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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훈 조선일보 편집국 부국장이 요즘 궁금한 것이 많은 모양이다. 그가 21일자 기명칼럼을 통해 <이명박 박근혜 안상수 세 사람에게 묻는다>(제목)고 호기롭게 물음을 던졌다. '호기롭다'는 건 다른 게 아니라, 이 나라의 최고 실력자 세 사람에게 감히 '질문'을 빙자한 '도발'을 감행했기 때문.

이명박 대통령이 누군가? 설명이 필요 없는 대한민국 넘버원 실력자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누군가? 차기를 예약했다고 할 정도로 엄청난 포텐을 자랑하는 정치인이다. 또한 안상수 대표가 누군가? 대한민국 의회를 좌지우지하는 거대여당의 실세 대표다. 이런 사람들에게 도발적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강요한 것만으로도 엄청난 뱃심 아닌가?

더 놀라운 것은, 이들 앞에 각각 들이댄 질문의 수위가 상상 이상이었다는 거다. 왜 그렇게 말하는지는 들어 보시면 안다.

먼저, 양씨가 이 대통령에게 던진 질문은, 이 대통령이 지난달 월드컵 축구에서 북한이 브라질에 1 대 2로 패한 것에 대해 "북한이 2 대 1로 이겼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말했는데 어떻게 이런 말을 입에 담을 수 있느냐는 거다.

요컨대, "평상시였다면 이 대통령의 이 발언은 기사 가치도 없었을 것"이지만, "(천안함) 대참사가 있은 직후"에 이런 말을 한 것은 "옆집 남자에게 제 자식이 맞아 죽었는데 다음 날 그 아버지가 '그래도 그 옆집 아들 좋은 대학에 갔으면 좋겠는데…'라고 말한 것과 같다"는 것이고 그래서 더욱 용납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대통령에게 왜 그런 말을 했느냐고 따지고 드는 것만도 아슬아슬한데, 그러나 양 씨는 보란 듯이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대통령이 "북한이 이겼으면" 하고 말한 것은, 실은 진심에서 우러난 것이 아니라 그렇게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일부 국민들에게 영합하려 한 인기성 발언 아니냐는 거다.

그러면서 "천안함이 이제 '인기' 없다고 생각한 것 아닌가... 유가족들의 통곡이 채 멎지도 않은 지금, 군 통수권자가 제 부하들을 죽인 가해자의 축구팀을 응원했다는 사실을 일부러 공개하는 것을 보면서 달리 어떤 생각도 할 수 없다"고 깔끔하게 피니쉬 블로우 한 방으로 마무리한다.

박근혜 전 대표에게 던진 물음도 수위가 아슬아슬하긴 마찬가지. 양 씨는 박 전 대표에게 천안함 사태 와중에 '북한'을 비판하는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이유가 뭐냐고 따져 묻는다. 이 대통령에겐 왜 그렇게 말했느냐고 힐난하고, 박 전 대표에겐 왜 아무 말도 않느냐고 핏대 세우는 양 씨의 좌충우돌 실랑이가 참으로 맹랑하지 않은가.

그러나 양 씨의 궁금증은 이게 다가 아니다. 양 씨는 박 전 대표의 내면까지 확실히 검증해야 속시원하겠다는 듯 그를 코너에 몰아넣고 연타를 퍼붓는다. "박 전 대표도 온갖 괴설들을 마음 한편에 두고 있는가" "그렇게 믿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있나" "아니면 대통령 된 다음에 정상회담 할지도 모르는 김정일을 의식하는 건가." 운운.

칼럼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몫이다. 양 씨는 한나라당 최고위원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안 대표의 병역기피 의혹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11년간 병역을 피하다 결국 군 면제를 받은" 안 대표가 "입대 영장을 피하며 도망 다닌 이유"로 "사법시험을 보기 위해서였다"고 둘러댔는데, 그게 과연 온당한 답변이냐는 거다.

안 대표에게 빠져나갈 틈을 주지 않는 양 씨의 빈틈없는 공격은 그 다음에 이어진다. "어느 나라에선 공직에 나가기 위해 '빽'까지 써서 아픈 몸을 속이고 전쟁에 참전하고, 공직에 나가기 위해 시력검사표를 달달 외워 근시를 속이고 입대하는데, 이 나라에선 공직에 나가기 위해 입대 영장을 피해 도망 다닌다"는 말이 그것.

계속해서 양 씨는 "공직은 공공을 위해 일하는 자리"이고 "공공을 위해 일하는 최고가 병역"인데 "그렇다면 안 대표가 11년간 병역을 피하면서 추구한 공직은 어떤 자리인가" 하고 쇳소리를 내면서 "안 대표에게 공직이란 개인의 일신 영달을 위한 자리 아닌가" 하고 결정타를 날린다.

칼럼 말미에서 양 씨는 "우리 모두에게 묻는다"며 질문을 확대해, 군대도 안 간 자격미달자들을 위정자로 뽑아준 어리석은 국민들을 나무랐지만, 이 대목은 대범하게 스킵하기로 하자. 이 대통령의 발언의 진실성을 캐묻고, 박 전 대표의 침묵의 진실성을 추궁하며, 안 전 대표의 해명의 진실성을 파고든 겁대가리 없는 질문만으로도 칼럼의 미덕은 차고 넘치니까.

각설하고, 상기한 질문에 이들 세 사람은 뭐라 말할까? 아니, 답할 수나 있을까? 진실이 거세된 이 대통령의 인기영합적 행태, 천안함 침몰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솔직한 견해, 그리고 11년간 영장을 피해 도망다니면서까지 얻어낸 공직에 대한 안 대표의 철학, 그것이 알고 싶다. 조선일보 편집국 부국장이 느닷없이 이런 글을 쏘아올린 이유 또한.


태그:#이명박 박근혜 안상수 , #양상훈 칼럼, #병역기피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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