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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체 : 19일 오후 9시 20분]
 

4대강 사업의 '비밀'을 다룬 <PD수첩>은 왜 결방됐을까?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그 이유를 "이명박 정부의 아킬레스건인 4대강과 <PD수첩>이 만났기 때문"이라고 제시했다. '황우석 사태', '광우병 소고기', '스폰서검사' 등 사회이슈를 만들어 온 <PD수첩>이 국민적 반대여론이 높은 4대강 사업을 파헤치는 것을 정권이 기를 쓰고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MBC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편 불방상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일파만파 퍼지는 가운데 시민사회진영의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긴급토론회가 개최됐다.

 

19일 오후 2시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토론회는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가 진행하고 안준식 MBC노동조합 민주방송실천위원회 간사,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종남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PD수첩>이 보도 안 했다면 정권 편하게 갔을 것"

 

토론자들은 이번 불방 사태에 대해 단순히 MBC 내부만의 문제가 아닌 정권차원의 외압이 작용한 결과라는 것에 무게를 뒀다. 김재철 사장은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며 방송을 보류했다고 했지만 노조의 반발과 비난여론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방송을 막은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방송 전 사전 시사'를 요구하며 노사가 단체협약으로 20여 년간 지켜온 '국장책임제'를 한 순간에 뒤집어엎었다. MBC의 '국장책임제'는 공영방송과 제작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제작에 대한 모든 책임을 담당 국장이 가진다'는 내용이다. 이로 인해 MBC의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프로그램 제작과정에 관여할 수 없었다.

 

이에 대해 김종남 환경련 사무총장은 "불방된 <PD수첩>은 4대강 사업에 정부가 제시하는 목표와 전혀 다른 사업의 내용들이 숨겨져 있고 그것을 추진하는 데에 기밀팀이 운용됐다는 것을 고발하는 내용"이라며 "이를 청와대에서 굉장히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을 것이고 이로 인해 방송이 안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유진 민언련 사무처장은 "이명박 정부 입장에서 보면 <PD수첩>이 미국산 쇠고기, 민간인 사찰과 같은 보도를 안했다면 굉장히 편하게 갈 수 있었을 것"이라며 "정권이 PD 수첩 때문에 힘들어지니 프로그램을 장기적으로 아예 폐지하려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안준식 MBC노조 간사는 "김재철 사장이 <PD수첩>을 방송 보류시킨 이유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면서 상대적으로 조심스럽게 사태를 바라봤다. 하지만 안 간사는 "머지않아 'PD수첩 불방사태의 진실'이라는 <PD수첩>이 또 제작될 것"이라며 "그러면 이번 사태가 김재철 사장의 과잉충성으로 인한 단독행동이었는지 '큰 집'의 작품이었는지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 간사는 이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것이었고 일 년여를 거쳐서 제작진이 피와 땀을 바쳐 취재했다"라며 "<PD수첩>은 다음 주 화요일 제 시간에 방송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박경신 교수는 이번 사태에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 MBC가 사장을 포함해서 임원들이 방송문화진흥회에 선임이 되고 방송통신위원회에 의해 선임이 된다는 걸 유심히 봐야한다"며 "MBC는 방송국 하나 이상으로 국가의 통제 없이는 MBC를 통제할 수 없는 준국가적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MBC의 이러한 성격으로 인해 김 사장의 <PD수첩> 방송보류 조치는 "헌법에서 정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의 문제를 위반한 내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이어 "국가가 운영하는 여러 시설이 있을 수 있는데 거대 미디어를 운영하면서 국가와 견해를 달리하는 목소리만을 배제시키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김 사장이 편성과 제작의 자율성 보장한 '방송법 4조' 위반을 지적했다. 현행 방송법 제4조인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 조항은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 "방송사업자는 방송편성책임자를 선임하고 방송편성책임자의 자율적인 방송편성을 보장하여야 한다" 고 명시돼 있다. 이를 위반할 시에는 방송법 105조에 따라 징역 2년 이하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박 교수는 이번 사태에 대해 "정부의 입장만을 내보내기 위해 정부의 비판적인 입장을 내보내지 못하게 하는 행위"라며 "시청자들이 민원을 제기해야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지치지 않고 싸워야 한다"

 

토론자들은 이 후 향후 대응책에 관련해 논의했다. 안준식 MBC노조 간사는 "다음 방송일인 24일에 <PD수첩>이 방송 되는 것이 초미의 관심사"라며 "김재철 사장이 한 시라도 빨리 잘못한 것을 깨닫고 방송을 내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MBC노조는 24일 <PD수첩>의 방송여부에 따라 대응을 달리 할 계획이다. 또 다시 방송되지 않는다면 시사교양국 PD들은 제작거부에 들어갈 방침을 밝혔고 노조는 파업 등 수위 높은 쟁위 활동을 준비 중이다.

 

안 간사는 "각계 인사들의 적극적인 의사표현이 필요하다"며 "이 문제에 대한 국민적인 여론이 형성이 되었을 때 사장이나 임원진들이 '이것이 잘못됐구나'하고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남 환경련 사무총장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다음 화요일에 정상적으로 방송이 나가서 4대강 사업에 숨어있는 진실을 시청자들이 알아야 한다"며 "최대한 많이 알리고, 촛불도 들고 항의 전화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이어 "4대강 사업에 대한 대통령과 우리가 마지막 힘겨루기를 할 수 있는 것은 올 하반기뿐"이라며 "진정성을 더해서 하반기에 더 열심히 대항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박경신 교수는 "국민들이 낸 세금을 위법하게 사용했을 때 잘 못 쓰인 돈을 제대로 쓰이도록 만들어야 한다"라며 '납세자소송'을 제안했다. 그는 "납세자소송을 정착시키는 것이 어떻게 보면 정권 교체보다 더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유진 민언련 사무처장은 "이명박 정권이 방송장악을 비롯해 너무 많은 악행을 저지르다보니 웬만한 것은 그냥 넘어가는 분위기가 돼버렸는데 시민들이 지치지 않고 계속 비판하고 싸우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태그:#PD수첩, #4대강, #MBC, #이명박,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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