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6.25 60주년 평화기도회'에 참석하는 것을 두고 기독교 내부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명성교회, 여의도순복음교회 등 보수성향의 교회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6.25전쟁 60주년 평화기도회 준비위'는 22일 오후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분단을 넘어 평화로'라는 제목의 기도회를 개최한다. 기도회에는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 김장환 수원중앙침례교회 원로목사, 김삼환 명성교회 담임목사 등이 강연하며 10만여 명의 신자가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도회에 부시 전 대통령을 초청한 김삼환 목사는 "부시 전 대통령이 평화 통일과 자유에 대해 이야기하면 좋을 것"이라고 초청 이유를 밝혔지만 다른 기독교인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재임기간 두 번이나 전쟁을 일으킨 부시 전 대통령이 '평화기도회'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용을 보면 주최측이 말한 '평화' 의심스러워"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 YMCA 생명평화센터 등 기독교단체들로 구성된 '조지 부시 초청 6.25 60주년 평화기도회를 우려하는 기독인연합'(기독인 연합)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평화를 염원하는 기독교 토론회'를 개최한 뒤 부시 전 대통령의 '평화기도회' 참석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독인 연합은 기자회견에서 "한국전쟁이 60년이나 지났지만 남북이 대치해 있고 천안함 사건으로 한반도의 전쟁 기운이 고조된 민감한 시기에 한국교회가 '평화기도회'를 개최하는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라며 "하지만 막상 이번 기도회 내용을 들여다보니 주최측이 말한 '평화'라는 말의 의도가 도대체 무엇인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기도회에서 '평화 간증(기독교에서 자신의 종교적 체험을 고백하며 하나님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을 통해 '자유는 쉽게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희생을 통해 가능하다'고 강조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기독인 연합은 "만약 이런 취지로 기도회가 열린다면 이 기도회는 기독교의 이름만 빌렸을 뿐 기독교의 가치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정치적 이벤트에 불과하다"며 "진정한 한국교회 지도자들이라면 예수님의 복음적 감동으로 세상을 화평케 하는 참된 권위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평화를 이야기 하려면 차라리 지미 카터를"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열린 '평화를 염원하는 기독교 토론회'에서는 이번 부시 전 대통령 초청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패널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기독자교수협의회의 노정선 연세대 교수는 지미 카터(미국 39대 대통령)의 사진을 들고 "조지 부시가 평화에 어울리는 사람인가"라며 "평화를 이야기 하려면 차라리 지미 카터가 오는 게 맞다"고 비판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냉전시대에 소련과 '전략무기제한협정'을 성사시키고 94년 북한을 직접 방문해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문제의 실마리를 푸는 등 퇴임 후 21년간 세계평화를 위해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2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노 교수는 임기 중에 전쟁을 두 번이나 일으킨 부시 전 대통령에 상반되는 인물로 카터 전 대통령을 꼽은 것이다.

노 교수는 이라크 전쟁의 목적이 대량살상무기 제거가 아니라 석유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지적하고 "임기 중 두 번이나 전쟁을 일으킨 부시에게 '평화'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기독교인으로서 부끄럽다"고 밝혔다.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사무국장 최재봉 목사는 "인터넷에서 기독교를 '개독교'라고 부르는데 목사로서 마음이 안타까웠는데 이제 그 말을 인정하고 '개독교'를 이웃 종교로 존중해야 할 것 같다"며 부시 전 대통령을 '평화기도회'에 초청한 교회들을 비판했다('개독교'는 인터넷에서 시작한 안티기독교를 뜻하는 용어로 다른 종교에 배타적이며 과도하게 물질을 추구하는 기독교인들을 폄하해 부르는 말이다).

한편, 부시 전 대통령의 기도회 참석을 반대하는 기도모임 'I'm sorry'는 기도회가 열리는 22일 오후 3시 월드컵 경기장 인근에서 '다이 인 피스몹(Die-in Peace Mob)' 퍼포먼스를 하며 기도회에 대응할 계획이다.

'다이 인 피스몹'은 이라크·아프간 전쟁으로 죽어간 사람들을 돌아보라는 뜻으로,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모여 죽은 것처럼 바닥에 드러눕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