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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경기도 오산시에 거주하는 한부모가정 아빠입니다. 한부모가정이 되면서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었고 아이와 둘이 원룸에서 월세로 힘들게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3월 하순경 등본을 떼기 위해 동사무소에 갔다가 '기존주택 전세임대입주자 모집'이란 팸플릿을 보게 되었습니다. 잠깐 보니 기초생활수급자와 한부모가정 등 어려운 사람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있어서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전세임대주택지원 대상자 선정, 놀라 자빠질 뻔한 것도 잠시...

정식 명칭은 '기존주택 전세임대주택' 지원사업이었습니다. 기존에 살고 있는 주택이나 앞으로 이사할 전세주택에 들어가는 전세금을 LH 대한토지주택공사(이하 LH공사)에서 지원해주는 거였습니다.

전액 지원해주는 것은 아니고요. 전용면적 85㎡ 이하인 주택으로 지원한도액은 수도권 7천만 원, 광역시 5천만 원, 기타지역 4천만 원을 지원해 줍니다. 그리고 지원금의 5% 해당하는 금액을 임대보증금으로 부담하고, 지원받은 돈의 이자를 연 2% 월세 형식으로 내는 거죠.

[예시] 전세금이 7천만원인 주택일 경우 임대조건
- 공사지원금 : 6,650만원(전세금의 5%는 입주자부담이므로, 실제 지원금은 최대 6,650만원)
- 임대보증금 : 7천만원 × 5% = 350만원 (본인부담)
- 월 임대료  : 6,650만원(7,000만원-350만원) × 2% ÷ 12개월 = 110,830원/월
<LH 대한토지주택공사 자료 참고>

여기에 LH공사는 전세금 지원뿐만 아니라 일종의 중개업무까지 해주더군요. 그러니까 전셋집을 알아본 후 등기부등본과 신청서를 접수하면 심사 후 LH공사가 집주인과 계약을 체결합니다. 그리고 LH공사가 저와 다시 임대차 계약을 하는 거죠. 좀 복잡하긴 합니다만, '이게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바로 LH공사에 문의를 해보니 "신청 조건이 된다"면서 "신청하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신청서와 여러가지 서류를 팩스로 보냈습니다(사실 보내고 무척 기대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한두 달 지나도 연락이 없어 신용불량자인 저는 안 되나 보다 그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집으로 도착한 우편물 한 통!

LH공사에서 왔더라구요. 설마 하는 마음에 뜯어보니 '이럴수가…' 너무 놀라 쓰러질 뻔했습니다. 제가 기존주택 전세임대주택 지원대상자로 선정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여기까지 너무 좋아 행복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여기 저기 방을 보면서 "아들, 우리 저런 집에서 살게 될 거야" 그러면서 말이죠. 아이도 "진짜 이사가?" 그러면서 제 방이 생긴다고 좋아했습니다. 그러나 이건 저의 희망사항일 뿐이었습니다.

"집주인 머리 아프고 귀찮아 안 해줄 것"

계약시 필요한 서류. 많기도 많다. 집주인이 귀찮아 할 만도 하네.
 계약시 필요한 서류. 많기도 많다. 집주인이 귀찮아 할 만도 하네.
ⓒ 대한주택토지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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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부동산과 여러 집에 전화문의를 해 보았으나 "(기존주택 전세임대주택으로 내놓을) 그런 집이 없다"라는 말과 함께 모두 귀찮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예 주말에 시간을 내 부동산을 직접 찾아다녔습니다.

"방 좀 보러 왔어요"하면서 들어가면 "네, 어서오세요. 어떤 집을 찾으세요"하며 반기던 부동산 직원도 제 입에서 "전세임대주택…"이라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안색이 바뀌더군요. 그러면서 "방 없어요"하고 딱 잘라 말합니다. 이어지는 말은 더 할 말을 잃게 만들더군요.

"현재 나오는 매물이 많지도 않지만 전세임대주택은 건물주들이 안 해준다. 우리들도 수수료 얼마 되지도 않는데 귀찮게 그거 안 한다. 가만 있어도 방이 나가는데 뭐하러 서류 이것저것 다해 주겠나. 그래서 안 되면 머리 아프고, 되더라도 법무사까지 나와서 이것 저것 해달라구 하는 게 많아서 주인들이 안 한다. 다른 데 가도 마찬가지일 거다. 이 일대는 그조건에 맞는 방도 없고 다들 안 해줄 거다."

포기할 수는 없어 여기저기 다녀본 결과, 그 말이 맞더군요. 방이 있다고 하다가도 "전세임대" 이야기만 나오면 "없네요"하고 돌아섭니다. 힘이 쭉 빠지더라구요.

그래서 LH공사에 전화를 했습니다. 방 구하기가 너무 힘든데 LH공사에서 하는 임대주택 입주는 안 되냐고. 상담원은 "임대주택은 명의가 LH공사로 되어 있기 때문에 안 된다"며 주택공사가 주인이 아닌 다른 집을 알아보라고 권했습니다.

제가 사는 이 지역만 그런 것인지 아니면 전국이 그런 것인지 몰라도 제가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니 집주인들이 싫어할 만하더군요.

- 선순위 임차보증금(단독·다가구주택)과 근저당채권최고액 및 전세금액의 합계가 공사가 인정하는 주택 가격 이하여야 한다.

건물에 융자 없는 건물이 없고 지금 세입자가 살고 있는데 주택공사에서 인정하는 주택가격 이하여야 한다니... 답이 안 나오는 것이지요.

방 알아본 지 두 달, 아이 방은 물 건너 간 건가요

경기도 성남의 한 임대 아파트 모습.
 경기도 성남의 한 임대 아파트 모습.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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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을 알아본 지 두 달이 넘어갑니다. 이제 별로 기대가 안 되네요. 그런데 요즘 보면 LH공사 적자와 미분양아파트 대량 발생이라는 기사가 나오잖아요. 제가 사는 여기 오산만 해도 미분양 임대아파트가 꽤 나와 있습니다(오산 세교에만 900세대). 돈을 지원해 주는 것도 좋지만 미분양된 아파트를 지원해 주는 방법이 더 나은 게 아닌가요?

미분양 아파트 지원해 주고 지원해 줄 돈으로 자금 확보를 한다면 그게 더 나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어 있는 아파트는 그냥 비워두면서 구하기도 힘든 조건으로 집을 구하라고 하는 건 생색내기 위한 정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는 11월까지 집을 구해야 하는데 못 구하면 집을 얻지 못합니다. 사실 이 상태면 못 얻을가능성이 큽니다. 이 글을 읽는 다른 분들은 대안책으로 "멀리 이사를 가세요" 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지원을 받으려면 해당 자치구에서만 집을 얻어야 하고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의 전학 문제도 있고, 자전거로 출퇴근이 가능한 직장에 다니는 것도 어려워지 거든요. 그래서 지금 거주하는 쪽을 얻어야 하는 입장이라 멀리 갈 수도 없습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현재 미분양인 아파트를 전세임대지원으로 해주면 주택공사 미분양아파트도 해결되고 저처럼 집을 구하는 사람들의 고충도 해결될 거라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 않은가요.


태그:#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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