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6·2 지방선거 이후 새로운 정치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한국정치에 어떤 가치와 정책을 담을 것인가 하는 고민도 여러 갈래다. <오마이뉴스>는 한국정치의 대변신을 위한 토론과 논쟁을 시작한다. 진보에서 자유주의까지 함께하는 '무지개 정치'의 길을 묻는다. [편집자말]
조희연 교수.
 조희연 교수.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일단 아래로부터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10만 결집운동을 하고, 지식인 1만 서명운동을 벌여 진보연합정당을 만들자는 문제의식을 던지고 싶다. '민란' 수준의 대중적 촉구운동을 하는 것 자체는 선거에 실망한 대중을 끌어내는 긍정적 힘이 있다고 본다."

국내 대표적 진보지식인 조희연(54) 성공회대 교수는 2012년 권력교체기를 앞두고 진보양당과 시민사회 진보파, 노동좌파 등이 함께하는 '진보대연합정당'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적 시민사회 인사로 분류되는 조 교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간 정치적 발언을 삼갔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정부여당이나 청와대의 부름에도 좀체 응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사회운동적 차원에서 정치에 일격을 가할 이유가 있을 때 적절히 퍼포먼스적 행동을 하며 정치에 훈수를 둔 적은 있지만, 직접 나서 정치적 발언을 하며 참여까지 촉구한 일이 없다. 특히나 진보진영의 정당통합 촉구운동을 벌인 일은 아마도 그의 일생에 처음 있는 일이 아닌가 싶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진보진영의 모색에 힘을 보태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조희연 교수는 지난 8월 26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민주화시대의 진보정당은 대중정당이기보다는 그 존재 자체가 의미를 갖는 소수정당이었다"며 "포스트민주화시대에는 진보정당이 대중정당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 교수는 "진보정당에 대중적 영향력도 생겨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과감한 통합도 진행해야 한다"며 "여기에는 새로운 정치적 요소도 결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시민사회 진보파, 촛불 세력, 노동좌파 등 비민주당 진보진영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진보대연합정당'을 만들면 국민적 지지율이 15%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는 그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흡수되지 않는 대중은 진보대연합정당으로 대거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자들 사이에 '진보신당계'로 알려진 조 교수는 진보신당의 최근 내부 사정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진보진영 내부에서는 급속도로 진보연합정당에 대한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다"며 "상당한 물밑접촉이 이뤄지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심상정 전 대표 등을 만나면서 통합의 공감대를 넓히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무엇보다 "진보대연합정당을 위한 노동자 10만, 지식인 1만 서명운동을 해야 할 판"이라며 "지식인뿐 아니라 문화계, 법조계 등도 진보연합정당을 강제하고 성장시키기 위한 협력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조희연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사기일지라도 보수는 뉴라이트로 변했는데... 진보는?"

조희연 교수.
 조희연 교수.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 진보대연합 움직임이 한창이다. 어떤 입장인가.
"일단, 민주화 시대의 진보로는 포스트민주화 시대의 신보수를 절대로 못 이긴다고 본다. 사기일지라도 보수는 '뉴라이트'로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보수의 정치가 바뀐 지점이 있는 것이다. 노무현정부도 못한 등록금후불제, SSM(기업형 슈퍼마켓) 진입규제 이런 걸 CEO형 신보수는 한다. 훨씬 더 탄력적이다. 진보도 시대전환을 읽어야 한다. 포스트민주화 시대의 대안정당, 대안정치가 필요하다."

- 대안정당과 대안정치는 어떻게 구성돼야 한다고 보나.
"결국 생태복지국가시대라고 본다.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아낼 수 있는 주체를 가시화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고 있다. 문제는 정치병목이다. 생태복지국가시대로 가기 위해서는 이를 실행에 옮길 정치주체가 있어야 하는데 그 정치세력이 가시화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화 시대의 핵심적 주체는 민주당이었다. 민주당은 반독재 중도개혁정당이었다. 반독재의 기억이 선명할 때는 민주당이 대중적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퇴색했다."

-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지난 10년간 신자유주의와 세계화 담론을 뛰어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진보좌파로부터 공격도 많이 당했다.
"민주정부 10년간 대중은 신자유주의적 패러다임의 자기개발 주체가 됐다. 스펙을 쌓고, 취직하기 위해 성형수술을 해야 했다. 개인별로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에 적응하기 위해 부단히도 애를 썼다. 그러나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봐야 좌절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하게 됐다. 젊은 세대의 태도가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신보수정권인 이명박 정부의 천박함이 드러나면서 대중으로부터 새로운 저항성과 비판성이 나타났다. 분노와 좌절에 기초한 것이다. 결국 이를 정치적 의지로 결집해내야 하는데, 그 몫은 대안정당의 몫이다. 그런데 대중은 민주당이 그 몫을 제대로 해낼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사실상 대안정치세력의 공백이 빚어진 상황이다. 이 지점에서 중도개혁정당(민주당, 창조한국당, 국민참여당)의 자기혁신, 진보정당(민노당, 진보신당)의 대중적 통합과 약진이 필요하다."

- 현실적으로 진보정당의 통합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나.
"민주화시대의 진보정당은 대중정당이기보다는 그 존재 자체가 의미를 갖는 소수정당이었다. 그러나 포스트민주화시대에는 진보정당이 대중정당으로 성장해야 한다. 대중적 영향력도 생겨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과감한 통합도 진행해야 한다. 여기에는 새로운 정치적 요소도 결합해야 한다고 본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시민사회 진보파, 촛불 세력, 노동좌파 등 비민주당 진보진영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진보대연합정당'을 만들면 국민적 지지율은 15%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본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흡수하지 못하는 대중은 이쪽으로 대거 이동할 것이다."

"향후 10년간 연합정치는 지속될 것"

- 민노당은 2011년까지 진보신당과 통합하겠다고 했지만 진보신당은 통합의 가능성은 없다고 말한다. 양측이 팽팽하게 맞설 경우, 양자 간 통합이 가능할 것으로 보나.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진보진영 내부에서는 급속도로 진보연합정당에 대한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다. 상당한 물밑접촉이 이뤄지고 있다. 6.2 지방선거 이후 진보신당에서도 통합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진보정당 통합에 매우 적극적이다. 내년 7월 복수노조가 전면화되면 조합운동의 분열로 나타나기 때문에 절박하다. 진보대연합정당을 위한 노동자 10만, 지식인 1만 서명운동을 해야 할 판이다. 지식인뿐 아니라 문화계, 법조계 등도 진보연합정당을 강제하고 성장시키기 위한 협력에 나서야 한다고 본다."

- 이른바 '진보의 순혈주의'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높은 기준을 설정해놓고 초반부터 안 된다고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선거는 이미 설계된 선택이다. 100에 도달한 진보연합정당이건, 30에 도달한 진보연합정당이건 대중은 결과로서 주어진 '설계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진보연합정당을 하자는 건 단순 통합만 하자는 게 아니라 대안적 진보정당으로 발돋움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다만, 중도정당의 혁신과 진보정당의 대중적 변신이라는 것은 어차피 주체의 한계가 있다. 기대만큼 잘 안 되기 때문에 선거연합을 통해서 서로 보충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래서 연합정치는 향후 10년간 유지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한국정치에서 선거연합 국면은 상당히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선거연합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나.
"지난 지방선거 때도 불완전한 선거연합을 했다. 이것 역시 위기의식의 발로였다. 위기가 심화되면 타율적으로 연합정치는 강제될 수밖에 없다. 이번 전당대회가 끝나면 민주당은 자기변신을 위해서라도 통합을 화두로 들고 나올 것이다. 따라서 다음 총선에서도 '5+4회의' 같은  형식의 선거연합은 성사될 것으로 본다. 대선은 어차피 '완전개방형 국민경선(오픈 프라이머리)'가 될 수밖에 없다. 아니면 보수가 재집권하거나.

총선은 이해가 첨예하다. 따라서 민주당이 선거연합을 하려면 통 큰 양보를 해야 한다. 소수정당의 교두보 전략, 약진의 기회를 민주당이 줘야 한다. 한나라당이 압승하는 것보다는 민주당이 일부를 양보해서 진보의 교두보를 만들어주는 게 훨씬 전략적이라는 게다. 그런 태도를 보여야 국민들의 강렬한 증오를 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진보정당들은 민주당을 향해 신자유주의 정당이라고 비판한다.
"의제에서 급진화 전략이 필요하다. 무상급식, 무상보육, 건강보험 하나로. 기존 민주화 시대의 프레임을 넘는 자기급진화가 민주당에 필요하다. 교육문제에 있어서도 민주당이 국공립대 통폐합까지 가야 한다고 본다. 진보교육감들이 전국에서 초중등교육 개혁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대학개혁 없이는 결과적으로 참혹한 입시경쟁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결국 대학입시체제를 바꿔야 한다.

오히려 보수는 역설적으로 탄력적이다. 서민금융 햇살론이나 미소금융을 보라. 이게 원래 박원순 변호사가 내세웠던 사업인데, 이명박 정부가 해버렸다. 그런 면에서 중도정당인 민주당이 훨씬 지체돼 있는 것이다. 민주당이 발본적 자기전환을 하지 않는 한 어렵다."

조희연 교수.
 조희연 교수.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한국은 이미 미국식 보수양당체제를 넘었는데 무슨 빅텐트?"

- 배우 문성근씨가 '국민의 명령'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야권단일정당 촉구운동이다. 
"2002년 대선 당시 노사모도 그렇고, 그의 역할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본다. 대중의 힘에 기대어 정치를 개혁하려는 긍정적 태도로 해석한다. 단지 정치집단의 연합 방식은 여러 수준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일단 아래로부터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10만 결집운동을 하고, 지식인 1만 서명운동을 벌여 진보연합정당을 만들자는 문제의식을 던지고 싶다. '민란' 수준의 대중적 촉구운동을 하는 것은 선거에 실망한 대중을 끌어내는 긍정적 힘이 있다고 본다."

- 빅텐트론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한국은 이미 일본식 보수패권정치체제와 미국식 보수양당체제를 뛰어넘었다. 아시아적 관점에서 보자면 이 점은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다. 만일 한국의 진보가 포스트민주화 시대에 새롭게 자기혁신을 해서 신보수와 신진보의 경쟁구도로 가게 된다면 이것은 아시아에서 새로운 정치의 역사를 쓰는 것이다.

이미 한국은 보수(한나라당), 중도(민주당,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 진보(민주노동당, 진보신당)로 삼분할 돼 있다. 미국식 보수양당체제는 이미 넘어섰다. 그런데 다시 그걸로 가자는 것은 과거회귀적이다.

한국의 정치질서에는 더 진보적인 방향으로 재편될 수 있는 무한한 사회적 기반이 있다. 만일 진보정당이 위협적으로 성장하면 중도정당은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다. 따라서 영국식으로 보수정당과 노동당, 자유민주당 이런 구도로 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작년 8월 일본에 하토야마 정권이 들어섰지만 55년체제의 핵심은 역시 보수패권체제였다. 따라서 이 역시 우리의 모델이 될 수는 없다고 본다. 그런데 진보정당들이 완전히 제 역할을 못하게 된다면 앞으로 한나라당 패권체제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도 본다. 한국에 어떤 정당질서가 출현할 것인지, 그 가능성과 폭은 매우 넓다."

- 정치적 격변기에 진보적 시민운동은 어떻게 자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나.
"민주화 시대의 시민운동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켰다. 그러나 포스트민주화 시대에서는 정치적 중립성 태제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앞으로는 전문성을 심화해야 한다고 본다. 이른바 '심층취재형 시민운동'으로 전환해야 한다. 탐사형 시민운동이 필요하다. 문제제기형에서 심층 탐사형 시민운동으로 변해야 한다. 문제제기형 능력만으로는 조중동의 벽을 뚫지 못한다. 문제제기만 하다 보니 주장만 있지 않나."

- 사회주의 정당통합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안다. 집권을 목표로 한다면 이들도 뭉쳐야 하는 것 아닌가.
"민노당이나 진보신당보다 더 급진적인 정당이다. 현재로서는 운동적 차원이라고 봐야 한다. 현재로서는 새로운 진보연합정당에 사회주의노동자당건설위원회(사노위)가 참여할 것인가가 쟁점이다. 그러나 새로운 진보연합정당에 사노위가 100% 참여하는 것은 운동적 목표에 반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유는 운동단체로서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노위 일부가 진보연합정당에 참여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로 본다. 새로운 진보연합정당은 참여당적 요소, 훨씬 더 급진적인 사회주의 그룹까지도 한데 담을 수 있으니까. 일종의 우측 경계와 좌측 경계가 다 열려 있어야 한다고 본다."


태그:#조희연, #진보대연합정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