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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원회에서 실시하는 부패방지시책평가라는 것이 있다. 39개의 중앙행정기관, 32개의 광역자치단체, 20개의 기초자치단체, 103개의 공직유관단체를 대상으로 청렴시책의 적정성과 효과성 등을 평가하는 제도다.

 

정부와 공직단체가 얼마나 청렴해지려고 노력하는지를 평가한다고 하니 깨끗한 공직사회를 바라는 국민들로서는 반가운 제도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평가라는 것은 양날의 칼이다. 경쟁을 유발해 효율성을 높이는 측면도 있지만, 지표가 잘못 설계돼 행정낭비가 발생할 수도 있고 평가의 주도권을 쥔 자가 권력화 되는 위험성도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마다 경영평가담당부서가 따로 있듯이, 부패방지시책평가 역시 각 기관마다 담당부서와 담당자를 별도로 두고 있다. 그런데 2010년도 부패방지시책평가를 받는 기관마다 평가지표에 대한 볼 멘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우수사례의 전파 및 확산 실적'이라는 지표 때문이다. '반부패 인프라 구축․운영'이라는 시책 과제의 10%를 차지하는 이 지표는 해당기관의 청렴우수 사례를 주요 중앙 일간지(발행 부수 기준 5개 일간지)에 보도할 경우 3점을 준다고 명시돼 있다.

 

발행부수라는 것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들쑥날쑥하게 마련이지만, 대한민국 일간지 시장에서 부동의 위치를 점하고 있는 3개 일간지는 누구나 알고 있는 조선·중앙·동아일보다. 2008년 언론재단이 실시한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서 이 조중동의 종합일간지 구독시장 점유율은 무려 82.5%에 이른다.

 

결국 이 지표는 조중동으로부터 잘했다고 칭찬받아야 점수를 딸 수 있는 지표인 것이다. 매체 영향력이나 노출효과로 본다면 방송이나 인터넷매체가 오히려 우위를 점할 수도 있을 텐데, 굳이 '5대 중앙일간지'로 한정한 권익위의 의도가 의심되는 부분이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죽을 지경이라는 말처럼, 국민권익위원회의 이 '조중동 지표' 때문에 시책평가 담당자들은 죽을 맛이다. H기관의 평가담당자 A씨는 "우리 기관이 청렴한 민관협력을 다짐했다는 내용을 5대 일간지에 실어야 되는데, 이런 게 도대체 뉴스거리나 되느냐"며 한탄했다.

 

부패방지시책평가는 2002년에 도입되어 매년 실시해오고 있다. 하지만 이 '조중동' 평가지표는 2010년도 평가부터 도입됐다. 전 이재오 위원장이 취임한 이후에 생긴 지표라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을 떠올리게 한다.


태그:#국민권익위원회, #이재오, #조중동, #부패방지시책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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