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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결되었습니다, 땅땅땅."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렸다. 시의회 본회의장은 낮게 술렁였다. 서울광장이 서울시민들의 품으로 되돌려지는 것을 예고하는 소리였다. 서울광장 이용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꾸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서울시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제 224회 서울시의회 임시회에서 통과된 것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등은 "서울광장이 관제 광장이 아니라 진정한 시민광장으로 거듭나게 되었다"며 환영하고 나섰지만, 서울시는 "서울광장 정치집회 신고제에 대한 재의를 요청할 예정"이라며 반발했다. 특히 서울시가 추진했던 조직개편안마저 이날 임시회에서 시의회로부터 제동이 걸리면서 지난 6·2 지방선거로 형성된 '여소야대' 시의회와 서울시의 충돌 양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서울광장이 열린다, 서울광장 조례 개정안 가결
ⓒ 최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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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에서 '집회와 시위' 진행도 가능

 

13일 임시회가 열리기 전부터 '광장 조례 개정안'의 통과는 예상돼 왔다. 전체 시의원 114명 중 과반 이상인 79명의 민주당 의원들 전원이 '광장 조례 개정안'에 서명해 발의했기 때문이다.

 

통과된 개정안에 따르면 '문화 활동'으로 사용목적이 제한되었던 서울광장은 '문화 활동, 공익적 행사 및 집회와 시위의 진행'으로 목적이 확대됐다. 또 광장을 이용하고자 하는 이가 서울시에 사용 '허가'를 신청한 뒤 허가 여부를 통보받았던 '허가제'에서 이용자가 행사를 '신고'하면 행사를 열 수 있는 '신고제'로 바뀌게 되었다.

 

"8만 5천의 시민과 민주당 지지해 준 시민의 뜻"

 

행사가 겹칠 때에는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가 결정한 행사가 우선적으로 열리게 된다.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는 이번 임시회 때 통과한 '서울특별시 광장운영시민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에 따라 명칭이 바뀐 위원회다.

 

즉, 조례안 통과 이전에 광장의 사용허가 여부를 결정하던 '광장운영시민위원회'가 이미 존재했으나 이번 개정을 통해 명칭이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로 바뀐 것이다. 위원회 구성원 선정 방법도 변경됐다. 위원회에 소속된 위원들 과반수를 '학식과 경륜을 갖춘 학계 전문가와 시민', '시민단체의 대표 또는 임원'으로 하고 이들에 대한 추천권을 서울시의회 의장이 갖도록 조례가 개정됐다.

 

이로써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서울광장이 운영되길 바랐던 8만 5000명의 바람이 현실화 되었다. 여대야소였던 지난 7대 시의회에서 8만 5000명의 시민이 광장 이용을 신고제로 바꾸는 내용이 담긴 '주민청구개정안'을 주민 발의했지만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폐기된 바 있다.

 

광장 조례 개정안을 취진해온 김동욱 행정자치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임시회에서 "87년 6월 민주항쟁에서부터 지난 촛불집회까지 광장은 한국 민주주의의 상징이었다"며 "그러나 지금 서울광장은 진정한 민주주의의 공간으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지난 광장 사용 조례 때에는 6월 15일 남북공동선언 행사를 한 번도 할 수 없었다"며 "그동안 (서울시) 집행부가 정치적 목적 때문에 서울광장 사용에 대해 자의적으로 판단해 왔는데 이를 시민에게 돌려주는 것이 8만 5000 시민의 뜻이고 지난 6월 2일 민주당을 지지한 시민의 뜻으로 사료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재의 요구할 것... 재의 요청 부결시 행정소송 검토"

 

광장 조례 개정안 통과에 대해 시민단체 등은 적극적인 환영의 뜻을 밝혔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서울광장이 관제 광장이 아니라 진정한 시민광장으로 거듭나게 되었다"며 "지난 해 서울광장조례개정운동에 참여한 10만 서울시민과 지난 6월 지방선거를 통해 서울시의 거수기 노릇을 해온 서울시의회의 구성을 바꾼 서울시민들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광장 조례 개정안에 대해 재의를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개정안 통과 직후 서울시는 기자회견을 열어 "집회와 시위에 관해 규정하고 있는 정부 소관의 상위법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 엄연히 존재함에도 하위법인 지역의 조례에 규정을 두는 것은 법리상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또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따르면 광장은 허가를 통해 사용할 수 있다는 원칙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서울광장 사용만 신고제로 변경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광장운영시민위원회' 외부위원 전원을 시의회 의장이 추천하도록 한 조항은 의회의 권한을 넘어선 것으로 지방자치법 규정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은 "천만 시민의 행복을 폭넓게 살펴야 하는 서울시는 이번 조례 개정에 대해 재의를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며 "특정 단체나 집단의 손을 들어줄 때인지, 말없는 많은 다수 시민의 손을 들어줘야 할 때인지 현명히 판단해야 한다. 집단·단체의 권리는 강화되고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시민은 쫓겨나는 광장에 행복한 서울시의 미래가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시는 재의 요청이 시의회에서 다시 부결될 경우 행정소송까지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1실 8본부 5국'으로 바꾸는 서울시 조직 개편안 부결

 

여소야대 서울시의회와 서울시는 광장 조례 개정안뿐만 아니라 서울시 조직개편안을 놓고도 정면 충돌했다. 이날 임시회에서 서울시가 추진했던 조직개편안이 부결된 것.

 

서울시는 이번 임시회에서는 서울시의 조직을 1실 5본부 8국에서 1실 8본부 5국으로 바꾸는 '서울특별시 행정기구 설치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제출했다. 서울시의 문화디자인총괄본부와 도시안전본부, 교육지원국을 신설하고 균형발전본부, 문화국, 물관리국을 폐지하면서 조직을 개편하려던 작업이었다.

 

그러나 교육지원국을 신설하는 것은 교육청과 상의해야할 문제이고, 남북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데 균형발전본부를 폐지한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에서 서울시의 조직개편안은 시의회의 반대에 부딪혀왔다. 더불어 문화디자인총괄본부가 새로 생기는 것에 대해서도 시의회 내 상임위인 재정경제위원회와 문화관광위원회 사이에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결국 조직개편안은 이날 부결됐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현재 학교 주변에서 일어나는 학교폭력 등의 방지를 위해 교육지원국 신설 등을 염원했는데 부결되어 안타깝다"며 "시의회와 협의해서 새로운 안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태그:#서울광장, #신고제, #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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