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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가 3일 (사)미래포럼 주최로 희망제작소에서 열린 강연에서 영국의 사회적 기업 탐방기를 소개하고 있다.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가 3일 (사)미래포럼 주최로 희망제작소에서 열린 강연에서 영국의 사회적 기업 탐방기를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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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전 세계를 '윤리'라는 거대한 끈으로 묶고 있어요. 새로운 대영제국이 탄생하고 있습니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지난 3일, 두 달간의 영국 탐방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사)미래포럼이 주최하고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의 사회로 열린 이번 강연의 주제는 '영국의 사회혁신과 사회적 기업'.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인 목적을 추구하면서도 일반 기업처럼 수익 창출 활동을 하는 기업을 말한다. 박 상임이사는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두 달 동안 영국의 제3섹터와 사회혁신의 현장을 방문했다.

정부는 작게, 사회는 크게 (Big Society Not Government)

박 상임이사가 영국의 사회적 기업을 탐방하면서 가장 인상 깊게 받아들인 부분은 정부와 시민사회의 협력이다.

"정부 관료들은 시민들이 바라는 일을 완벽하게 할 수가 없어요. 영국 정부는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시민사회로 돈줄을 열어 놓고 있습니다. 시민사회를 지원해서 공공서비스를 창출하는 것이죠."

현재 영국 정부는 '서드 섹터 오피스(Third Sector Office)'를 내각 안에 두고 사회적 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런 노력은 제3섹터의 독특한 아이디어가 공공정책에 활력을 주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그 예로 박 상임이사는 영국의 '픽스마이스트리트(Fix my Street) 운동'을 예로 들었다.

"영국에서는 벽에 낙서가 되어 있거나 가로등이 나가고, 보도블럭이 깨져 있을 때 이를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어요. '픽스마이스트리트'(www.fixmystreet.com)라는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서 구글 지도에 위치 표시를 하고, 문제점을 적어요. 공무원들은 그걸 보고 다음날 아침 그 지역에 찾아가서 문제를 해결하죠. 관공서에 민원을 제기하는 복잡한 절차를 이 온라인 사이트가 대행해 주는 겁니다. 동네 구석구석을 전부 살피기 곤란한 공무원들에게도 주민들과의 협력은 반가운 일이에요."

영국의 '픽스마이스트리트'(www.fixmystreet.com) 온라인 사이트. 공공기구가 망가지면 영국인들은 이 사이트에 신고하고 글을 올린다. 구청직원들은 아침마다 이를 확인하고 보수하러 나간다.
 영국의 '픽스마이스트리트'(www.fixmystreet.com) 온라인 사이트. 공공기구가 망가지면 영국인들은 이 사이트에 신고하고 글을 올린다. 구청직원들은 아침마다 이를 확인하고 보수하러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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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버밍엄시의 캐슬베일(Castle vale) 지역의 재개발 사례는 더욱 더 적극적인 주민참여의 모델을 보여준다.

캐슬베일 지역은 영국의 대표적인 낙후 지역이었다. 또 그로 인해 야기되는 사회문제도 심각했다. 시는 세입자 92%의 동의를 얻어, 주민과 민간전문가들로 구성된 비영리조직(Castle Vale HAT)을 설립하고 임대주택 단지 소유권을 넘겼다. 주민들의 주도로 10년 이상 진행된 도시 정비사업의 결과, 1500채의 낙후주택이 개선되었고, 1200채의 신규주택이 건설되었다. 이 과정에서 지역의 실업률과 범죄율은 현저하게 줄었다.

박 상임이사는 "영국인들은 보다 인간적인 공동체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실천하고 있다"며 "그 비결은 주민참여"라고 말했다.

집값 오르면 팔고 이사가는 우리에게는 이웃이 없다

이에 반해 공동체 정신이 실종되어 가는 우리 사회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행복하다는 게 뭡니까? 지역사회에서 소외되지 않고 소속감을 가지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에게는 공동체가 있나요? 앞뒷집이 서로 인사도 안 하죠. 내일 모레 집값 오르면 바로 집 팔고 이사 갈 거니까요. 사람들이 마음 둘 데가 없어요."

주민 참여의 공간을 열지 않는 현 정부에 대한 아쉬움도 감추지 않았다.

"광화문 광장을 보세요. 우리나라는 광장을 하나 만들어도 공무원들이 그것을 채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냥 비워두면 시민들이 그 공간을 채웁니다. 집회도 하고 문화공연도 하면서요. 광장은 비어 있어야 하고, 도시에도 비어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합니다. 지금은 시민들이 있을 만한 틈이 없는 것 같아요."

(사)미래포럼 회원 20여명이 3일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의 특강을 듣고 있다.  (사)미래포럼은 사회 각 분야의 오피니언 리더가 모여서 미래 세대의 터전인 가정과 사회가 신뢰하며 더불어 발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함께 연구하고 토론하는 모임이다.
 (사)미래포럼 회원 20여명이 3일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의 특강을 듣고 있다. (사)미래포럼은 사회 각 분야의 오피니언 리더가 모여서 미래 세대의 터전인 가정과 사회가 신뢰하며 더불어 발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함께 연구하고 토론하는 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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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이 강물처럼 흐르고 들꽃처럼 피어나는 나라, 영국

영국의 다양한 사회적 기업 사례들을 소개하기 위해 박 상임이사가 준비해온 사진 자료는 300장이 넘었다. 영국 탐방의 성과를 조금이라도 더 나누고자 하는 박 상임이사의 열의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가 소개한 사회적 기업들은 기업가 각자의 독특한 경험과 철학이 나름의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있었다.

옥수수를 활용해 만든 용기에 생수를 담아 파는 회사, 전과자들이 출소를 하면 주택과 직업을 마련해주는 회사, 불량 청소년을 위한 밴드를 조직해 락 스타로 만드는 회사, 소방호수로 핸드백을 만드는 회사, NGO 및 NPO에만 건물을 빌려주는 부동산 회사 등은 각자가 설정한 사회적 목적에 충실할 뿐 아니라 이익 면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성과를 내고 있다.

박 상임이사는 "정부와 기업, NPO의 구별이 애매해지고 있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영국은 이미 '사회적 기업'이 강물처럼 흐르고 들꽃처럼 피어나는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2006년 기준으로 영국에는 5만5000개의 사회적 기업이 활동 중이며, 이는 전체 고용의 5%, GDP의 1%를 차지한다.

'영국의 사회적기업'을 주제로 3일 희망제작소에서 열린 (사)미래포럼 특강에서 사회자인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한 질문에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가 대답하고 있다.
 '영국의 사회적기업'을 주제로 3일 희망제작소에서 열린 (사)미래포럼 특강에서 사회자인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한 질문에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가 대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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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아름다운 가게' 보고 박물관 사업 하냐고 묻더라"

박 상임이사가 전망하는 '윤리적 소비'와 '사회적 기업'의 미래는 밝았다.

"한국 소비자는 아직 '윤리'보다는 '이익'을 중시하고 있는 것 같다"는 강연 참석자의 말에 박 상임이사는 "한국 사람들은 변화게 굉장히 빠르게 반응하기 때문에 조만간 대세가 바뀔 것"이라며 이렇게 덧붙였다.

"'제가 '아름다운 가게' 처음 할 때도 '박 변호사 박물관 사업 하냐'는 말까지 들었어요. 헌 물건은 혹시 죽은 사람이 쓰던 꺼림칙한 물건이 아닌지 걱정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이제는 중고 속옷까지도 팔릴 정도입니다. '아름다운 가게'의 작년 매출이 얼마인 줄 아세요? 200억 원입니다. 대기업이 다 손을 놓았는데도 오히려 성장했어요."

그는 "공정무역만 해도 이제는 틈새시장이 아니라 주류 시장 아니냐"며 사회 혁신(Social Innovation) 분야에 대한 우리 정부와 기업들의 적극적인 준비를 주문하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태그:#박원순, #사회적기업, #미래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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