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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표지
▲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겉표지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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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둘러싸인 산장, 고립된 작은 섬, 고풍스러운 대저택.  

이런 공간을 상상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폐쇄된 장소에서의 살인사건을 연상할 것이다.

위의 세 장소는 그 자체로 밀실역할을 하거나, 아니면 임의로 밀실을 만들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산장의 밀실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범인은 어디론가 사라진다.

섬에 갇힌 사람들이 한 명씩 살해 당하지만 누가 범인인지 알지 못한다. 기이한 모습의 저택에서 사람이 죽어나가고 저택의 내부구조도 트릭의 한 축을 담당한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열 개의 인디언 인형>부터 유키토 아야츠지의 '관 시리즈'까지 모두 이런 장소를 배경으로 하는 추리소설이다. '밀실'이란 것은 고전추리소설에서 수없이 다루어진 테마다.

하지만 현대의 추리작가들도 계속 밀실을 취급하는 것을 보면 역시 '폐쇄된 장소'는 추리소설에서 그만큼 매력적인 배경인 모양이다. 완벽한 밀실에서 모든 사람들을 속이는 트릭으로 범죄를 창조하는 것, 이것이야 말로 많은 추리작가와 범죄자가 꿈꾸는 로망일 것이다.

우타노 쇼고의 2005년 작품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는 폐쇄된 장소에서 벌어지는 세 개의 사건을 모은 중편집이다. 산장, 작은 섬, 대저택에서 각각 사건이 발생하고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또는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추리를 한다.

산장에서는 밀실이 만들어지고, 섬에 모인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살인마 때문에 두려움에 떤다. 대저택에서는 있을 수 없는 불가능범죄가 재현된다. 작가는 세 개의 사건 안에 어떤 트릭을 감추어 두었을까?

폐쇄된 공간이 던져주는 매력

사람들이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무명의 탐정이 활약하는 모습에서 흥미를 느끼고, 교묘한 트릭에 무릎을 치며 감탄하기도 한다. 복잡하게 얽힌 사람들의 기구한 운명에 감정을 이입할 때도 있다.

밀실같은 추리소설만의 독특한 공간적 배경도 한몫을 한다. 폐쇄된 장소에서 벌어지는 살인은 독자들에게 꽤나 매력적인 대상이다. 용의자는 한정되고 범행의 동기도 제한적이다. 대신에 관심을 끄는 것은 트릭 그 자체다.

추리소설의 역사를 통해 수많은 밀실트릭이 만들어졌다. 추리작가들에게는 '밀실에 도전하지 말아라'라는 불문율이 있을 정도다. 그런데도 밀실을 다룬 작품을 보면 우선 흥미가 생겨난다. '어떤 대단한 트릭을 사용해서 밀실을 만들었는지 한 번 봐줄까'라는 짓궂은 호기심이다.

서양식의 대저택도 매력적인 범죄의 장소다. 시계탑이 있고 중세의 갑옷이 장식된 저택, 벽난로 위에 은색 촛대가 늘어서 있고 밤이면 흑마술이 열릴 것 같은 저택, 눈보라가 몰아치면 바깥세상과 단절되고 목 없는 시체가 발견될 것 같은 저택, 이런 대저택은 그 자체가 미스터리의 대상이다.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에는 추리소설 애호가들이 많다. '동서고금의 탐정소설을 다 읽고버리고 나면 취직하자'라고 다짐하는 젊은이도 있고, 추리소설의 배경을 현실에서 구현하려는 꿈을 평생동안 간직하고 살아가는 중년 남성도 있다.

이런 사람들 앞에서 살인사건이 터지면 어떨까. 비록 아마추어지만 이들은 갖가지 기법을 동원해서 사건의 정황을 이리저리 추리해 나갈테고 쉽지는 않겠지만 끝내는 사건의 전모를 간파하게 될지 모른다. 작품의 제목처럼 그 과정에서 새로운 명탐정이 탄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우타노 쇼고 지음 / 현정수 옮김. 문학동네 펴냄.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우타노 쇼고 지음, 현정수 옮김, 문학동네(2010)


태그:#우타노 쇼고, #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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