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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이 아니면 침, 뜸, 자기요법 등의 대체의학 시술행위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의료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이 사건은 위헌의견을 낸 재판관이 더 많았지만 정족수 미달로 합헌결정이 났다. 그런데 합헌의견을 낸 재판관들도 '입법정책의 문제'라며 공을 국회에 넘겨, 앞으로 대체의학 인정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9일 무면허로 침을 놓다 기소된 K씨 등의 신청을 받아들여 무면허 의료행위를 금지한 의료법 조항에 대해 부산지법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4(합헌)대 5(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현행 의료법 제27조는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침사와 구사(뜸사)를 뜻하는 침구사는 일본강점기에는 면허가 있었으나 1962년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폐지돼 이전에 침구사 면허를 취득한 소수를 제외하고는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합헌의견 이강구, 이공현, 김희옥, 민형기 재판관

합헌의견을 낸 이강국, 이공현, 김희옥, 민형기 재판관은 "사람의 생명과 신체를 대상으로 하는 의료행위의 특성상 설령 어떤 시술방법에 의해 어떤 질병을 상당수 고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국가에 의해 확인되고 검증되지 않은 의료행위는 항상 국민보건에 위해를 발생케 할 우려가 있으므로 전체 국민의 보건을 책임지고 있는 국가로서는 이런 위험발생을 미리 막기 위해 이를 법적으로 규제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또 무면허 의료행위자 중에서 부작용이 없이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구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부분적으로 구분이 가능하다고 해도 일반인이 이런 능력이 있는 무면허 의료행위자를 식별할 수 있는 것은 결국 국가에서 일정한 형태의 자격인증을 하는 방법 외에는 달리 대안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 재판관들은 "이런 사정들을 종합하면 무면허 의료행위를 일률적,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그 치료결과에 관계없이 형사처벌을 받게 하는 이 법의 규제방법은 '대한이 없는 유일한 선택'으로서 실질적으로도 비례의 원칙에 합치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의료인이 아닌 자의 의료행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한 것은 매우 중대한 헌법적 법익인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보호하고, 국민의 보건에 관한 국가의 보호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적법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들은 "법이 인정하는 의료인이 아니면서 어떤 특정분야에 관해 우수한 의료능력을 가진 한 부류의 의료인들이 있다고 한다면, 국민건강의 보호 증진을 위해 입법자로서는 이들의 지식과 능력을 충분히 검증하고 이들에게 의료인 자격을 주는 순기능과 역기능을 면밀히 검토한 후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면 이들에게도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희옥 재판관은 한 발 더 나아가 "국가는 적극적으로 국민의 보건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측면에서,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없는 범위 내에서 제도권 의료행위 이외의 치료법을 의료행위에 편입하거나 국민이 쉽게 이용할 수 있게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적극적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조대현ㆍ이동흡ㆍ목영준ㆍ송두환 재판관 위헌의견

반면 위헌의견을 낸 조대현ㆍ이동흡ㆍ목영준ㆍ송두환 재판관은 먼저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해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고, 헌법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이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국민 스스로가 경제성과 접근성을 고려한 최선의 의료행위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만일 개개 의료행위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의 정도나 그 위험성 등을 고려함이 없이 비의료인에 의한 의료행위 전부를 일률적ㆍ전면적으로 금지한다면 의료행위에 대한 비용을 부담할 능력이 없는 국민에 대해 의료행위의 선택가능성을 좁게 함으로써 오히려 이들의 생명ㆍ신체에 대한 위해발생을 방지하고자 하는 입법목적과는 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여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예를 들어 침은 경혈에 침을 사용해 전기적 자극을 주는 것이고, 구(灸)는 쑥을 이용해 경혈 부위에 열을 가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생명ㆍ신체에 대한 위험성이나 부작용에 있어서 통상의 의료행위와 비교가 될 수 없을 만큼 낮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의료행위까지 의료인에게 독점시키는 것은 의료행위에 대한 비용을 부담할 능력이 없는 국민에 대해 그들의 생명ㆍ신체에 대한 위해발생을 방지한다거나 건강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수단이라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 같이 생명ㆍ신체나 공중위생에 대한 위해발생 가능성이 낮은 의료행위까지 전면적ㆍ일률적으로 의사, 치과의사 및 한의사에게 독점시킴으로써 얻을 수 있는 공익은 다소 추상적인 반면, 이 조항들에 의해 제한되는 의료소비자의 의료행위 선택권과 비의료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므로 제한되는 사익이 공익에 비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어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그렇다면 생명ㆍ신체나 공중위생에 대한 위해발생 가능성이 낮은 의료행위에 대해 이에 상응한 적절한 자격제도를 마련하지 않은 채, 비의료인에 의한 의료행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해 의료소비자의 의료행위 선택권과 비의료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김종대 재판관도 "침, 뜸, 자석요법과 같이 부작용의 위험성이 크지 않은 의료행위까지 비의료인이 시술했다는 이유로 모두 범죄로 몰아 형사처벌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반해 의료소비자의 의료행위 선택권을 침해한다"며 위헌 의견에 동참했다.

K씨는 침뜸 시술로 유명한 구당(灸堂) 김남수(95) 옹이 이끄는 단체의 간부로 2005년 7월부터 2007년 9월까지 약 1000명의 환자에게 침과 뜸을 놓는 등 무면허 의료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기소돼 부산지법에서 재판을 받던 중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이에 부산지법은 "의료법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환자의 생명권, 건강권, 치료받을 권리 및 의료제공자의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하고, 죄형법정주의에도 위반돼 위헌이라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하면서 위헌제청결정을 했다.

또한 자기요법으로 유명한 한서자기원 원장인 구한서씨는 1996년부터 2005년 8월까지 혈자리에 자석을 부착했다가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떼어주는 방법으로 시술행위를 하고 그 대가로 환자 1인당 1개월에 30만 원을 받으면 의료행위를 했다는 이유(부정의료업자)로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았다. 구씨는 상고심 계속 중에 헌법소원을 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침뜸, #대체의학, #위헌정족수, #의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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