허용했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또 통상적으로 군의 작전지침으로 통용되는 적의 도발 수준에 맞추어 '2배 이상 대응사격 한다'는 비례성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합참은 "전날 북한이 발사한 포탄 중 80여 발이 연평도 내륙에, 90여 발은 연평도 인근 해상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또 "어제는 다량의 포탄이 여러 군데에 분산되어서 떨어졌기 때문에 단시간에 포탄 수를 예측하거나 예단할 수가 없었던 것이 현실이었다"며 "현장 지휘관이 전투감각과 통찰력으로 이를 평가해서 대응 수준을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이날 합참은 전날 북한의 해안포 진지에 대해 대응사격을 했다고 밝힌 것과는 조금 다른 해명을 했다. 우리 군의 대응사격 목표가 해안포대를 직접 겨냥한 것이 아니라 해안포 중대 막사였다는 것이다. 합참은 "우리 군은 K-9 자주포로 포격을 가해온 북한군 무도 포진지에 50발, 개머리 포진지에 30발의 대응사격을 했다"며 "해안절벽 지대에 갱도를 구축해 사격하는 북한 해안포를 곡사화기로 제압하기가 곤란했기 때문에 무도 막사를 표적으로 사격을 실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곡사화기인 K9 자주포로는 북한군의 해안포 진지를 명중시키기가 어려우므로 막사와 같은 작전 지원 시설을 타격해 해안포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게끔 했다는 것이 군 당국의 설명이다.

 

[의문점 4] 공군 전투기는 왜 정밀 타격하지 않았나?

 

K9 자주포가 해안 절벽지대에 배치된 해안포 진지를 타격하기 힘들다면 비상 출격한 KF-16이나 F-15K가 정밀타격을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23일 공군은 KF-16 4대, F-15K 4대 등 모두 8대의 전투기를 서해 5도 인근으로 비상출격시켰다. 이들 전투기에는 SLAM-ER(공대지 원거리미사일)과 고속 레이더 파괴 공대지 미사일인 AGM-88(HARM) 등이 장착돼 있어 원거리에서도 목표물을 정밀 타격할 수 있다.

 

이들 전투기들이 별다른 대응 지시를 받지 못하고 상공에서 몇 십분 대기한 것에 대해 김장수 한나라당 의원은 "공군기로 북한군 진지를 폭격하는 게 가장 강력한 대응이지만 그러려면 상황이 발생했을 때 바로 했어야 했다. 지금은 늦었다"고 한나라당 긴급 의원총회에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기자들도 도발을 가해온 북한의 해안포대를 정밀 타격할 수 있었던 공군 전투기들이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은 "확전되지 않도록 관리를 잘하라"라는 이 대통령의 발언 때문이 아닌지 따져 물었지만 합참은 이를 부인했다. 합참은 "단계별 대응계획은 그 단계에 해당하는 지휘관들에 의해 통제된다"며 "우리 군으로서는 정전협정 준수라는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태그:#연평도 포격, #NLL, #대응사격, #교전수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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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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