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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6일 17일. 광주에는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덕분에 우리들의 걸음도 멈추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저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 내리는 비에 한껏 취해보고자 몇 걸음 걸어 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이틀 동안 광주에서 우리가 보았던 것을 적어 보려 합니다.

12일차(16일) 도보일정

05시 30분 기상. 07시 버스타고 광주 시내 도착. 아침 식사 후 비를 피해 찜질방에 거처 마련. 각자 개인정비

총 이동시간 약 1시간. 이동거리 약 4km.

"비오는 거리를 걷는 것도 낭만 아니겠어?"

비가 왔습니다. 전날 우리에게 마을 회관을 내주셨던 노인 회장님께 인사를 드리고 광주 시내로 발걸음을 옮기려 하자마자 빗방울이 굵어집니다. 다행히 마을 초입에 버스 정류장이 있어 버스를 타고 광주 시내로 들어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함께 버스를 기다리던 분께서 버스가 오려면 30여 분 가량 있어야 한다고 알려 주셨습니다. 비는 오는데…. 버스정류장에서 가만히 서 있기가 너무 지루합니다. 외모와는 다르게 낭만을 즐기는 자취생과 야생마는 내리는 빗줄기를 그저 바라만 보고 있지 못하고 잠시 정류장 밖으로 나갑니다.

흐르는 땀과 빗줄기로 우비 속까지 축축히 젖어 오지만 그래도 비맞는 기분이 그리 나쁘지는 않습니다.

 비오는 거리. 이또한 즐겁지요
 비오는 거리. 이또한 즐겁지요
ⓒ 송병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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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광주 시내로 이동해 아침을 먹으며 우리는 비오는 거리를 조금 걷기로 결정했습니다. 매일 태양볕 아래서만 걷다가 비를 맞아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결정에서였습니다. 찜질방을 찾아 빗 속을 걷는 우리들을 많은 사람들이 이상하게 그리고 신기하게 쳐다 봅니다. 이젠 뭐 그런 시선들조차 익숙합니다.

 약간의 비를 맞으며 걸어 보는 것도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약간의 비를 맞으며 걸어 보는 것도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 송병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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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려 우리들의 걸음은 멈추었지만 그 빗속에서 서로 미소 지을 수 있는 것. 함께 걷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생각 됩니다.

13일차(17일) 도보 일정

08시 기상. 아침 식사 후 도보 시작. 많은 양의 비로 걷다 서다를 반복함. 오후 1시께 도보 종료 결정.

총 이동 시간 약 2시간. 이동거리 5km.

광주의 명물 '양동시장'

아침을 먹으며 주인 아주머니께 어쭈었습니다.

"엄니, 광주에서 제일 볼 만한 데가 어디요?"
"양동 시장은 보고 가야제. 겁나 크니께."

두말 할 것 없습니다. 어차피 비가 내려 걷지 못하니 바로 양동 시장으로 향합니다. 다행히 다음 목적지인 나주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 잡고 있어 더욱 좋습니다.

오는 비를 피해 가며 도착한 양동시장. 첫 느낌은 마치 동대문 시장을 옮겨 놓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세련된 건물들 안에 상가들이 가지런히 들어서 있었죠. 하지만 안쪽으로 들어 가니 우리네 재래시장의 모습 그대로가 담겨 있었습니다.

길을 잘 알지 못해 자세히 둘러 보지는 못했지만 구역별로 파는 물품들이 정해져 있는 것 같았고 매우 세분화 되어 있었습니다.

 양동시장. 시간이 허락한다면 자세히 한번 둘러 보고 싶습니다.
 양동시장. 시간이 허락한다면 자세히 한번 둘러 보고 싶습니다.
ⓒ 송병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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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정겹다는 표현이 가장 어울릴 만큼 오래된 느낌의 많은 물품들을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양동시장' 역시 여유가 생긴다면 자세히 둘러 보고 싶었습니다.

"비가 너무 많이 와. 가야 해? 말아야 해?"

광주의 하늘은 17일 역시 우리를 막아 섰습니다. 한꺼번에 비가 쏟아지고 나서 하늘이 개었으면 좋겠다만 비는 줄기차게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합니다. 길을 걷는 우리들에게는 하늘이 그저 원망스러울 따름이었습니다.

그친 것 같아 걸어 보려 하면 다시 빗줄기가 거세지고, 비를 피해 조금 쉬고 있을라치면 다시 개이고. 이러한 상황이 계속 되자 우리는 차라리 쉬고 나서 내일을 기약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락 가락 하는 비를 피해 우리는 한 건물에서 휴식을 취했습니다. 하늘이 약간은 원망스럽군요
 오락 가락 하는 비를 피해 우리는 한 건물에서 휴식을 취했습니다. 하늘이 약간은 원망스럽군요
ⓒ 송병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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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나주 초입부터는 목포 MBC와의 다큐멘터리 촬영이 계획 되어 있어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판단을 내렸지요. 이후 우리는 또 다른 찜질방에 짐을 풀었습니다. 도시를 반복적으로 찾다보니 찜질방에서 하루를 보내는 일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찜질방보다는 시골 마을 회관이 좀더 편하고 비용 부담도 덜한데 말이죠. 지난 며칠 동안 우리는 거의 걸음을 걷지 못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날이 개면 그만큼 앞으로의 일정이 고될 것이라는 예상이 됩니다.

하지만 그 길. 우리가 선택한 길이기에 날씨가 개면 다시 한번 힘을 내어 걸어 보겠습니다.


#도보여행# 청춘불패#자취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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