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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꽃

             글쓴이: 김 정 관

     돌담 위에
     하얗게 박꽃이 필 동안
     소란스럽던 고향 사람들 잠이 들었다.
     할퀴고 쏘아대던 난장판도
     신의 시간 앞에 가라앉았다.
     고향 밤은 적막하다.
     달빛이 함께 있는 고향 하늘에
     떠있는 달은 서쪽으로 달리고.
     달빛 속에 박꽃은
     숨 막힐 듯 아름답게 피어나고 있다.

     초가지붕마다 박꽃이 피던
     배고픈 어린 시절이 있었다.
     배고픔 날이면 산과 바다를 쏘다니던
     시골 촌뜨기 아이들.
     밝게 웃으며 두레박으로
     샘물을 길어 올리던 해바라기 꽃 누이들.
     식구들 물을 항아리에 이고 정지에 들어가
     저녁을 준비하는 아궁이 속에 어머니들.
     잘살아보겠다고 자본주의 싸움에서
     경쟁과 노동에 시달리던 등 굽은 아버지들.
     그런 정다움이 박꽃 속에 피어났었다.

     그 시절 나의 모습은, 지금
     나의 모습과 얼마나 다른가.
     또 시간과 얼마나 먼가.
     박꽃 핀 고향은
     물소리도 새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추억을 그리워하는 나그네에
     그리움만이 피어날 뿐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한 채
     내 마음엔 박꽃이 피고지고
     쏘다녔던  고향 밤하늘엔
     마른 박꽃 모습이 멀고 아득히
     피어나고 있다.


태그:#고향, #박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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