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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국민대학교 교수가 9일 오후 서울 환경재단 레이첼 카슨 홀에서 '선관위 트위터 규제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임옥상 화백과 탁현민 한양대 겸임교수가 20대 투표 독려 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선거법 준수 촉구' 공문을 받아 선관위의 트위터 규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창현 국민대학교 교수, 최강욱 변호사,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임옥상 화백, 탁현민 한양대 겸임교수)
 이창현 국민대학교 교수가 9일 오후 서울 환경재단 레이첼 카슨 홀에서 '선관위 트위터 규제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임옥상 화백과 탁현민 한양대 겸임교수가 20대 투표 독려 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선거법 준수 촉구' 공문을 받아 선관위의 트위터 규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창현 국민대학교 교수, 최강욱 변호사,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임옥상 화백, 탁현민 한양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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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원 민주당 의원이 9일 오후 서울 환경재단 레이첼 카슨 홀에서 '선관위 트위터 규제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최종원 민주당 의원이 9일 오후 서울 환경재단 레이첼 카슨 홀에서 '선관위 트위터 규제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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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번호로부터 걸려온 전화,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였다. 미디어 관련해서 상담을 하겠다고 자문 구한다기에 오라 했더니 선관위 직원은 계고장(행정상의 의무 이행을 재촉하는 내용을 담은 문서)을 가지고 나타났다. 선관위는 '임옥상 화백의 활동에 동참한 취지는 이해하지만 물품을 내세워서 선거를 독려한 것은 기소해야 한다, 그러나 사안이 경미한 관계로 교육을 시키겠다'고 나섰다."

일주일 전인 지난 2일, 이창현 국민대학교 교수가 겪은 일이다. 지난 지방선거 때 임옥상 화백은 20대에게 투표할 것을 독려하며 투표에 참가한 이들에게 자신의 판화를 선물하겠다고 약속했다. 여기에 동참한 이 교수를 '교육'하기 위해 방문한 선관위의 태도에 이 교수는 뿔이 났다.

이 교수는 "선관위가 행정부의 입맛대로 제재하려는 행위는 반시대적이고 반민주적이라고 이야기 하고 직원들을 돌려보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이 안 삭여져서 일주일 만에 토론회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선관위의 트위터 규제,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가 열리게 된 배경이다. 9일 오후, 환경재단 레이첼 카슨 홀에서 열린 토론회에는 선관위에게서 규제를 받은 당사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임옥상 화백 뿐 아니라 "20대 투표율이 10% 이상 올라가면 누구나 무료입장 가능한 콘서트를 연출하겠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린 탁현민 공연연출기획자도 자리했다.

선관위는 20대 투표 참여를 독려한 임옥상 화백과 탁현민 기획자가 공직선거법 230조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230조에는 '투표를 하게 하거나 하지 아니하게 할 목적으로 선거인 등에게 금전, 물품, 차마 등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을 약속한 자는 5년 이하 징역,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되어있다. 선관위는 "선거법 위반자를 처벌해야 하지만 사안이 경미하다"며 '선거법 준수 촉구 공문'을 주고 '교육'을 실시하는 것으로 제재를 대신한 것이다.

임옥상 화백 "선관위의 전갈에 콧방귀 그 다음에 욕, 이제는 잘 걸렸다"

임옥상 화백이 9일 서울 환경재단 레이첼 카슨 홀에서 '선관위 트위터 규제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예술과 정치 그리고 표현의 자유'에 대해 발표를 하고 있다.
 임옥상 화백이 9일 서울 환경재단 레이첼 카슨 홀에서 '선관위 트위터 규제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예술과 정치 그리고 표현의 자유'에 대해 발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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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옥상 화백은 "젊은 층이 선거에 대한 관심이 낮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기에 그 젊은이들을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고 떳떳하게 선거장으로 올 수 있게 하느냐는 이벤트로 판화 선물을 생각한 것"이라며 "헌데 이 때문에 선관위가 나를 방문하겠다고 전갈이 왔을 땐 처음에는 콧방귀를 뀌다가 그 다음엔 욕이 나왔다가, 야 이거 잘 걸려들었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임 화백은 "사적인 소셜 네트워크에 국가가 들어와서 '놔두면 다음에 문제 될 것 같은데 그냥 놔둘 수도 없고 법 적용도 못하고 해서 겁을 주겠다' 이게 이번 사건의 전말"이라며 "2012년(대선이 치러질 해)에 더 큰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 당국에 도전장을 던져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탁현민 기획자는 "이번 선거에서 대중 예술인들이 스스로 투표장에 가서 인증샷(사진)을 찍으면서 투표를 독려했고 이것이 20~30대 투표율을 끌어 올렸는데, 그 결과가 여당이 아니라 야당에 유리했음을 마주하게 된 게 선관위가 제재를 가한 것 같다"며 "주변에서 '여당에 유리하면 준법이고 야당에 유리하면 불법이냐'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딱 그 상황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선관위의 법 해석 과정에서 불순한 의도 느껴"

최강욱 변호사가 9일 서울 환경재단 레이첼 카슨 홀에서 '선관위 트위터 규제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다.
 최강욱 변호사가 9일 서울 환경재단 레이첼 카슨 홀에서 '선관위 트위터 규제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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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에는 법적 근거를 두고 선관위의 행태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해 줄 이들도 참석했다.

최강욱 변호사는 "선관위가 이제껏 선거의 공정성을 확립하기 위해 해온 행동들을 보면 중간 중간 개입해서 바로 고발하는 방식을 취했는데, 임옥상 이벤트는 몇 달 지나고 사후적으로 제재를 가했다"며 "선관위가 선거법에 해석하고 적용하는 과정을 보면서 불순한 의도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법 230조에 따르면 투표를 하게 할 목적으로 선거인 등에게 차마 즉, 차와 마차 등 이동수단을 제공하면 처벌한다고 돼있는데 이를 무차별적으로 적용하다 보면 거동이 불편한 아버님이 투표하고 싶어 하셔서 휠체어를 밀고 투표장에 갔으면 처벌 받아야 하는 거냐"고 꼬집었다. 어떤 행동을 처벌할 때는 법을 확대해석한 것은 아닌지 면밀하게 검토해야 된다는 지적이다.

최 변호사는 "선관위의 이러한 무리한 접근은 누군가 시켜서 하는 것일 텐데, 그 누군가의 내면에는 인터넷 세상에 대한 트라우마가 깊이 내재되어있는 것 같다"며 "트라우마가 깊어지면 자살을 선택하던데 자살을 선택하진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선관위 학연과 지연의 선거 강화시키고 있다"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가 9일 서울 환경재단 레이첼 카슨 홀에서 '선관위 트위터 규제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선관위의 트위터 제재의 문제점에 대해 발언을 하고 있다.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가 9일 서울 환경재단 레이첼 카슨 홀에서 '선관위 트위터 규제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선관위의 트위터 제재의 문제점에 대해 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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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신 고려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공직선거법 230조는 미국선거법에서 유래된 조항이고 미국에도 굉장히 유사한 법 조항이 있는데, 미국에서는 투표하러 나오라고 스타벅스에서 공짜 커피를 나눠주고 했음에도 선관위에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임옥상 화백의 경우도 투표의 증거를 요구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봤을 때 비슷한 법 적용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트위터 이용자를 옭아매는 또 다른 조항인 선거법 93조(투표일 전 반 년 동안 후보자에 대한 지지, 반대 의사를 글로 표현하지 못하게 하는 등의 금지조항)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박 교수는 "신변잡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140자의 짧은 멘트를 하는 트위터는 우리들의 구두생활을 대체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93조는 트위터에 남기는 멘션도 글로 판단해 규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선거인끼리 정보교환을 못하게 하면 기존에 학연, 지연 등 '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더 유리해 진다"며 "선관위는 선거법 93조를 트위터에도 적용해 규제를 가해서 학연과 지연에 의한 선거를 강화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100분 토론> 연상시킨 선관위 서기관과의 실시간 전화연결

한창 물 오른 토론이 이어질 즈음, 또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에도 선관위에서 걸려온 것이었다. 선관위 지도 1과 김범진 서기관이 <오마이TV>를 통해 실시간 중계되는 토론회를 지켜보다 자신도 의견을 피력하고 싶다며 전화를 건 것이다.

김 서기관은 "투표 참여 운동 자체가 아니고 20대에 대해 운동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라며 "20대를 대상으로 자산적 이익을 제공한다는 의사를 표하는 것에 대해 규제를 못한다면 다른 쪽에서 60~70대를 대상으로 투표 참여 운동을 한다면 우리가 막을 수 있겠냐"고 말했다.

김 서기관의 발언에 대해 "그걸 왜 막냐"고 의아해 하던 임옥상 화백은 "우리가 2시간 반 가량 이야기를 나눴는데 하나도 안 듣고 선관위의 공식입장만 반복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정말 '불통'이라는 것밖에 느낀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민웅 성공회대학교 교수는 "선관위에서 노인이나 장애인 등 투표 취약계층에게 여러 편의를 제공하듯, 20대에 대한 투표 독려도 투표 취약 집단에 대한 보강"이라며 선관위의 주장을 반박했다.

<100분 토론>을 연상시키는 실시간 전화연결을 끝으로 3시간 가량 이어진 토론회가 마무리 됐다. 마지막 발언에 나선 이창현 교수는 "옹색한 변명을 하기 앞서 선관위가 이런 토론회를 먼저 주최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며 "변화된 선거 환경과 미디어 환경에서 선관위가 자의적으로 유권해석을 내리지 말고 법학자, 언론계, 예술계를 포함해서 사회적 논의를 시작 해보자는 논의가 진행되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 '선관위의 트위터 규제,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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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관위의 트위터 규제,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 2부
ⓒ 오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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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관위의 트위터 규제,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 3부
ⓒ 김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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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트위터, #선관위, #임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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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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