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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씨, 안녕하신가요? <오마이뉴스>는 13일 뗏목을 타고 당신의 편치않은 뱃속으로 들어가 청진기를 들이대려고 700리 뱃길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첫날 내성천 회룡포를 지나 삼강주막에서 출발, 상주 경천대까지 내려온 우리는 예상치 못한 사고로 뗏목이 파손돼 부득이하게 뭍으로 올라와 새로운 육상 여행을 시작합니다.

홍수예방, 수질개선이라는 이름으로 당신의 창자를 파헤치고, 농지리모델링이란 급조된 명분을 내세워 비옥한 땅을 불모지로 만드는 4대강 사업. 당신의 장기를 파헤치는 공정이 30%정도 진행됐지만 그럼에도 아직도 살아있는, 그래서 살릴만한 가치가 충분한 당신의 '생얼'을 그대로 보여줄 예정입니다. 현장 상황은 실시간으로 트위터 등을 통해 생중계할 예정이며, 동영상 기사로도 송고됩니다. 시민기자와 누리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15일 오후 4대강 사업 낙동강 구간을 취재중인 <오마이뉴스> 취재팀과 인터뷰하는 다큐영화 <땅의 여자> 주인공 변은주씨.
 15일 오후 4대강 사업 낙동강 구간을 취재중인 <오마이뉴스> 취재팀과 인터뷰하는 다큐영화 <땅의 여자> 주인공 변은주씨.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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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는다면서… 어쩜 그래 일을 못해요?"

서울 월급쟁이 주제에 과감하게 말을 던졌다. 그 여자 어쩐지 고추 고르는 폼이 어정쩡하다 했다. 옆에 앉은 시부모님은 엉덩이를 바닥에 착 붙이고 양손을 재빨리 놀리는데 그녀는 영 어영부영이었다. 조그만 엉덩이 의자에 앉아서 한손으로 고추를 고르고 있었다. 속도도 느리거니와 딱 봐도 초보 농꾼이다.

"저 영화배우예요. <땅의 여자>에 나왔어요."

경남 창녕에서 만난 영화배우... 출연작은 <땅의 여자>

▲ '땅의 여자', 4대강뒤 어찌될지... 대학동기 세 여성의 농촌 생활기를 사실적으로 담아낸 다큐멘터리 '땅의 여자'의 주인공 중 한명인 변은주 씨. 취재 도중 우연히 창녕군의 한 농가에서 만난 변 씨도 함안보 건설이 일으킬 부작용을 지적했습니다.
ⓒ 박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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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를 몰라주는 손님들이 야속했는지,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말을 꺼낸다. "맞네 맞어. 근데 이름이?" 얼굴도 몰라보고 이름도 모르다니… '자칭' 영화배우 체면이 말이 아니다. 이름을 물었더니 "강선희, 소희주랑 같이 <땅의 여자>를 찍은 변은주입니다"라고 또박또박 소개한다. 농사를 짓고 싶어 농촌에 들어간 세 여자의 좌충우돌 일상을 다룬 농촌 다큐멘터리 <땅의 여자>. 아는 사람들만 아는, 현재 극장 상영작이다.

농사일 서툴다는 소문이 자자한지라 농사 한 번 안해 본 주제에 과감하게 농을 날린 것. 이런 태클에는 이골이 났는지 변은주씨는 "네, 저 맨날 일 못한다고 혼나요"라고 넉살 좋게 넘긴다.

15일 4대강 사업을 취재하러 들어간 경남 창녕군 도천면 송진리. 김창수 창녕농민회 사무국장을 만나러 간 자리에서 영화배우 혹은 여성 농민 변은주씨를 덤으로 만났다. 변씨는 김 사무국장의 부인이었다. 어차피 농사일에는 도움 안 되니 장에 내다팔 고추를 고르던 변씨의 팔을 잡아끌었다. 싫지 않은 눈치다.

동네 주민도 절대 못 알아본다는 '신비주의' 전략의 영화배우, 4대강을 반대하는 개념까지 탑재한 '소셜테이너' 변은주에게 물었다.

다큐영화 <땅의 여자> 주인공 3명중 한명인 변은주씨(오른쪽)와 가족들이 15일 오후 경남 창녕군에서 고추를 다듬고 있다.
 다큐영화 <땅의 여자> 주인공 3명중 한명인 변은주씨(오른쪽)와 가족들이 15일 오후 경남 창녕군에서 고추를 다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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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농사 짓는 영화배우 "남이 알까 부끄럽습니다"

- 본인은 영화배우라고 하는데 아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자기 소개를 해주세요.
"저는 경남 창녕에서 마늘 농사를 짓고 있고, 강선희·소희주랑 같이 <땅의 여자>를 찍은 변은주입니다. 반갑습니다. 얼굴이 워낙 평범해서 알아보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제가 생각해도 영화라기보다는 그냥 사는 모습을 담았다, 이런 것 같아요. 출세를 위해서 유명해지겠다 이런 게 전혀 아니고요. 남이 알아볼까 부끄럽습니다. 그나저나 저희야 농사 지으면서 쭉 살면 됩니다. 다만 영화 제작사와 권우정 감독님께 민폐가 안 됐으면 좋겠습니다. 영화 <땅의 여자> 많이 봐주세요."

- 사람들은 영화 <땅의 여자>도 잘 모르는 것 같은데요(웃음)? 영화 소개를 해주세요. 
"2005년 홍콩 WTO 반대투쟁을 갔을 때 권우정 감독이 촬영팀으로 왔어요. 당시 100여 명의 전국여성농민들이 있었는데 경남에 사는 우리가 눈에 띄었는지 영화를 제작하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는 일이 이렇게 커질지 전혀 생각 못했어요. 그냥 우리가 사는 일상을 보여달라기에 잠시 내보여 줬을 뿐입니다.

다큐멘터리가 인기 장르가 아닌데 거기에다 농촌, 또 여성 농민을 다루니 관심을 잘 가져주지 않는 것 같아요. 현실의 삶이 고단해도 나보다 더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있구나, 자기 꿈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면서 많은 위안이 될 겁니다. 한번 속는 셈 치고 보러 오시면 고맙겠습니다."

- 영화 개봉은 언제 했고 관객은 얼마나 들었나요?
"9월 9일 개봉했고요. 우리가 1000명째 관객에게 쌀을 선물하기로 했는데 아직 못하고 있어요. 충격적이죠?"

- 왜 그렇게 관객이 없을까요?
"많은 분들이 보기가 어렵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 영화가 전국 20개 극장에서 개봉했는데 보기가 쉽지 않아요. 여기 창녕에도 개봉 안 했죠, 가까운 창원에도 극장이 없어요. 보려면 부산이나 진주까지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죠."

- 동네 주민분들이 마을에 경사 났다고 플래카드를 걸었을 법도 한데.
"동네 분들 아무도 몰라요. 시부모님들도 아직 못 보셨어요. 지난 일요일에 친정 부모님들에게 처음 보여드렸어요. 제가 사는 모습이 그렇게 유쾌하거나 즐겁지 않아서 말씀드리기가 좀 그렇더라고요. 이모가 부모님께 전화해서 그제사 진주까지 나오셔서 영화를 보셨어요."

<땅의 여자>에 등장하는 세 여성 농민들과 가족, 그리고 권우정 감독. 검은 장화를 신은 이가 바로 변은주씨다.
 <땅의 여자>에 등장하는 세 여성 농민들과 가족, 그리고 권우정 감독. 검은 장화를 신은 이가 바로 변은주씨다.
ⓒ 시네마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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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둑보다 낮은 우리 동네,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요"

-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마을의 변화가 있나요.
"이곳은 낙동강 유역이라 토질이 좋은 감자나 배추, 무를 생산하던 곳인데 4대강 사업으로 농민들이 농지에서 쫓겨났어요. 또 함안보를 만든다고 하는데 물을 가두면 안개가 낄까 걱정입니다. 습한 날씨가 계속되면 작물에 분명히 피해가 갑니다. 또 사람의 생체 리듬에도 문제가 생길 겁니다. 우리 동네는 둑보다 낮은데 문제가 생겼을 때는 아무도 감당할 수가 없어요. 앞으로 일어날 문제를 아무도 상상할 수 없다는 게 더 무서운 일이지요."

- 4대강 사업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연은 절대 우리들의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자연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 정말 과욕이고 욕심이자 착각이에요. 자연은 후손에게 그대로 물려줘야 할 자원이자 보물입니다. 그걸 우리가 함부로 해서는 안 됩니다. 땅의 여자가, 제가 비록 어설픈 여성 농민이지만 계속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이 사업이 중단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 국민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4대강 사업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겠지만 4900만 국민 중 그 누군가에 포함되기란 어렵습니다. 전국민적으로 문제제기해야 합니다. 정부가 말하는 물부족 해소, 가뭄관리가 전혀 되지 않는다는 거 제발 알아주세요. 정부가 하는 언론 플레이에 현혹되지 말고 왜 반대하는지 알아보셨으면 합니다."

* '낙동강은 강이다' 특별취재팀(트위터 해시태그 : #낙동강은강이다_)
취재 : 김병기 국장, 김경년 부장, 박순옥-최지용 기자
사진 : 권우성 팀장
동영상 : 박정호-오대양 기자


태그:#4대강, #변은주, #땅의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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