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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다. 추석이 되면 우리는 송편을 먹는다. 송편은 맛있다. 나는 지난 주부터 "이번에는 송편을 사지 말고, 직접 만들자"고 얘기를 했다. "집에서 직접 만들면 내가 열심히 도와 주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오늘 송편을 만들었다. 역시 준비할 게 많았다. 엄마께서는 아침 일찍 쌀을 물에 담가 놓았다가 오후에 방아를 찧어 오셨다. 쌀가루에는 쑥도 많이 들어가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그것은 쑥이 아니고 모싯잎이었다.

 

내가 송편을 만들어 먹자고 한 만큼 나는 열심히 만들자고 결심을 하였다. 자신도 있었다. 송편 만들기를 시작하자마자 아빠께서 실수를 하시고 말았다. 깨와 설탕으로 만들어 놓은 속이 들어있는 그릇을 옮기시다가 바닥에 조금 흘려 버렸다.

 

나는 생각하였다. '어쩌면, 저것은 불길한 징조??'라고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아니었다. 그 반대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순조롭게 송편 만들기가 진행됐다. 오랜만에 해보는 것이어서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이었다.

 

엄마께서는 처음부터 잘 만드셨다. 아빠께서도 생각보다 잘 만드셨다. 어렸을 때 할머니랑 자주 만들어 보셨다고 했다. 옛날에는 추석이 되면 집집마다 형제들이 모여서 송편을 같이 만들어 먹었다고 하셨다.

 

나는 아빠께서 만드시는 걸 계속 지켜보았다. 아빠는 반죽을 '듬뿍!' 떠가지고 가서 얇게 잘 폈다. 깨와 설탕으로 만든 속도 듬뿍 집어 넣으셨다. 저렇게 많이 넣으면 반죽이 잘 붙을까 걱정이 됐다. 하지만 아빠께서는 잘 붙이셨다.

 

아빠께서 속을 듬뿍 넣어 만든 송편이 훨씬 더 맛있게 보였다. 엄마께서도 "아빠가 잘 만드신다"고 하셨다. 나는 찌면서 터져 버릴까봐 반죽을 얇게 펴지 못했다. 그래서 속에 넣는 것도 많이 들어가지 못 했다.

 

한참동안 송편을 만들다가 나는 실수를 하였다. 속을 너무 많이 넣었다가 아물어지지 않아 다시 속을 빼내기도 했다. 한번은 속을 빼내다가 겉반죽에 다 붙어버려서 아예 버리기도 했다.

 

준비된 반죽의 거의 절반 쯤 만들었을 때 밖에 나갔던 언니가 돌아왔다. 언니는 "식구들끼리 모여서 송편을 만들고 있으니 보기 좋아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언니도 동참하여 같이 만들었다.

 

언니도 처음 나처럼 똑같은 실수를 했다. 속을 너무 많이 넣어서 흘러버리기도 했다. 그런데 아빠와 엄마께서는 실수를 하지 않으셨다. 엄마께서는 또 엄마만 하실 줄 아는 모양으로 송편을 만들기도 하셨다. 마치 작은 장미 같았다. 귀여웠다.

 

이리저리 둘러보니 이제 시작한 언니의 송편이 제일 못생겼다. 또 언니는 속의 양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않았다. 맛은 속의 양에서 결정되는데, 언니는 겉모양을 더 중요시하게 생각하였다. 언니는 새우모양의 송편을 만들었다. UFO 모양의 송편도 만들었다.

 

그것을 보신 엄마께서 한 말씀 하셨다.

"그렇게 두툼하게 만들어 놓으면 익힐 때 고생이어서 그렇게 만들면 안 돼."

그러나 언니는 계속해서 모양 위주로 송편을 만들었다. 다들 예쁜 모양으로 만두처럼 송편을 만들고 있는데 언니만 시간을 끌면서 작품을 만들었다.

 

그 사이 엄마께서는 송편을 찌어서 내오셨다. 맛이 궁금했다. 먹음직스럽게 생겼다. 맛있었다. 누가 만든 것인지는 모르지만 속도 많이 들어 있었다. 엄마께서 "아빠가 빚은 거야"라고 하셨다.

 

속이 적든 많든 송편은 다 맛있었다. 내가 만든 것도 맛있었다. 언니가 만든 것도... 우리 가족은 예전에도 송편을 만들어 본 적이 있는데, 역시 경험을 무시하면 안 된다. 아직 추석은 여러 날 남았는데 직접 만든 송편은 꿀떡처럼 달콤했다.

 

덧붙이는 글 | 이예슬 기자는 광주우산초등학교 6학년입니다.


태그:#추석, #송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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