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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26일 오후 1시 5분]

 

"내부 분위기 전한 작가와 PD가 무슨 죄가 있나"

 

이른바 '블랙리스트(출연금지 문건)' 발언으로 인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방송인 김미화씨가 26일 "지난 넉 달에 가까운 경찰조사에서 KBS가 사건의 본질을 터무니없이 지엽적인 상황으로 호도해왔다"고 성토했다.

 

블랙리스트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블랙리스트가 있다고 발설한 내부 직원을 색출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씨는 자신에게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알린 당사자는 자신의 친구이기도 한 <연예가중계> 작가라고 전했다.

 

김미화씨는 이날 오전 <연예가중계> 작가와의 대질심문을 위해 영등포 경찰서에 출두, 네 번째 경찰조사를 받았다. 출두에 앞서 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자처한 김씨는 "이제 KBS는 저의 친구 사이도 갈라놓는 악역을 하고 있다"며 "암묵적인 KBS 내부 정서와 분위기를 전달했던, 아무런 권한도 없는 해당 작가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해 놓고 뒷짐 지고 구경만 하시니 편안하시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지난 7월 <연예가중계> 작가로부터 '김미화는 출연금지 문건이 있어서 출연이 어렵다더라'는 말을 전해들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경찰조사를 받는 내내 (경찰은) 끊임없이 (블랙리스트에 대해) 처음 발설한 사람이 누구냐를 물었고 결국, 제 전화통화 기록을 뒤져 연예가중계 PD와 작가를 알아냈다"며 "오늘 저는 연예가중계 작가와 대질심문을 앞두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서 "작가와 PD가 무슨 죄가 있나, 이들은 KBS 내부 분위기만 전했을 뿐"이라며 "그런 분위기를 만든 KBS 임원들이 책임을 져야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해당 작가는 김씨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차 출두에서 "KBS가 여러 경로를 통해 16번이나 KBS에 사과와 유감을 표명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힌 김씨는 "KBS는 더 이상 저에게 사과, 또는 유감 표명을 요구하지 말라"며 "조건 없이 고소를 취하하고 (오히려) 저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검찰조사가 시작되면,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KBS 임원에게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며 "이번엔 치사하게 뒤에 숨기 어려우실 것"이라고 경고했다.

 

▲ 김미화 "누가 나에게 '낙인'을 찍었나, 그것이 본질이다"
ⓒ 최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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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방송한 사람은 속이면 안 돼... 출연금지 문건 반드시 존재"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김씨는 "김미화 출연금지 문건은 반드시 있고, 그것이 진실"이라고 거듭 확신했다. "김미화에 대한 출연금지 문건이 '임원회의 결정사항'이라는 문서를 통해 내려왔다"는 것이다. 해당 문서에 대해 김씨는 "KBS는 평상적인 심의평이라고 주장하지만 방송을 모르는 사람은 속일 수 있어도 저처럼 28년을 방송한 사람은 속이면 안 된다"며 "(해당 문서가) 논란의 대상이 되는 연예인은 KBS 제작본부에서 쓰지 말라는 출연금지 지침서라고 저는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경찰에 첫번째로 출두한 지난 7월 기자회견에서 '임원회의 결정사항'이라는 KBS 내부 문건을 공개한 바 있다.

 

'16번의 사과요구'에 대해 김씨는 "KBS 사장, 법무팀, 예능국장 등이 여러 경로를 통해 KBS가 고소를 취하하고 사과하면 김미화는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말해주기를) 강요해왔다"며 "제가 그렇게 고소를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음에도 고소를 해놓고, 이제는 KBS가 고소를 취하하면 김미화는 무엇을 해줄지에 대해 물어보는 건 너무 우습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김씨는 "웃음을 줘야하는 코미디언으로서 이렇게 투사의 이미지로 보여지는 게 상당히 부담스럽다"며 착잡한 심경을 전했다. "향후 제가 과연 코미디언을 할 수 있을 것인지"라며 말끝을 흐릴 때는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저의 꿈은 코미디언으로서 평생을 늙어가는 것이다. 그것을 허물어트린 KBS 임원들은 과연 책임이 없는 것인지. 진실을 물어본 것뿐인데 제가 고소하지 말라고 KBS 예능 국장, 예능 부장을 통해 무수히 부탁을 드렸는데 (트위터에 글을 올린) 당일에 즉각적으로 고소를 하고, KBS 9시 뉴스에 저를 파렴치한으로 내보내고. 그런 KBS가 이제는 진실이 무엇인지 답을 해주어야 하는 시점이다."

 

김씨는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소모적인 논쟁을 하지 말고 좋게 끝내라고 말한다, 저도 좋은 모습 보이면서 끝내고 싶다"면서도 "그런데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가 고통스럽더라도 힘든 발걸음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미화씨가 이날 발표한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여러분, 저는 오늘 트위터발언 당일 KBS로부터 고소당하고 네 번째 조사를 받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경찰조사 113일째입니다.

 

처음 경찰서에 조사 받으러 와, KBS의 소장을 보고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소장에는, "김미화를 처벌해주고, 김미화에게 처음 발설한 직원을 찾아내 처벌해달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경찰조사를 받는 내내, 끊임없이, 처음 발설한 사람이 '누구냐'를 물었고, 저는 끊임없이 '말할 수 없다'였습니다. 결국, 경찰에서 제 전화기록을 뒤져 연예가중계 PD와 작가를 알아냈고, 오늘 저는 연예가중계 작가와 대질심문을 앞두고 있습니다.

 

장기간 경찰조사를 통해서 KBS가 주장하는 바, 참으로 한심하기 그지없습니다.

 

"김미화는 남편의 음반발매 홍보를 위하여 KBS 프로그램(연예가중계)에 출연요청을 수개월간 요청하다 거절되자 이에 대한 개인적 울분으로 트위터에 허위사실을 게재함."

 

저와 제 남편이 재즈음악 앨범을 낸 것은 사실입니다. 저의 남편은 교수로 재직하면서 프리랜서 재즈음악 프로듀서로 일해오고 있습니다. 음반이 완성된 것이 6월 말인데 제가 트위터에 글 올린 날이 7월 6일입니다.

 

저는 수개월간 출연을 요청한 적이 없습니다. '연예가중계'에 7월 13일 예정이었던 음반제작 발표회(쇼케이스)를 취재할 의사가 있는지 제 친구이자 해당 프로그램 작가에게 물은 적은 있습니다. 연예정보 프로그램은 각 방송사마다 있습니다. 특성상 한 방송사에서 취재결정이 되면 다른 공중파 방송에서는 취재협조 요청을 하지 않는 게 관례입니다.

 

KBS에 친구가 작가로 있으니 기회를 먼저 준다는 의미에서 보도 자료를 만들기도 전에 우선적으로 의사를 타진한 것이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2년 전에도 유사한 음반제작발표회를 했고 약 200여 취재진들이 경쟁적으로 취재했습니다.

 

중요한 사실은, 지금 이 사안의 본질은 'KBS에 블랙리스트가 유형 또는 무형으로 존재하느냐'에 대한 문제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넉 달에 가까운 경찰조사에서 KBS가 보인 행태는 사건의 본질을 터무니없이 지엽적인 상황으로 호도하여 KBS 현장 PD, 심지어는 작가와 저 김미화와의 진실게임으로 의도적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정작 저 개인의 사적인 소통을 법적인 상황으로 몰고 가서 소모적 물의로 비화시킨 위에 계신 장본인들은 뒤로 숨어서 훔쳐보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공영방송 KBS가 한때 몸바쳐 일했던 연기자에게, KBS 시청료를 내고 있는 한 시청자에게, 한 국민에게 취할 수 있는 행위입니까?

 

저는 이제 '연예가중계' 작가와의 대질심문을 위해 출두했습니다. 저의 오랜 친구와 '진실공방'까지 치르는 상황입니다. 당시 저의 쇼케이스 취재의사에 대한 친구의 답변은 'PD와 회의를 해보니, 김미화는 출연금지 문건이 있어서 출연이 어렵다더라, 윗사람들과 오해를 풀어야겠더라'였습니다. 지금 친구작가는 "본인은 그런 말을 안 했다"라고 경찰에서 주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친구를 끝까지 보호해주려 노력했습니다. 이제 KBS는 저의 친구 사이도 갈라놓는 악역을 하고 계십니다. 왜 이러십니까?

 

고소인 KBS. KBS의 실체는 누구입니까? "KBS 사장, 임원, PD '개인'으로서의 명예는 있을 수 있지만 한국방송공사(KBS) 자체의 명예는 없다"는 어느 인사의 글이 생각납니다.

 

피소당한 김미화는 네 차례에 걸쳐 열심히 조사 받고 있습니다. 그러면 고소인 KBS에서는 어느 누가 실체로서 조사를 받고 계신지요. 고소를 강력하게 주장하여 당일로 관철시키신 분들이 나오셔서 조사받아야 하는 건 아닌지요. 암묵적인 KBS 내부 정서와 분위기를 전달했던, 아무런 권한도 없는 해당작가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해 놓고 뒷짐 지고 구경만 하시니 편안하십니까?

 

한편, 저는 막대한 변호사 비용을 개인적으로 책임지고 있습니다. KBS는요? 혹시 제가 낸 시청료도 합쳐져서 고소에 따른 제반비용에 사용되고 있는 건 아닌지요.

 

KBS에 전합니다. 더 이상 저에게 사과, 또는 유감 표명을 요구하지 마십시오. 그간 열여섯 번의 요구는 KBS가 고소취하를 위한 명분을 찾기 위한 행동이었던 것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결자해지, 일반적으로 고소취하는 고소한 사람이 하는 겁니다. KBS는 조건 없이 고소를 취하하고 저에게 사과하십시오. 그러면 저도 더 이상의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습니다.

 

고소가 취하되지 않는다면, 이 사건은 본질로 되돌아갈 것입니다. 검찰 조사가 시작되면, 'KBS 조직'이 아닌 내부의 '자연인',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KBS의 임원, 그분에게 반드시 책임을 묻겠습니다. 이번엔 치사하게 뒤에 숨기 어려우실 겁니다. 고소를 감행하셨을 때처럼 당당하고 자신있게 나와서 검찰의 조사에 임하시길 바랍니다.


태그:#김미화, #블랙리스트, #KBS, #연예가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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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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