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권선징악적인 이야기

.. 그때까지 나는 옳고 그름이 분명한 권선징악적인 이야기만 읽어 왔기 때문에 눈이 번쩍 뜨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  <강상중/이목 옮김-청춘을 읽는다>(돌베개,2009) 87쪽

'분명(分明)한'은 '또렷한'이나 '뚜렷한'이나 '훤히 드러나는'으로 다듬어 줍니다. "뜨이는 것 같은"은 "뜨이는 듯한"이나 "뜨이는"으로 손질합니다.

 ┌ 권선징악적 : x
 ├ 권선징악(勸善懲惡) : 착한 일을 권장하고 악한 일을 징계함
 │   - 고대 소설의 주제는 권선징악이 대부분이다
 │
 ├ 옳고 그름이 분명한 권선징악적인 이야기
 │→ 옳고 그름이 또렷한 권선징악 이야기
 │→ 옳고 그름이 또렷한 착한 이야기
 │→ 옳고 그름이 또렷한 이야기
 └ …

권선징악을 다루는 이야기라면 "권선징악 이야기"입니다. "권선징악적 이야기"는 아닙니다.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동화는 "생활 동화"이지 "생활적 동화"가 아니요, 판타지 이야기를 담은 동화는 "판타지 동화"이지 "판타지적 동화"가 아닙니다.

'권선징악'이라는 말은 중학교 적부터 듣지 않았느냐 싶습니다. 곰곰이 헤아려 보면 국민학교 적에도 들었으리라 봅니다. 그러나 그때에는 너무 어려운 말이라 들었어도 곧잘 잊었을 터이며, 교사들은 아이들한테 굳이 이같이 어려운 말은 가르치려고 하지 않았지 싶습니다. 그러나 어려운 말을 애써 가르치면서 '이와 같은 어려운 말을 배우는 일이 학문'이라는 엉뚱한 이야기를 늘어놓을 분들이란 어김없이 있으리라 봅니다.

 ┌ 고대 소설의 주제는 권선징악이 대부분이다
 │
 │→ 옛소설은 주제가 거의 권선징악이다
 │→ 옛소설 주제는 거의 모두 권선징악이다
 │→ 옛소설은 으레 착한사람 이야기를 다룬다
 │→ 옛소설은 거의 다 착한 이야기를 다룬다
 └ …

문학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는 으레 '권선징악'이라는 말마디가 튀어나왔습니다. 문학 가운데 옛소설을 다루는 자리라면 반드시 '권선징악' 한 마디를 먼저 꺼내곤 했습니다. 처음에는 "이 작품은 주제가 권선징악이다. 권선징악이란 ……"이라고 이야기를 했고, 나중에는 '권선징악' 말풀이를 달지 않았습니다.

이때에는 교사들이 가르치는 대로 배웠기에 이렇게 가르치든 저렇게 가르치든 깊이 살피지 못했는데, 이제 와 돌이켜보면 따로 말풀이를 해야 하는 지식을 가르치는 일이란 더없이 부질없지 않느냐 싶습니다. '정의를 내린다'면서 쓰는 말이 한눈에 알 수 없다면 올바로 정의를 내리는 셈이 아니요, 주제를 가리킨다는 낱말을 따로 풀이해서 일러야 한다면 주제를 가리키는 낱말로 알맞지 않은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논술 시험을 앞두고 문학을 더욱 깊이 배우던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는 '권선징악'이라는 말마디를 살짝이나마 헤아려 보곤 했습니다. 착한 일을 북돋우고 잘못한 일이나 나쁜 일을 꾸짖는다고 한다는데, '착한 일 북돋우기'와 '나쁜 일 꾸짖기'는 차근차근 따지면 똑같은 일이 아닌가 하고. 두 가지를 함께 이야기해도 되지만, '착한' 한 가지나 '나쁜' 한 가지로만 이야기해도 되지 않을까 하고.

그러니까 "착한 이야기"를 펼친다고 하는 옛소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나쁜 사람 꾸짖는 이야기"를 보여준다고 하는 옛소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착하게 살자는 이야기"를 선보인다고 하는 옛소설이라 할 수 있으며, "나쁘게 살지 말자는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하는 옛소설이라 할 수 있어요.

 ┌ 권선징악적 교훈
 │
 │→ 권선징악이라는 가르침
 │→ 착한 일은 북돋고 나쁜 일은 꾸짖는다는 가르침
 │→ 착한 일은 북돋운다는 가르침
 │→ 나쁜 일은 꾸짖는다는 가르침
 └ …

집식구끼리나 학급에서 다짐하는 말로 "착하게 살자"는 글월을 붙이곤 합니다. 말 그대로입니다. 착한 마음을 건사하며 살고 싶으니 "착하게 살자"입니다. "권선징악적 교훈"이란 바로 "착하게 살자는 가르침"입니다. 또는 "나쁘게 살지 말자는 가르침"입니다. "착하게 살며 나쁘게 살지 말자는 가르침"입니다.

 ┌ 착한이 이야기
 ├ 착하게 살자는 이야기
 ├ 착한삶 이야기
 └ 착한 이야기

따로 한 낱말을 삼지 않아도 되지만, '착한삶'이라는 낱말을 지어 볼 수 있습니다. 국어사전에는 안 실려 있으나 '착한사람'이나 '착한이'라는 낱말을 지어도 됩니다.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을 놓고는 '나쁜사람'이나 '나쁜이'라는 낱말을 지으면 되겠지요. 못된 모습만 보여주는 사람이라면 '못된사람'이나 '못된이'입니다. 멋진 일을 베푸는 사람이라면 '멋진사람'이나 '멋진이'예요.

문학을 다룰 때이든 삶을 가리킬 때이든, 우리가 늘 쓰고 오순도순 나누는 말마디로 가리키면 한결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어진 마음됨을 추스르는 사람을 놓고는 '어진이'라 하고, 맑고 밝게 살아가는 사람을 보면서 '맑은이'라 하며, 슬기롭고 똑똑하게 일을 잘하는 사람을 두고는 '똑똑이'라 하면서 우리 넋을 북돋우고 우리 말을 살찌우며 우리 삶을 보듬을 수 있으면 좋으리라 봅니다. 착한 말, 착한 삶, 착한 사람, 착한 나라, 착한 마을, 착한 꿈, 착한 놀이, 착한 동무, 착한 학교, 착한 배움, 착한 책, 착한 사랑으로 꽃피우고 이어간다면 그지없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그물코)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태그:#-적, #적的,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