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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갤럭시S(왼쪽)와 아이폰 3GS 비교 모습(오른쪽은 옆 모습)
 갤럭시S(왼쪽)와 아이폰 3GS 비교 모습(오른쪽은 옆 모습)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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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은 한국 IT 기자들에겐 그야말로 대목이었다. 이날 오전 2시(한국시각) 샌프란시스코에선 애플이 아이폰4를 처음 공개했고, 6시간 뒤인 오전 10시 서울에선 삼성전자가 갤럭시S 국내 런칭 행사를 열었기 때문이다.

부지런한 기자들은 새벽잠을 아껴가며 아이폰4 기사를 마감하고 삼성 서초사옥으로 달려가야 했다. '프레젠테이션의 귀재' 스티브 잡스 손에 '요술 병기'로 거듭난 아이폰4의 잔상이 채 가시지 않을 탓일까? 갤럭시S를 처음 만났을 때 첫 느낌은 '이거 아이폰(3Gs) 닮았네'였다.

아이폰 닮은 갤럭시S와 '스펙' 앞세운 애플

좀 더 얇고 훨씬 가볍긴 했지만 모나지 않고 둥그스름한 뒤태하며 수화기 부분 디자인까지 3Gs를 빼닮았다. 옆에 아이폰을 나란히 세워놔도 구분이 쉽지 않을 정도였다.

닮은 건 '갤럭시S'만이 아니었다. 런칭 행사 분위기 역시 지난 2월 삼성 첫 안드로이드폰인 '갤럭시A' 발표 때와는 사뭇 달랐다. 물론 그때는 '시제품' 단계여서 단순 제품 전시 수준에 그쳤지만 아이폰에 견줘 하드웨어 사양, 즉 '스펙'을 주로 강조했다면 이번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아래 앱) 소개가 두드러졌다.

삼성전자, SK텔레콤, 구글 3사 대표 발표에 이은 '슈퍼 스마트데이'라는 10여 분짜리 퍼포먼스도 앱 중심이었다. 애플 개발자 컨퍼런스(WWDC)처럼 앱 개발자가 직접 등장하진 않았지만, '교보 e북', '날씨', '다음 로드뷰', '아루아루', '쿠루쿠루', '모여라' 등 갤럭시S 앱들을 직접 생활 속에서 응용하는 모습을 담았다. 물론 '슈퍼 아몰레드'나 슬림 디자인도 잊지 않았지만 역시 스마트폰 핵심은 '앱'이란 사실을 잘 보여줬다.   

8일 서울 강남역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갤럭시S' 국내 런칭 행사에서 갤럭시S 애플리케이션을 소개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8일 서울 강남역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갤럭시S' 국내 런칭 행사에서 갤럭시S 애플리케이션을 소개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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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 차별성 줄어... 남은 건 OS와 앱 싸움

반면 애플은 제품 스펙을 유난히 강조했다. 스티브 잡스는 지금까지 둥그스름한 뒷면 디자인 대신 채택한 스테인리스 스틸 프레임이 사실은 안테나였다고 '폭로'했고, 해상도를 4배나 높인 '레티나' 화면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또 직접 아이폰4을 분해한 모습을 공개하며 CPU 등 부품 하나하나까지 설명했다. 웬만한 휴대폰 제조사도 엄두 못 낼 '테크니컬'한 발표였지만 피부에 와닿았다.    

애플 아이폰4
 애플 아이폰4
ⓒ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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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도 삼성 최신 폰인 갤럭시S 못지않게 보완했다. 일단 CPU 속도도 1GHz로 같고, 두께 역시 9.3mm로 오히려 9.9mm인 갤럭시S보다 얇다. 또 아이폰4는 그동안 약점처럼 여겨졌던 영상 통화 기능을 추가하면서 카메라도 500만 화소로 높이고 HD급 고화질 동영상 촬영 기능에 LED 플래시까지 달았다.

오히려 갤럭시S는 플래시 기능을 뺀 대신 아이폰처럼 16GB 대용량 내장 메모리를 처음 채택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2.1 이전 버전의 앱 저장 공간 문제 해소 차원으로 보인다. 착탈식 배터리나 외장 메모리 정도만 빼면 적어도 스펙만 놓고 봤을 때 두 제품의 차별성은 거의 사라진 것이다.

오히려 '아이폰4'는 6축 움직임 제어가 가능하도록 자이로스코프 센서를 추가해 게임 앱 개발자들을 환호하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트위터에선 갤럭시S가 아이폰3Gs는 겨우 따라잡았는지 모르지만 아이폰4는 더 멀리 달아났다는 얘기가 나온다.

결국 남은 건 OS와 앱 싸움이란 얘기다. 비록 이날 앤디 루빈 구글 부사장까지 참석해 갤럭시S에 대한 기대감을 밝혔지만 정작 갤럭시S엔 안드로이드 최신 버전인 프로요(2.2) 대신 2.1 버전이 들어간다. 업그레이드는 약속했지만 정작 갤럭시S와 마찬가지로 이달 선보일 넥서스원은 KT에서 '프로요'를 달고 나온다. 반면 아이폰4는 그동안 약점으로 꼽혔던 멀티태스킹 기능 등을 추가한 'iOS4'를 달고 다음 달 국내에 출시된다.

개발자들에게 10억 달러 벌어다준 애플, 삼성은?

스티브 잡스가 8일 새벽(한국시각) WWDC에서 "앱 스토어에서 개발자에게 주는 수익이 며칠 전 10억 달러(한화 약 1조 2400억 원)를 넘겼다"고 발표하고 있다.(애플 키노트 영상)
 스티브 잡스가 8일 새벽(한국시각) WWDC에서 "앱 스토어에서 개발자에게 주는 수익이 며칠 전 10억 달러(한화 약 1조 2400억 원)를 넘겼다"고 발표하고 있다.(애플 키노트 영상)
ⓒ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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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 싸움은 더 심각하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쓸 수 있는 모바일 앱은 한글 앱 6천 개를 포함해 22만 개가 넘는 반면, 유료 결제가 막힌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쓸 수 있는 앱은 4만 개 정도에 불과하다.  

단지 숫자 문제가 아니다. 스티브 잡스는 이번 WWDC에서 "앱 스토어에서 지난주 드디어 50억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개발자에게 주는 수익이 며칠 전 10억 달러(한화 약 1조 2400억 원)를 넘겼다"면서 "이것이 우리 앱 스토어가 지구상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이유"라고 자랑했다. 모바일 앱 광고 프로그램인 '아이애드(iAD)'을 소개하면서는 "우리 개발자들에게 목돈을 쥐어주기 위해서 만들었다"고 밝혀, 앱 개발자들을 환호하게 만들었다.

반면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은 "양적으로 미흡한 건 사실이지만 안드로이드 마켓, 티스토어, 삼성 앱스 등에서 질적으로 우수한 애플리케이션들을 갖게 됐다"면서 "양적 확보도 시간 문제이고 유료 앱 결제 문제도 수개월 내로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그뿐이었다. 단말기 제조사임을 감안해도 국내 앱 개발자들을 안드로이드 마켓으로 끌어들일 만한 비전 제시는 없었다. 

고객 붙잡는 애플, 고객 내쫓는 삼성 마케팅

삼성전자의 추격을 가로막는 건 앱만이 아니다. 스마트폰 마케팅 전략에서도 애플보다 불리하다. 불과 두 달 전에 출시한 '갤럭시A'가 갤럭시S 발목을 잡고 있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 삼성은 양대 안드로이드 폰인 갤럭시A를 보급형으로, 갤럭시S를 고급형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아이폰4가 지금 3Gs와 같은 가격으로 7월에 출시되는 상황에서 갤럭시A와 가격 차별화는 어렵게 됐다. 결국 갤럭시S를 아이폰4 수준에 맞추게 되면 갤럭시A 가격을 더 떨어뜨릴 수밖에 없어 또 한번 큰 생채기를 치러야 한다. 삼성은 이미 지난해 연말 T옴니아2를 출시했다 아이폰에 맞서 불과 한 달 만에 가격을 반토막내는 바람에 기존 사용자들의 반발을 자초했다.

반면 애플은 1년에 한 번씩 새 모델을 출시하면서 동시에 기존 제품 가격을 내리는 '안정적인' 가격 정책이 돋보인다. 뿐만 아니라 이번 운영체제(iOS4) 무료 업그레이드에서 보듯 기존 아이폰 사용자들에 대한 확실한 배려도 잊지 않는다. 이는 기존 고객의 로열티를 높이는 반면 신제품 출시 간격이 짧은 삼성은 자사 고객들마저 등을 돌리게 만든다.

8일 서울 강남역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갤럭시S' 국내 런칭 행사에 참석한 앤디 루빈 구글 부사장(맨 오른쪽)이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과 갤럭시S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8일 서울 강남역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갤럭시S' 국내 런칭 행사에 참석한 앤디 루빈 구글 부사장(맨 오른쪽)이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과 갤럭시S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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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아이폰과 앱스토어를 뛰어넘으려면?

삼성이 갤럭시S 국내 런칭 날짜를 아이폰4 발표 일에 맞춘 것은 다분히 의도적으로 보인다. 안드로이드 폰 대표주자로서 아이폰4와 대립각을 세워 반사 효과를 얻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선 당장 애플이 아니라 '구글 넥서스원'을 만든 대만 중소기업인 HTC에게도 밀린다. 당장 삼성이 따라잡아야 할 건 애플이 아니라 HTC라는 쓴 소리도 귀담아 들을 만하다.

한글과컴퓨터 출신 벤처 1세대로 앱 개발자들 설득에 나선 강태진 삼성전자 전무는 지난 5월 서울디지털포럼에서 "애플이 아무리 잘 해도 하나의 환경이 전 세계 모든 사용자를 장악하진 못 한다"면서 "웹 표준이 만들어지면 모바일 앱 시장도 많이 바뀔 텐데 지금부터 시작해야 남들 쫓아가는 현상이 안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 앱 스토어 같은 형태는 아직 과도기일 뿐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지금 삼성전자는 애플이나 아이폰 따라잡기보다 전혀 새로운 기회를 찾는 노력이 더 필요해 보인다. '갤럭시S' 지원차 한국을 찾은 앤디 루빈 구글 부사장이 지난 2005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구글에 넘기기에 앞서 삼성전자를 먼저 찾았다는 발언을 쉽게 흘려들을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스티브 잡스 WWDC 발언은 engadget의 라이브 블로그 기록을 번역한 kkendd님 블로그(kkendd.egloos.com)를 참고했습니다.



태그:#아이폰4, #스마트폰, #갤럭시S, #아이폰, #안드로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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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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